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미디어의 쿠르스크 ‘북한 전투병’ 보도가 보아 넘기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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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미국 정부는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북한군이 전투에 참가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국내 언론들은 계속 기정사실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존 커비는 2024년 12월 27일(현지 시각) 브리핑 서두에서 그 전주에 북한군 1000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는 여전히 없고, ‘아니면 말고’식의 거짓말이 넘친다.
존 커비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보복당할까 두려워서” 북한 군인들이 투항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태껏 북한군 포로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만 명 이상의 북한 군인이 쿠르스크에 와야 했는데 그들이 모두 포로가 될 바에야 죽겠다고 각오한 사람들이라고? 북한 사람들은 모두 “세뇌된”(존 커비)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부추기며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다.
1968년 박정희를 죽이려고 서울에 침투한 31명의 북한 특수부대원들 중에도 생포된 자(김신조)가 있었다. 그런데 수만 명이 싸우는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포로 1명 없다는 것은 상당히 미심쩍다.
물론 전쟁이 벌어지면 국가가 온갖 거짓 프로파간다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진실이라 해도 언론의 자기검열하에 있는 우리가 그 모든 거짓말을 샅샅이 파헤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하는 영상들을 보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정말 처참하다는 것이다. 엄폐물 하나 찾기 어려운 들판 위에서 병사들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에 우왕좌왕하다가 속절없이 당하는 것이다. 경무장한 병사들은 드론에 대항할 수단이 없고, 그 병사들의 초췌한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하다. 공격이 끝난 후에는 병사들의 시체가 눈밭 위에 나뒹군다.(영상 속 병사들이 북한 사람인지는 알 길이 없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정부는 러시아와 북한 정부가 병사들을 소모품 취급한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을 죽인 무기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쥐여 준 것이다. 서방과 러시아 간의 제국주의 쟁투 속에 우크라이나군의 서방제 무기에 의해 평범한 병사들이 벌판에서 도륙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방 정치인들은 학살을 더 많이 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계속 부추기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크라이나 청년들도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위해 써먹는 소모품 취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쿠르스크의 북한 전투병’ 문제를 거론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존 커비는 바이든이 승인한 새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패키지가 며칠 안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러시아군의 폭격과 “북한의 인해전술”을 물리치는 데 필요하다면서 말이다.
이렇게 바이든은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우크라이나군을 이용한 서방의 대리전이 지속되는 것을 보장하려 애쓰는 중이다.
앞서 12월 23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커트 캠벨은 한국 외교부 제1차관 김홍균을 만나,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 발생, 북·러 군사 협력 저지 방안을 의제의 하나로 다뤘다.
이는 미국 정부가 탄핵 정국 속에서 한미 협력이 손상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한국 정치권에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와 북한이라는 ‘공통의 위협’을 상기시켜서 말이다.
국내에서는 국정원이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말하는 ‘쿠르스크 북한 전투병’ 소식을 적극 ‘확인시켜’ 주고 있다. 쿠데타 전에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첩보를 국정원이 정보로 가공하고, 이를 나중에 미국이나 나토가 ‘확인시켜’ 주는 경로를 밟았다. 탄핵 정국인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먼저 말하면 국정원이 맞장구치는 식이다.
국정원은 윤석열 쿠데타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은 정황이 있는 조직이다. 계엄 당시 방첩사령관 여인형은 “중요 임무는 검찰과 국정원이 할 것이니 그들을 지원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한 바 있다.
그런 국정원이 쿠데타 이후에도 쿠르스크의 ‘북한군’에 관한 정보를 계속 재생산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는 반격을 꾀하는 윤석열과 우익들을 지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