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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AI 거품 우려, 상업용 부동산 위기…:
불안정성 커지는 미국 경제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 지표는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 8월 비농업 일자리는 14만 2000개 늘었는데, 이는 지난 1년간 평균 월 증가 폭(20만 2000개)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 노동부는 애초 발표했던 6, 7월 일자리 증가 수도 대폭 하향 수정했다(6월 17만 9000명에서 11만 8000명으로, 7월 11만 4000명에서 8만 9000명으로). 애초 생각보다 미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더 빨랐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미국 경제 성장에서 소비 회복세가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고용 증가 둔화는 소비 지출이 앞으로 둔화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시기 쌓였던 초과저축은 이미 올해 3월에 소진됐다. 이 저축이 지난해와 올해 미국의 소비 성장세에 배경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많은 가계는 식료품과 공과금, 주거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저축을 줄이고 빚을 지고 있다.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생활고와 고금리 때문에 미국의 카드론 연체율은 이미 올해 초부터 10퍼센트 이상으로 치솟았다.

소비 다음으로 지난해와 올해 경제 성장의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AI(인공지능),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였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첨단 기업에 보조금을 주며 투자를 유치했고, 이로 인해 공장 건설 등이 늘어났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공장 건설 관련 투자 증가는 미국 GDP 성장률을 0.4퍼센트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그러나 투자 증가세도 올해 이후에는 줄어들 전망이다. 계획된 투자는 마무리되는 반면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추가 투자 지원 계획이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AI 거품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투자를 늘렸지만, 막상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이제까지 진행된 AI 투자만 해도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AI 서비스로 연간 6000억 달러(805조 원)는 벌어야 한다고 추산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것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AI 검색 플랫폼 1위인 오픈AI만 봐도 올해 비용은 70억 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매출 목표는 34억 달러에 불과하다.

여기에 상업용 부동산 위기도 존재한다.

경기 둔화와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20퍼센트에 달한다. 1979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이다. 여기에 고금리의 장기화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 부동산 담보대출을 갚지 못하고 연체된 비율이 8퍼센트를 넘었다.

내년까지 1조 5000억 달러(2800조 원)가량의 상업용 부동산 부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블룸버그 통신은 4분의 1가량이 부도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은행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금리 인하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는 9월 17~18일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인하 폭이 0.25퍼센트포인트일지, 0.5퍼센트포인트일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금리 인하는 기업들의 차입 비용을 줄여 이윤을 보조하는 효과를 낸다. 수익성이 낮더라도 파산을 면하고 연명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를 막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2008년 9월 전 세계 금융 공황도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5.25퍼센트에서 2퍼센트로 낮추는 상황에서 터졌다.

지금 미국의 이윤율은 2008~2009년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금리를 인하한다고 이처럼 낮은 이윤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위축되고 있는 제조업 경기를 금리 인하로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리 인하로 AI 거품 우려가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로 빌딩들이 이미 대폭 할인 거래되는 상황에서 상업용 부동산 위기를 잠재울 수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와 불안정성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미국 경제 침체 우려가 이토록 세계적 관심사인 이유는 이미 다른 주요국 경제들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은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0퍼센트대 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지난해 -0.3퍼센트 성장을 한 이후 올해도 0퍼센트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올해 1, 2분기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도 지난해 5.2퍼센트 성장에 이어 올해는 4.8~5.0퍼센트, 내년에는 4.1~4.5퍼센트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기업주들은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떠넘기고 있다. 최근 독일의 주요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사는 독일 내 공장 두 곳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가 반발을 산 바 있다. 독일 내 공장 폐쇄는 1937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고, 이 구조조정으로 무려 2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해고될 가능성이 있었다. 폭스바겐사는 결국 이 계획을 철회했지만 대신 임금 삭감 등을 통한 공격을 벌일 예정이다.

미국 경제마저 침체할 경우 세계적으로 불황의 그늘이 더욱 짙어질 것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 호조로 그나마 버티고 있는 한국 경제에 타격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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