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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 결과:
보수당의 역사적 참패. 그러나 노동당에 대한 기대도 높지 않다

노동당이 보수당에 대한 대중의 분노로 반사 이익을 얻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노동당에 대한 대중의 열의도 높지 않다.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는 자기 선거구에서 1만 8888표를 득표했는데, 지난 2019년 총선에서 얻은 3만 6641표가 반토막 난 것이다.

보수당 참패. 노동당은 낮은 득표율로 대승해 집권. 인종차별적 정당 영국개혁당은 전진. 몇몇 무소속 후보와 팔레스타인 연대 후보들의 고무적인 승리. 이것이 이번 영국 총선 결과의 첫째 의미다.

해체돼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는 보수당의 몰락을 축하하자. 악행을 일삼던 자들이 역사적 참패를 당했다.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 페니 모던트, 국방장관 그랜트 섑스, 보훈장관 조니 머서, 법무장관 알렉스 초크, 사이먼 머서[재무부 정무차관 사이먼 하트의 오기인 듯하다 — 역자], 교육장관 질리언 키건 등 보수당 내각 성원 중 최소 여덟 명이 의석을 잃었다. 전 총리 리즈 트러스도 의석을 잃었다. 보수당은 마거릿 대처, 데이비드 캐머런, 보리스 존슨, 테리사 메이와 같은 보수당 총리들을 배출했던 선거구들을 잃었다.

7월 4일 영국 총선에서 참패한 보수당 총리 리시 수낙

보수당은 약 120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832년 총선 때의 175석,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이 승리한 1997년 총선 때의 165석, 보수당이 참패한 1906년 총선 때의 156석보다도 적다.

지금이 1906년이나 1832년인 것처럼 굴던 전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 제이컵 리스모그는 서머싯 선거구에서 노동당 후보에게 5000표 넘는 표차로 패배했다.

14년간 만행과 계급 전쟁을 벌인 보수당 정부의 시기가 막을 내린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보수당이 입은 손실의 상당 부분은 인종차별적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부상 때문이었다. 영국개혁당은 15퍼센트 넘게(약 400만 표) 득표했고, 최소 4석을 획득했다. 영국개혁당 대표 나이절 퍼라지는 클랙턴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이것은 위기가 심화되고 노동당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실질적이고 긴급한 위협이다. 영국개혁당의 부상은 역겨운 인종차별적 조처들을 도입하라는 압력을 키울 것이며, 노동당은 그 압력에 지금보다 더 굴종할 것이다.

더 강력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노동조합과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은 그 운동의 능동적 일부가 돼야 한다.

보수당 참패의 수혜자는 노동당이다. 노동당은 대략 410석을 획득해 압도 다수 의석을 갖게 될 것이다.

노동당의 예상 득표율은 36퍼센트인데, 이는 지난 2019년 총선 때보다는 몇 퍼센트포인트 높은 것이지만, 2017년 총선 때의 득표율 40퍼센트보다는 낮은 것이다. 스타머 돌풍은 없었다. 〈채널 4〉 뉴스 정치 평론가 개리 기번은 이를 두고 “애정 없는 압승”이라고 했다. 보수당은 졌지만, 노동당이 보수당을 압도한 것은 아닌 것이다.

BBC의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사실 스코틀랜드에서 노동당 득표가 늘지 않았다면 우리는 노동당 득표가 2019년 총선 때와 기본적으로 변한 게 없다고 보도했을 것이다.” 사실 득표수로 보면 노동당은 2019년 총선 때보다 더 적게 득표했다. 5년 전 총선에서 노동당은 1026만 9051표를 얻었다. 스타머의 노동당이 얻은 표는 그에 못 미친다. 5개 선거구의 개표가 남은 현재 노동당 표는 965만 254표로 집계됐다. 그러나 2017년 총선 때 노동당은 1300만 표 가까이 득표했었다.

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얕고 상당히 아슬아슬한 것이다. 안정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위기 속에서 최소 38석을 잃었다. 영국 국가가 정한 한계 안에서의 노력으로 스코틀랜드 독립을 이루려 한 잘못된 전략이 파산한 것이다.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는 자신의 선거구인 홀번 앤 세인트 판크라스에서 1만 8888표를 득표했다. 지난 총선에서 얻은 3만 6641표가 반토막 난 것이다. 같은 선거구의 무소속 후보 앤드루 페인스틴은 7312표(19퍼센트)를 득표해 2위를 했다.

