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수만 명이 임금 인상과 윤석열 퇴진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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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12월 3일 계엄 실패 이후 거리와 대학에서 퇴진 운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쟁의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하루 전부터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가운데 오늘은 학교 비정규직(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하루 파업에 나섰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 소속 6만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주최한 파업 집회에 전국에서 상경한 조합원 3만여 명이 모였다. 세종대로를 가득 메운 모습은 장관이었다.
분홍색 모자를 쓰고 조끼를 입은 조합원들은 오랜만에 서울 도심에 모여 존재감을 과시했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느껴졌고, 첨예한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뿌듯함도 엿보였다.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뜻하는 구호(집단임금교섭 승리)와 윤석열 퇴진 구호를 번갈아 외쳤다. 도심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현재의 혼란스러운 국회 상황과 대비되는 속 시원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반면, 시청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악을 써대는 우파 집회는 썰렁하고 처량해 보였다.
연단 발언도 임금 인상과 윤석열 퇴진 요구에 절반가량씩 할애됐다.
사회를 맡은 유정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은 민중의례에 앞서 윤석열의 계엄 시도를 규탄하고, 2차 계엄 시도 가능성을 경고하며 조합원들에게 정권 퇴진 촛불 집회 참가를 호소했다.
민태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지난 12월 3일 국회로 달려가 계엄을 막은 시민들과 노동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인사를 전했다.
“지난 12월 3일 밤 10시 반 현직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충격적인 뉴스를 보고 누구보다 가장 먼저 국회로 달려간 용감한 시민들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신속하게 결집했기 때문에 헬기와 장갑차를 타고 총칼로 무장한 공수부대, 특전사, 군인들의 사기를 꺾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보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빨리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합니다.”
민 위원장은 조합원 6만여 명이 이날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며, 차별 해소를 거부하는 교육청을 규탄했다.
“위험수당 1만 원 인상으로 급식실 문제 해결을 하겠다는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2025년 최저임금 수준인 기본급 11만 270원 인상안 수용은커녕 6만 6000여 원 반토막 인상안을 제출한 교육청 관료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낸 교육부를, 그리고 윤석열 정권을 박살내야 합니다.”
무대에 오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모두 윤석열 국회 탄핵 절차가 예정된 오늘 저녁과 내일 국회 앞으로 와 달라고 호소했다.
현장 조합원 발언에서는 교육청과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교육청들도 우리를 정규직이라고 본다면서요. 그래서 비정규직이라는 말도 쓰지 말라잖아요. 그런데 정규직한테 이러시면 안 되죠. 교육감님들, 우리는 연중에 9개월만 월급을 받는 것 알고 계시는가요? 아르바이트생들한테도 이렇게 일 시키면 악덕 사장이라고 욕먹어요.”(구영순 경남지부 양산지회장)
“흑백 요리사라는 프로그램으로 학교 급식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전 세계 사람들이 알게 됐다고 하더라. 이제 급식실에 애증이 생기네. 이제 학교 급식실이 환경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데도 요새는 학교에 일할 사람이 안 들어와. 위험한 일인데 최저임금도 안 되니 오기 싫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아. 근데 교육청들은 조리 로봇이다, 위탁급식이다, 현장 모르는 소리만 해대니 나도 이제 겁이 나고 있어”(박화자 경기지부 부지부장이 친구에게 보내는 영상편지)
“2022년 임기 초 혼밥하지 않고 국민 앞에 숨지 않는 대통령이 될 거라고 해서 급식 노동자들이 밥 한 끼 같이 하자고 용산 찾아갔을 땐 왜 외면하셨나요? 그때 낮은 곳에서 성실히 노동하는 학교 비정규직 얘기에 공감하셨다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요. 대통령님 마지막 경고입니다. 박근혜 때처럼 추운데 국민들 촛불 들고 거리로 나가 고생하게 만들지 마시고 스스로 물러나고 법의 심판을 받으세요.”(최혜련 서울지부 성동광진지회 사무국장)
노동자들은 오늘 파업이 1차 경고라며 전향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2차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노동자들도 파업을 하고 전국 시·도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