8월 31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서울):
대학생들이 새 학기 활동 결의를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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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서안지구 공격과 확전 시도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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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인종 학살 전쟁을 이어가는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 남부를 집중 폭격하고, 서안지구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펴는 가운데, 이를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서울 도심에 울려퍼졌다.
8월 3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제50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주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이하 ‘팔연사’)에는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새로운 외국인 참가자들도 있었고, 방학이 끝나고 돌아온 대학생들, 새 학기에 공부하러 한국에 와서 처음 ‘팔연사’ 집회에 참여한 유학생들도 있었다.
서안지구에서 온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리만 씨는 분노 가득한 어조로 발언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거의 1년이 되도록 매주 집회를 하며 ‘이것이 마지막 집회이기를’ 하고 바랐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서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제닌이 폭격으로 고통받고 있고 많은 사람이 죽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제2의 ‘나크바’를 벌이려 하고 있습니다.”(‘나크바’는 1948년 시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하고 이스라엘을 건국한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스라엘은 똑같은 변명을 합니다. 하마스 때문이라고요. 그러나 서안지구는 하마스가 통치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저항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항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참가자들은 “서안지구 폭격 중단하라”, “팔레스타인 폭격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시작했다.
‘팔연사’ 집회는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릴 뿐 아니라, 운동 참가자들이 서로의 활동을 확인하고 힘을 얻는 자리가 돼 왔다. 특히, 이번 집회는 새 학기 캠퍼스 활동의 시동을 걸고 있는 대학생들의 발언이 두드러졌다.
팔레스타인계 학생이자 서울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을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이끌고 있는 주마나 씨는 발언에서 지난 학기 활동을 돌아보며, “개강이 시작되는 지금, 캠퍼스와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항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수박’은 한국 최초로 캠퍼스 텐트 농성을 시작하여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기여했습니다. 많은 서울대 구성원들이 우리 활동을 접하고 팔레스타인의 진실을 알게 됐습니다.”
주마나 씨는, 서울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포스터를 훼손하고, 팔레스타인 연대 포스터를 붙인 학생에게 폭언을 한 이스라엘인 A 교수가 최근 100만원 벌금형을 받게 됐다는 통쾌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수박’이 단호하게 대응한 결과다.
주마나 씨는 “이번 학기에도 학내에서 다양한 연대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벌여 온 윤진 씨도 발언에서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며 지속적으로 연대를 건설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기회가 될 때마다 팔레스타인에 관해 사람들과 얘기했고, … 더 나아가 뜻이 맞는 학생들을 만나 함께 활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있었지만, 점령하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는 휴식이라는 게 없습니다. 점령에 맞서 싸우는 우리에게도 휴식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쉬지 않았습니다. 저희 대학생들은 팔레스타인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싸울 것입니다.”
5월부터 독일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텐트 농성을 하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뮌헨대학교 학생 아일린 씨는 서울대 ‘수박’ 동아리를 통해 이번 ‘팔연사’ 집회를 알고 참가하게 됐다며 기자에게 집회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고 이스라엘의 범죄를 규탄하는 세계적 운동이 이곳 한국에도 있다는 사실이 매우 반가웠습니다.
“한국 집회에는 처음 왔는데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하나의 커뮤니티 같아요. 처음 집회에 온 사람들도 누구나 스스럼없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여러 일에도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에 참가했던 학생 알리나는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팔연사’ 자원봉사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알리나 씨는 새학기 미국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학이 이스라엘의 범죄에 계속 공모하고, 이스라엘의 점령이 계속되는 한 학생들의 저항도 지속될 것입니다. 정부와 대학의 탄압은 저항을 지속시킬 뿐입니다. 새 학기 운동은 더 강력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미국의 대학생들은 ‘학생 인티파다’를 다시 일으키자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의 캠퍼스에서도 이에 호응하려는 노력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집회 사회를 본 김지윤 활동가는 이스라엘의 전선 확대를 지원하는 미국의 행태를 꼬집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휴전 협상 결렬의 책임을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인 하마스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는 자신이 당선해도 이스라엘에 무기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천명했다”는 김지윤 활동가의 지적에 한 백인 여성 참가자는 한국말로 “맞아!“하고 맞장구를 쳤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재한 예멘인 살레흐 알킨디 씨는 재한 예멘인 커뮤니티를 대표해 “팔레스타인 형제자매가 잃어 버린 땅과 평화를 되찾을 때까지 연대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거리 행진에서는 행인들의 다양한 호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사람들,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 고개를 끄덕이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온 한 청년이 길거리 공연을 하다 행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경찰은 행진과 인도 사이를 차단하듯이 방패를 들고 대열을 짓고 움직였지만, 여러 외국인들이 행진에 합류했다.
행진을 마치며 나리만 씨는 연대를 지속할 것을 호소했다. “지난 10개월의 여정 동안 많은 사람을 잃었지만 또 많은 사람을 얻었습니다. … 저항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다음 토요일에도 다시 만나 역사가 우리의 편임을 보이고 우리의 목소리를 냅시다.”
‘팔연사’는 매주 서울 집회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다음 날인 9월 1일에는 부산, 인천, 수원, 원주에서도 집회가 열린다. 9월 13일에는 1948년 ‘나크바’를 다룬 영화인 ⟨파르하⟩를 상영하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10월 6일에는 전국 집중 집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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