일퍼드 노스 선거구에서는 노동당 예비내각 보건장관 웨스 스트리팅이 무소속 팔레스타인 지지 후보 리앤 모하마드를 500표차로 간신히 이겨 의석을 겨우 지켰다.

왼쪽에서 저항이 일어날 잠재력을 보여 주는 여러 긍정적 징후들도 있다. 7월 5일 오전 6시 현재 무소속 후보들이 영국개혁당과 비슷한 수의 의석을 얻었다.

노동당 전 대표 제러미 코빈은 이즐링턴 노스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노동당 후보를 상대로 압승했다. 코빈은 50퍼센트에 가까운 2만 4120표를, 노동당 후보는 1만 6873표를 얻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코빈은 사람들이 “뭔가 다른 것을 원한다”고 연설했다. 사람들은 두 자녀 아동수당 상한제를 철폐하고 민간 주택 임대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코빈은 연설했다. 사람들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하고, 가자지구의 끔찍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정부를 원한다고 코빈은 강조했다.

코빈은 스타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방금 이즐링턴 노스 선거구에서 재선했습니다. 이웃 선거구의 당선인인 만큼 저의 재선에 기뻐해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저의 출마를 바라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총선의 가장 특별한 결과 하나는 레스터 사우스 선거구에서 무소속 팔레스타인 연대 후보 쇼카트 애덤이 노동당 예비내각 성원 존 애시워스를 꺾고 당선한 것이다.

애덤은 1만 4739표, 애시워스는 1만 3760표를 얻었다. 애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저항은 여러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시위뿐 아니라, 지적·도덕적 논쟁, 경제 제재[BDS], 궁극적으로는 투표를 통해 행사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시대의 가장 큰 부정의의 하나를 외면한 자들에게 등을 돌렸다고 큰 소리로 똑똑하게 말해야 한다.”

애덤은 요크셔 크리켓 구단 내의 인종차별을 내부 고발한 크리켓 선수 아짐 라피크의 공개적 지지를 받았다.

브리스톨 센트럴 선거구에서는 녹색당 공동대표 카를라 데니어가 또 다른 노동당 예비내각 성원인 생엄 데버네어를 1만 표 차이로 꺾었다.

듀스베리 앤 배틀리 선거구에서는 무소속 후보 이크발 모하마드가 노동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다. 모하마드는 1만 5641표를, 노동당 후보는 8707표를 얻었다. 모하마드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고통을 겪고 있고, 해악적인 기성 정당들과 그들의 유해한 정치와 정책, 인종 학살 지지에 진력이 나 있습니다.”

블랙번 선거구에서는 무소속 후보 아드난 후세인이 당선했다. 그러나 로치데일 선거구에서 보궐선거로 당선해 125일 동안 의원직을 지낸 영국노동자당 대표 조지 갤러웨이는 이번에 낙선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지만 차별 문제에서 반동적 입장인 영국노동자당은 무소속 후보들보다 대체로 나쁜 선거 성적을 거뒀다.

오전 6시 현재 노동당은 버밍엄의 몇몇 선거구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노동당 원내 지도부의 일원인 제스 필립스는 700표 차로 간신히 의석을 지켰다. 페리 바 선거구에서는 무소속 후보 아유브 칸이 당선했다. 칸은 노동당의 칼리드 마흐무드를 꺾고 승리했는데, 마흐무드는 블레어 정부 때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을 지지했고 그 후에는 무슬림들이 버밍엄의 학교들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거짓으로 판명난 ‘트로이 목마 음모론’을 퍼뜨렸던 자다.

무함마드 알리 이슬람, 아즈하르 이크발 초한, 마이클 라발레트 등 당선하지는 못했어도 좋은 성적을 거둔 무소속 후보들도 있다. 〈소셜리스트 워커〉를 지지하는 후보 맥신 보울러는 셰필드 선거구에서 2537표(8퍼센트)를 얻어 4위를 했다.

선거는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반(反)긴축 투쟁이 거리와 일터에서 벌어질 것이다.

노동당 득표의 의미는 무엇인가?

