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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 사태가 보여 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한국 경제

8월 5일 “검은 월요일”이라고 불린 주가 폭락 사태는 세계경제의 취약성을 다시금 보여 줬다.

이번 주식 시장의 급락은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벌어졌다. 7월 미국 실업률이 4.3퍼센트를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의 3.5퍼센트보다 증가하고, 미국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조만간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졌다. 이것은 특히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축소되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저금리에 엔화를 빌려 고금리인 달러 자산에 투자해 온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물론 이후 주식 폭락이 과도했다는 분위기가 일며 주식 시장은 반등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지수가 상승 추세로 나왔고,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하겠다는 발표를 한 게 금융시장이 진정되는 데 일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침체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미국 기업의 이윤율이 낮은 상황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면서 고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 경기를 침체로 빠뜨릴 위험이 크다는 전망이 전부터 나왔었다.

그동안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 분야 기업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주고, 이 분야의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 것이 미국의 경기 침체를 지연시킨 요인이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국의 경제가 별 볼 일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은 유독 눈에 띄었었다.

그러나 이런 투자 지원 효과는 올해 이후에는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증가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첨단 기업들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AI(인공지능) 분야에서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년간 미국의 S&P500(500대 대기업) 주가지수가 50퍼센트 넘게 올랐는데, 거의 대부분은 7개 빅테크 기업인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의 주가 상승이 주도한 것이었다. 특히 AI 투자 증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2년간 무려 10배 넘게 올랐고, 올해 상반기에는 잠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 총액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보면, AI 투자액 대비 매출액은 10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처럼 AI 거품도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0년대에 인터넷에 대한 과장된 기대를 바탕으로 미국에서만 지구를 1566번 감쌀 수 있을 정도로 광섬유가 깔리며 과잉 투자가 벌어졌다. 이런 거품이 터지면서 2000년에 경제가 추락했는데, 이는 2007~2009년에 터질 세계 금융 공황의 전조이기도 했다.

내수 불안과 기업 파산

이런 미국 경제의 상황은 한국 경제의 침체 위험도 키우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4퍼센트라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올해는 2.5퍼센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수는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수출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와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30퍼센트가 넘어 역대 최대이다.

내수 불황은 상당히 심각한데, 제조업 국내 공급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소비재는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공급이 줄었다. 물가가 오르고 실질임금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기업 수익성도 떨어져 기업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파산은 1000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36.3퍼센트 늘어났다.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도 100만 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더욱 증가하고 있다.

건설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는 여전한 뇌관이다. 정부 발표를 보면, 증권사, 저축은행 등의 부동산 PF 연체율(이자를 제대로 못 받는 비율)은 최근까지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건설사 위기와 내수 침체의 여파 속에 롯데그룹은 최근 비상경영을 선포했고, 신세계그룹, SK그룹 등의 위기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위메프·티몬 부도 사태가 단지 일회성 사건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경제 침체와 AI 거품 우려는 한국의 반도체·자동차 수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기업주들의 이윤을 지원하고,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 등 서민에게 떠넘기는 데 확실한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번에 주가가 폭락하자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은 부자 감세는 노동자 등 서민에 대한 긴축 공격으로 돌아올 것이다.

최근에는 건설 기업 지원책도 발표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재개발·재건축을 완화해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건설 경기를 부양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다. 건설사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22조 원을 쓰고, 신축 빌라도 11만 채 매입하겠다고 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지원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며 매몰차게 내치더니 말이다.

민주당은 1인당 25만 원 지원법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이 거부권을 쓸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대책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반면 민주당은 반도체 기업 지원법을 정부·여당과 함께 통과시키려고 한다. 게다가 이재명은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 보험료를 대폭 올리는 연금개악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경제적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손을 잡고 기업을 지원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며 친기업적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장기 불황을 겪어 오고 새로운 거품이 터질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를 추진하거나 이에 협조하겠다는 방향은 노동계급에 대한 고통전가를 수용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급의 삶을 지키려면 고통 전가 시도에 단호하게 맞서며 투쟁과 연대를 건설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