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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왜 혼란에 빠졌을까?

8월이 시작되면서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월요일까지 S&P500 지수(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가장 큰 500개의 실적을 반영한다)가 7월 중순 고점 대비 8퍼센트 떨어졌고, 그 하락의 대부분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일어났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금리를 낮추라는 압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출처 Federalreserve(플리커)

일본 주식시장의 하락폭은 더 컸다.

지금이 1929년 월스트리트 붕괴와 맞먹는 재난 상황은 아니고, 2008~2009년 위기의 시작을 알린 시장 혼란에 비할 바도 아직은 못 된다. 주식 등의 자산은 여전히 1년 전보다는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때로는 주식 등 금융 자산 가격의 심각한 “조정”이 실물 경제에 그다지 충격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들을 마르크스는 “가공자본”라고 부르길 선호했다. 그중 하나인 주식은 기업이 얻는 이윤에 대한 청구권을 나타내는 종이다.

주식 소유자는 배당금 형태로 소득을 벌 자격도 얻지만, 주식 자체도 투기의 수단이 된다. 주식 거래는 카를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자체의 운동 법칙”을 따른다. 주식은 밑바탕이 되는 경제 현실과 괴리될 수 있고 이는 투기 거품의 형성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시장은 거대한 카지노처럼 작동하고 자본가들은 여기서 도박을 벌인다. 자본가들의 도박 자금인 이윤은 근본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함으로써 얻어 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장들의 궤적을 살피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와 자본주의 최상층 인사들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세계 자본주의는 투자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태에 갇혀 있다. 물론 소수의 기업이 지난 몇 달간 엄청난 이윤을 벌어들여 그 결과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런 엄청난 이윤 폭이 이윤 주도 인플레이션(이제는 가라앉기 시작하고 있다)과 기업들이 애써 많은 지출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의 반영이라는 증거가 있다.

자본주의 확장의 잠재적 속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이윤율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는 경제 위기를 통해 청산돼야 할 자본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속 누적돼 온 것의 반영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경제를 지배하는 거대 기업들이 파산하도록 놔두면 막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거대 기업들이 파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국가가 경제에 갈수록 개입해 위기가 전면화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래로 흔해진 패턴이다.

개입의 형태는 국가가 직접 개입하거나, 중앙은행이 통화 조작에 나서는 방식이다. 후자에는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저리 대출을 통해 신용 창출을 촉진하는 것이 주요하게 포함된다.

그런 신용 공급은 부실기업들이 계속 굴러가도록 해 준다. 불황 후 새로운 호황을 추동했던 주기적인 부실기업 청산을 피하는 대신, 자본주의는 이전만큼 역동적이지 않게 됐다.

통화 정책이 무척 낮은 수익성과 결합되면서 “금융 혁신”을 촉진했다. 금융 혁신이란 가공자본 거래 시장을 한없이 기괴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으로, 종종 신용 공급으로 지탱됐다.

최근 주식 매도는 두 가지 핵심 요인이 촉발한 듯하다. 첫째, 미국에서 고용 증가가 둔화되고 실업이 늘고 있다는 경기 지표가 발표됐다.

그동안 광범했던 인식은 미국 정책 결정자들이 2021년 하반기에 시작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경기 추락 없이 통제해 내고 “연착륙”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연착륙은 언제나 쉽지 않은 과제였다. 미국 정책 결정자들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한 주요 메커니즘은 금리를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가 값싼 신용에 의존하고 있던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그 전까지 체제가 그나마 잘 굴러가게 하는 데서 핵심적이었던 메커니즘을 교란시킬 위험이 있다.

심지어 최근 미국 고용 통계가 발표되기 전에도,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징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 연준은 금리를 5퍼센트가 넘는 수준(지난 20여 년간의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퍼센트를 상회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문제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로존과 중국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허약함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점점 커지는 지정학적 불안정으로 더 악화되고 있는데, 특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인종 학살 전쟁으로 촉발된 불안정도 그 일부다. 그래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번 주 주식시장 추락을 설명할 둘째 요인은 그동안 테크 기업들, 특히 인공지능(AI)에 대한 과대 홍보로 기대를 모았던 기업들이 돈을 긁어모았던 방식에 있다.

그 중심에는 통칭 “M7”이라 불리는 일곱 기업(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아마존, 테슬라,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엔비디아)이 있었다. 바로 이 기업들이 지난 몇 달간 주식시장 상승세의 대부분을 추동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연산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독보적 기업으로 인식됐다. 올해 6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의 지위에 잠시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주가가 35퍼센트 급락했다.

시장의 이런 등락이 그저 소수 자본가들이 돈을 잃는 데서 그친다면 혁명가들이 신경 써야 할 이유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파장은 노동자들에게도 미칠 것이다.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이윤을 지키기 위해, 1만 5000명을 해고한다고 지난주에 발표했다.

인플레이션이 왔을 때 노동계급 사람들이 그 부담을 지라고 요구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불황이 실제로 발생하면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높아지는 실업을 감수하라고 요구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