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팔레스타인 연대 부산·대구 집회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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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궃은 날씨에도 저항과 연대를 지속하다
10월 27일 일요일 부산에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그럼에도 도심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궃은 날씨에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집회와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비가 와도 집회를 그대로 진행한다는 공지를 다들 반겼다. 참가자들은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쓰고 한 손에는 팔레스타인 깃발과 팻말을 들었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마이크를 잡고 구호를 외쳤다.
오후 2시 30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린 제23차 팔레스타인 연대 부산 집회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참가했다.
한 일본인 유학생은 몇 주 전에 대학 캠퍼스에서 포스터를 보고 사진을 찍어 뒀다가 지금에야 참가하게 됐다며 집회 조직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집회가 끝날 때까지 사회자와 발언자들 옆에서 우산을 씌워 줬다. 그는 조만간 일본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릴 것이라며, 일본을 여행할 예정인 또 다른 집회 참가자와 일본 집회에서 만날 약속을 잡았다.
이집트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던 이맘 아므르 씨는 마이크를 잡고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폭로하고, 미국과 아랍 국가들의 이스라엘 지원을 규탄했다.
“지난 385일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해당했습니다. … 우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산 채로 불에 타는 것을 방송에서 봤습니다.
“지금 가자지구 북부는 포위돼 있습니다. 폭격과 민간인 학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포위 때문에 식량·식수 반입이 막혀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폭격과 총탄에 살해당하거나 굶주림으로 죽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의 제국주의자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민중의 피와 고통을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
“아랍의 억압적인 권위주의 정권들도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중동 나라들이 폭정과 지배로부터 해방되는 데서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저 끔찍한 범죄를 막기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데 각국 정부들이 과연 움직이겠습니까?”
집회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하메드 씨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에 보내 온 음성 메시지를 함께 들었다. 참가자들은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결돼 있다는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부산 서면 거리를 행진했다.
행인들은 에너지가 넘치는 행진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며 환영했다. 이 행진이 무슨 주장을 하는지 유심히 살피던 한 할아버지는 “젊은이들이 옳은 일을 한다”며 크게 박수를 쳤다. 이 할아버지뿐 아니라 많은 행인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엄지를 척 하니 들어 주고, 대열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휴대폰에 담았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구호를 외치며, 11월 10일 집중 행동의 날 서울 집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정성휘
대구: “중요한 것은 저항하는 것입니다!”
10월 27일 일요일 오후 3시 대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이 주최하는 네 번째 팔레스타인 연대 대구 집회가 열렸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팔레스타인·이집트·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40명 넘게 모였다.
대구여성광장 회원들은 할랄 쿠키를 정성스럽게 준비해 와서 참가자들에게 나눠 줬고, 따로 모금까지 해 와서 팔연사에 후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강화하고, 레바논에 이어 이란까지 공격한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마르얌 씨가 첫 발언을 했다. 마르얌 씨는 전날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 이어 대구 집회에도 참가해 저항과 연대를 호소했다.
“이스라엘의 확전 시도는 중동 지역 전체를 전쟁 직전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지금도 인종 학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중동은 수많은 문명의 요람이었습니다. 저 시온주의자 괴물들이 독점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중동의 자유민들에게는 이스라엘에 없는 의지·진실·신념의 힘이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스라엘이 가진 무기는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유의 대가가 크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그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소망합니다. 전 세계가 우리와 연대하고 우리를 지지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딸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방글라데시인 샤일라 씨도 저항을 호소했다.
“이 집회에 오기 전에는 시위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저항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대량 학살, 기아, 고통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저항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는 진짜로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끔찍한 학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증언하고,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보이콧하고, 기부하고, 항의하고, 기도합시다.”
참가자들은 비옷을 입고, 또 우산을 들고 연설에 귀기울였다.
사회자는 10월 23일 대구 엑스코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 미래모빌리티엑스포(DIFA) 이스라엘 기업 참가 규탄 기자회견 소식을 전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팔연사 활동가들은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윤석열 정부와 대구시를 규탄했다.
“분노스럽게도 윤석열 정부는 이스라엘의 학살 전쟁을 돕고 이스라엘의 숨통을 틔워 주고 있습니다. 가자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동안 최소 18억 원어치의 무기도 수출했습니다. 이스라엘과의 공조를 확대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우리의 연대 운동이 더욱 굳건하게 벌어져야 합니다.”
참가자들은 함께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 중단하라”고 외쳤다.
현대중공업 노동자 권준모 씨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지속하자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영웅적인 저항, 주변 아랍 민중들의 자국 정부를 향한 혁명적인 투쟁,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강력하게 지속·확대될 때 인종 학살 쓰레기 국가 이스라엘을 패망하게 만들고,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지치지 말고, 멈추지 말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합시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인파로 가득찬 동성로 일대를 행진하며 “이스라엘 테러리스트,” “Resistance Never Dies(저항은 결코 죽지 않는다)”,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 등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방글라데시 청소년이 행진 중간에 구호를 선창해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도 했다.
대열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행인들이 박수를 보내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 동행인들과 중동 정세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힘차게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11월 10일 서울에서 열릴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도 더 많이 참가하자고 결의했다.
안우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