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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성범죄에 분노한 여성들 수천 명이 서울 혜화역에 모이다
디지털 성범죄 방치한 국가기관들 규탄

분노 6000명의 여성들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분노해 거리로 나섰다. '딥페이크 성착취 엄벌 촉구대회' ⓒ이미진

9월 21일 혜화역 인근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열렸다. 6000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해서 혜화역 3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2018년 불법촬영 항의 시위(일명 ‘혜화역 시위’) 이후 6년 만이다.

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수사하지 않은 경찰, 가해자를 선처한 법원, 보여 주기식 대응만 한 국회, 각종 성착취물을 삭제하지 않고 방치한 방심위, 디지털 성범죄를 자극적인 유희거리로 만드는 데 앞장선 언론’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플랫폼 규제도 요구했다.

이번 시위를 주최한 ‘여성혐오폭력 규탄 공동행동’은 자신을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여성혐오 폭력에 대항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자 서울 소재 6개 여대를 중심으로 꾸려진 단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6년 전 연인원 수십만 명이 모여 불법촬영에 항의했던 시위(주최 불편한용기)를 언급하며, 그 계승자임을 넌지시 드러냈다.

ⓒ이미진

하루 전날 주최측은 SNS 계정을 통해 시위 참가 신청자가 3000명을 돌파했다고 알렸는데(사전에 참가 신청을 받았다), 당일 집회에 그 갑절이 참가했다. 예정된 집회 프로그램이 절반을 넘어선 때에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 경찰은 한 차선을 시위대에 더 내줄 수밖에 없었다.

참가자들은 계속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깊은 분노와 6년 만에 다시 혜화에서 모였다는 감격을 쩌렁쩌렁한 구호와 높이 든 팻말로 드러냈다. (공식 팻말 구호는 “만든 놈, 판 놈, 본 놈 모조리 처벌하라”, “딥페이크 성범죄 강국 우리가 증거다”)

발언마다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경찰, 국회, 사법부 등을) 야유하며 서로 연대감을 표현했다.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6년 전 거대한 시위가 벌어졌음에도 여전한 여성 천대와 차별의 현실 속에서 답답해하던 사람들이 죄던 숨통을 오랜만에 트는 분위기였다.

“지난 6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 ‘그때 혜화에 모였던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바꿔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은데.’ 하는 말을 하곤 했다. …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을 보니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자유발언도 큰 호응을 받았다. “[발언을 하는 게] 솔직히 두렵다”고 운을 떼자 참가자들이 “괜찮아”를 외치며 격려했다. 그는 가해자와 가담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제주도 등 전국에서 참가했다. 버스를 대절해 온 지역 참가자들도 있었다. 경남여성회 정재흔 사무국장이 지방 시골에서는 학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나왔다.

한편, 이날 집회는 2018년과 달리 남성도 참가할 수 있었지만, 본 대열과 다소 떨어진 맨 뒤에서만 참가할 수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을 “남성중심 강간문화”로 보는 주최측의 급진주의 페미니즘 정치가 반영된 것이다.

이번 시위는 계속되는 여성 천대에 대한 광범한 분노가 기층에 누적돼 있고, 이에 맞선 여성들의 투쟁 저력도 여전함을 보여 줬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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