노동당 투표자의 대부분은 확고한 스타머 지지자가 아니다. 그들이 노동당에 투표한 것은 예컨대 저임금과 낮은 수당, 감당할 수 없는 집세, 부패에 찌든 정부를 끝장내고 싶기 때문이었다.

어느 시점이 되면 그런 정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스타머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날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는 선거 전날 노동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힌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유고브는 이렇게 보도했다.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답한다. 가장 흔한 답변은 ‘보수당을 몰아내려고’다. 노동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의 48퍼센트가 그렇게 답했다.

“두 번째로 많은 답변(13퍼센트로 1위와 격차가 크다)도 같은 정서를 보여 준다. ‘이 나라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노동당 투표의 가장 큰 동기라는 것이다.”

“노동당 정책에 동의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은 5퍼센트에 불과했고, “키어 스타머의 리더십”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은 1퍼센트였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통계 전문가 존 번스머독은 이렇게 지적했다. “이번 선거 유세에서는 노동당에 대한 열광이 없는 것이 실로 두드러졌다. 내일 총선에서 노동당에 투표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노동당에 대한 호감은 2019년, 2017년, 2015년(그 이전은 데이터가 없다)보다 훨씬 덜하다. 노동당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뿔뿔이 흩어질 꽤 취약한 유권자층인 것이다.

“보수당은 2019년 총선 때 지지자들 사이에서 딱히 인기가 높지 않았는데, 이는 그 후 보수당이 추락한 중요한 원인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번 노동당 투표자들의 열의는 2019년 총선 때 보수당 투표자보다 훨씬 덜하다.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놓기 시작하지 않는다면 노동당은 사방팔방으로 표를 잃을 것이 뻔하다.”

스타머는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역겨운 우익 신문 〈선〉의 요란한 칭찬을 들으며 선거에 돌입했다. 〈선〉은 이렇게 썼다. “키어 스타머 경은 토니 블레어가 총리를 지낸[1997~2007년] 이후 처음으로 노동당을 다시 중도 정치로 끌고 와 나라를 이끌 자격을 얻었다.”

스타머도 이에 화답했다. ”〈선〉의 지지를 받게 돼 기쁘다. 이것은 노동당이 다시 노동하는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당으로 크게 변화했음을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기업들과 우익 언론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스타머의 노력은 성과를 냈다. 그리고 스타머는 그 합의를 지키며 영국을 통치할 것이다.

노동당은 정부 출범 100일 안에 글로벌 투자 정상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했다. 노동당은 자신이 주도해서 결성한 소위 ‘영국 기간산업 위원회’와 회의를 해 민간 자본과 할 거래에 관해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블랙록, 로이즈 뱅킹 그룹, 산탄데르 UK, HSBC, 피닉스 그룹,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등 투자·금융 기업의 대표들이 참가했다. 그들은 새 정부의 기조에 노동조합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저항이 없다면 말이다.

영국노총(TUC) 위원장 매트 랙은 이렇게 말했다. “노동조합은 신임 장관들 모두에게 ‘노동자를 위한 뉴딜’에서 약속한 것을 지키라고 촉구할 것이다.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부당 이득을 취하는 자들이 아닌 노동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세력 균형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 보수당의 악랄한 반(反)노동조합법을 철폐하는 것이 그 출발이 돼야 한다.”

그보다 훨씬 많은 게 필요하다. 그러나 노동당이 철폐하겠다고 약속한 2016년의 반(反)노조법, 더 나아가 모든 반노조법을 철폐하기 위해서라도 진정한 투쟁이 벌어져야 한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두 종류의 청중에게 말해야 한다. 첫째 청중은, 스타머의 노동당이 변화에 충분히 헌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반신반의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가능한 한 모든 곳에서 협력해서, 노동당이 약속한 반노조법 철폐, 두 자녀 아동수당 상한제 철폐, NHS(국민보건서비스) 재정 증액과 같은 구체적 쟁점들과 그 밖의 더 큰 사안들을 두고 함께 운동을 벌여야 한다.

둘째 청중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빈곤, 인종차별 등에 맞서 싸울 태세가 돼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을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에 동원해야 한다. 그 시작은 7월 27일 토요일 나치 토미 로빈슨이 벌일 런던 시위에 대한 맞불 행동일 것이다. 우리는 팔레스타인과 임금, 복지를 위해, 기후 재앙에 맞서기 위해 투쟁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투쟁에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더 큰 중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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