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투쟁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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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둔산여고는 4월 2일부터 저녁 급식이, 글꽃중학교는 12일부터 점심 급식이 중단됐다.
대전시교육청은 “노조의 쟁의 행위가 학생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보수적인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와 〈조선일보〉 등도 비난에 가세했다. 윤석열이 파면되고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된 상황을 이용해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까 봐 단속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간 노동자들의 절절한 호소를 못 들은 체하며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침해하고, 급식 중단 사태를 불러온 책임은 대전시교육청에 있다.
대전 지역 급식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대전시교육청에 인력 충원과 노동강도 완화, 조리 업무의 공정 간소화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교육청은 줄곧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했다.
이에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 소속 급식 노동자들은 2월부터 ‘준법 투쟁’(일부 공정 및 부당 업무를 거부)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인력 부족으로 제한된 조리 시간 안에 제대로 급식을 준비하는 것이 무리라고 호소해 왔다. 당장 인력을 대폭 늘리기 어렵다면 즉각적으로 노동강도를 완화할 수 있는 일부 조처라도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예컨대 자른 미역, 깐 양파, 액상란(껍질을 제거한 달걀의 내용물) 등 손질된 식재료 조달, 설거지를 늘리는 식판 외 별도의 국그릇 사용 금지, 교직원을 위한 별도의 배식대와 반찬 금지 등이다.
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에 따르면, 대전시 300여 개 학교 중 대부분이 문제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 유독 두 학교만 노조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학교 급식실에 조리원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신규 조리원 선생님들이 한 달을 견디지 못합니다. [결원 발생 시] 대체 인력도 없습니다. 저희가 준법 투쟁을 하게 된 이유는 급식실의 심각한 노동강도 때문입니다.”(김양희 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장)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상처가 나을 때까지 붕대를 감고 장갑을 끼고 그냥 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조리원들은 아파도 일을 마친 후 병원에 다녀오고 서로에게 피해가 갈까 미안한 마음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 같이 출근을 합니다.”(배지현 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 글꽃중학교분회장)
죽음의 급식실
이는 비단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 급식실은 엄청난 노동강도와 빈번한 산업재해 발생, 최저임금에 불과한 기본급, 방학 중 무임금 등 노동조건이 열악하기로 악명 높다.
학교 급식실은 노동자 한 명이 담당하는 식사 인원도 국립대병원이나 군대 등의 집단 급식소에 비해 2~3배나 된다. 적은 인원으로 서둘러 많은 식사를 준비하다 보니, 화상과 낙상 등 각종 사고는 물론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산다.
노동자들은 각종 튀김·볶음·구이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 물질(조리흄)에도 노출된다. 지금까지 170명에 가까운 급식 노동자들이 폐암 산재 판정을 받았고 안타깝게도 13명이 세상을 떠났다.(까다로운 산재 판정 절차와 기준을 고려했을 때, 실제 산재로 폐암에 걸린 급식 노동자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각 교육청은 급식실 환경 개선과 노동자 처우 개선엔 마냥 늑장을 부리고 있다.
이런 탓에 학교 급식실은 자발적 퇴사와 신규 채용 미달로 인력이 더욱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급식의 질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13일 둔산여고 한 학생은 교내에 성명을 붙여, “조리원 선생님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급식이 결국엔 우리에게도 가장 좋은 급식이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라며 급식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조리원 선생님들은 기계가 아닙니다. 힘들면 쉴 권리가 있고, 아프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더 나은 환경을 요구할 자격이 있습니다.”
이에 둔산여고 급식실 조합원은 답신을 통해 고마움을 전했다.
“학생 말고도 노동조합에 응원 메일을 보낸 친구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용기와 따뜻함에 우리는 큰 힘을 얻었습니다.”
인력 충원과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투쟁에 나선 대전 지역 학교 급식 노동자들을 지지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