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총리 스타머의 위기는 그가 자초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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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대표다.
한 나라의 총리나 대통령이 국내에서의 실패를 대외 정책으로 무마하려 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그런데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는 그런 순간이 매우 빨리 왔다. 스타머는 “세계 지도자”로서 의기양양하게 활보하고 있지만 그의 정부는 큰 곤경에 처해 있다.
물론 세계는 갈수록 예측하기 어렵고 위험한 곳이 되고 있다. 그러나 스타머의 곤경은 스타머가 자초한 것이다. 그의 곤경은 그와 그의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가 야당 시절에 구상한 경제 전략에서 비롯했다.
스타머와 리브스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도박을 시도했다. 일단의 재정 준칙으로 정부 지출과 차입을 제한해 5년 동안 균형 예산을 이루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재정 책임성”을 지켜서 금융 시장을 안심시키면 노동계급의 생활 수준을 미미하게나마 개선할 여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금세 물거품이 됐다. 지난 10월 말 리브스의 예산에 따른 어설픈 증세, 특히 소기업을 겨냥한 증세는 기업주들의 투자 거부를 촉발했다. 그리고 트럼프의 재선에 따른 불안정성이 거기에 더해져 영국 국채 금리가 치솟았다. 그 수준은 2022년 가을 리즈 트러스 정부가 금융 시장을 패닉에 빠뜨렸을 때와 비슷하다.
그 결과 영국 경기는 지난 1월에 이어 침체하고 심지어 수축하고 있다. 이는 세수를 감소시킬 것이고, 국채 금리까지 상승한 탓에 리브스는 자신이 세운 재정 준칙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그 준칙을 고수하려면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 게다가 스타머의 재무장 정책에 자금을 대려면 지출을 더 삭감해야 한다. 러시아에 맞서 유럽을 결집시키려는 영국 정부의 위험한 시도는 그러한 삭감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어느 정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한다.

리브스는 입버릇처럼 “성장”을 말한다. 그러나 영국 중앙은행 전임 수석 경제학자 앤디 할데인이 지적하듯이 리브스의 정책은 정반대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할데인은 재무부의 “재정 편집증”이 장기적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성장에 대응해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리브스의 정책들은 경기 악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이는 정부 자신이 세운 기준으로 봐도 실패를 자초하는 것인데, 영국의 자본금을 축소시키고 공공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그에 따라 성장과 이를 뒷받침할 재정 상태를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할데인은 또 이렇게 경고한다. “재무장관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순식간에 역대 재무부의 정통 교리[긴축 — 역자]로 전향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성장뿐 아니라 그녀 자신의 입지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금요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레이철 리브스는 취약한 경제로 입지를 강화하다’라는 기이한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에 따르면, 리브스는 보수당 내에서 광범한 지지를 받고 있고 한 보수당 원로는 이렇게 말했다. “뚜렷한 경제 성장 없이 한 달 한 달이 지날수록 재무부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리브스가 미약한 경제 성장을 이용해, 독하게 개혁을 추진하라고 동료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기사는 재무부가 게재를 요청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리브스의 입지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다는 것이 금세 드러났다. 리브스가 제안한 복지 삭감은 노동당 평의원들 사이에서 광범한 분노를 샀고 내각 안에서도 불만을 자아냈다. 지난 주말, 리브스가 장애인 복지에 대한 주요 공격의 하나 — 장애인 자립 수당을 물가 인상률에 맞춰 인상하지 않기로 한 것 — 를 거둬들였다는 소식이 널리 보도됐다.
물론 나머지 공격들은 여전히 거둬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퇴는 시사적이다. 노동당 의원들의 분노는 당 밖에서 오는 압력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여름 이래로 여론 조사에서 노동당 정부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영국개혁당이 여론 조사에서 1위를 할 때가 많았고, 조만간 런콘 앤 헬스비 지역구에서 열릴 보궐선거에서도 영국개혁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영국개혁당 대표 나이절 퍼라지는 자신에게 반기를 든 자당 의원 루퍼트 로우에 맞서 입지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스타머의 노동당 정부는 많은 의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보기보다 훨씬 취약하다. 스타머는 우경화로 이를 만회하려 한다. 퍼라지는 복지 삭감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스타머도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언사를 따라한다. 예컨대, “지나치게 신중하고 무기력한 국가”에 맞서 “전기톱 프로젝트”를 감행하겠다고 한다.
복지 삭감은 노동계급의 노동당 지지를 더 약화시킬 것이다. 극우를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은 오히려 극우를 더 용인될 만한 세력으로 보이게 할 뿐이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진품을 지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리브스의 긴축 정책에 맞선 대중 저항과, 노동당이 아닌 왼쪽의 정치적 대안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