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없이 중상을 소개한 〈한겨레〉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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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최근 ‘9년째 이어진 2차 가해… 팔레스타인 연대체는 2개로 쪼개졌다’ 제하의 기사를 냈다. 그 기사의 필자인 김가윤 기자는 노동자연대가 성폭력 2차가해 단체라는 케케묵은 중상을 소개했다.
“신뢰, 공정을 바탕으로” 보도한다는 〈한겨레〉의 기치가 무색하게도 김 기자는 기자의 기본 의무인 충실한 사실 확인과 교차 검증도 없이 해당 보도를 했다.
김 기자는, 노동자연대를 ‘성폭력 2차가해 단체’라고 모략하다 관련 소송에서 패소해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야 했던 측(50대 남성 전지윤 씨, 10여 년 전 노동자연대에서 징계받고 탈퇴함, 이하 존칭 생략)의 일방적 주장만을 소개했다. 그래서 해당 기사는 핵심 사실 누락, 허위사실, 왜곡으로 가득하다.
나는 노동자연대의 청년 여성 회원으로서, 노동자연대가 전지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민사소송 재판을 3년여간 직접 방청하며 관련 주장과 증거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그런 나로서는 해당 기사의 문제점을 보아 넘길 수 없었다. 그래서 김 기자에게 직접 연락해 사실관계 오류를 지적하며 반론 보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 기자는 사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다시금 드러내며 내 지적에 대해 침묵·회피했다. 〈한겨레〉 편집인과 편집국장에게도 같은 취지의 메일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며칠 뒤 〈한겨레〉 지면에도 해당 기사가 게재됐다(내 지적 중 극히 일부 오류만을 슬그머니 삭제한 채). “노동자연대, 소속 가해자 대변” 등과 같은 완전한 허위사실까지 발문으로 뽑아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해당 보도의 문제점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확인과 교차 검증 부재
어떤 사건에서 당사자 간 입장이 대립하고 있고 그것도 수년간 법적 공방까지 벌인 첨예한 문제라면, 양측을 모두 취재해 교차 검증하는 것이 취재의 기본이다. 〈한겨레〉 취재보도준칙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적 사안 등을 다룰 때는 일반적 경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견지”해야 한다며 교차 검증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 기자는 이 사건의 당사자이자,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측인 노동자연대의 입장을 취재하지 않았다. 상대 측은 인터뷰한 반면, 노동자연대 측에는 확인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김 기자는 “법원 판결문과 … 노동자연대 입장문 등”을 종합해 썼다지만, 법원 판결과 노동자연대 해명을 통해 밝혀진 진실들은 일절 나오지 않는다.
그 기사에는 그저 전지윤과 그가 대리하는 ㄱ씨, 그리고 그들이 속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의 일방적 주장만이 있을 뿐이다.
핵심 사실관계부터 오류투성이
그러다 보니 해당 기사는 주요 사실관계가 오류투성이다.
첫 출발점부터 그렇다. 2016년 ㄱ씨가 공개토론회 석상에서 과거 노동자연대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한 후 노동자연대가 그에게 공동 진상조사를 요청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노동자연대는 ㄱ씨가 신뢰할 만한 기구와 공동으로 조사해 가해자를 처벌하자고 제안했다.
좌파에서 성적 피해가 제기되면 당사자들이 속한 단체들이 공동으로 기구를 꾸려 진상을 조사하고 해결해 온 전례가 있는 만큼, 노동자연대의 제안은 합당한 조처였다.
그러나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다고 여길 이 제안을 ㄱ씨와 그 대리인 전지윤은 조사 제안이 “피해자 의심하는 성폭력 2차가해”라고 비난하며 제3의 단체와의 공동조사 제안도 거부했다.
그런데 김 기자는 노동자연대의 조사 제안을 다루면서 놀랍게도 정작 위와 같은 사실은 쏙 뺐다. 그리고 그 공백을 근거 없는 편견으로 채웠다. 노동자연대의 조사 제안이 피해호소를 문제 삼고 의심한 것인 양 말이다. 그러나 백보 양보해 설사 그렇다손 쳐도 공동 진상조사조차 공정하지 않고 부당했겠는가?
김 기자는 ‘ㄱ씨는 가해자가 노동자연대 회원이라고 밝힌 적이 없는데도 노동자연대가 강제 사건화했다’는 전지윤 측 주장도 그대로 소개했지만, 이것도 참말이 아니다.
ㄱ씨는 애초 공개토론회에서 ‘동영상 사건[전지윤이 노동자연대 모략의 소재로 삼은 또 다른 사건]의 피해자를 2차가해한 바로 그 공동체에서 나도 성적 피해를 당했다’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노동자연대가 동영상 사건을 놓고도 2차가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것도 소송에서 허위사실로 판결 났었다.)
전지윤이야말로 ㄱ씨의 공개토론회 발언 녹취록을 온라인상에 공개함으로써 이 사건을 공론화했다. 노동자연대-전지윤 간 소송에서도 이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됐고, 재판부는 “그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자연대 회원들은 그러한 발언의 내용이 노동자연대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이후 ㄱ씨는 노동자연대 회원 P씨에게 전화해 그를 가해자로 지목하고 “단체에도 알려라,” “주변에 말한 적 있으니 조사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 통화 녹음파일을 손수 자신의 친언니(노동자연대 회원)에게 보냈다. 이에 따라 노동자연대는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처럼 공론화와 사건화(조사 요구)가 모두 ㄱ씨와 그 대리인 전지윤의 행위였다.
그런데도 전지윤은 “ㄱ씨가 가해자를 지목하지 않았다”는 거짓말과 함께, “노동자연대는 가해자가 누군지 진작에 알고 그를 두둔하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비난하는 글을 쓰게 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비방 연서명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는 사실무근이었기에 가해자 지목 통화녹음 증거를 확인한 한 단체는 연서명을 철회했다.
위와 관련한 증거들은 모두 법원에 제출됐다. 대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가해자 지목 통화 녹음파일 등 가장 기본적인 증거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거짓을 재생산하는 게 기자 정신인가?
김 기자는 노동자연대의 조사와 평결도 “2차가해”라고 썼으나, 여기서도 김 기자는 정작 평결의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노동자연대의 평결은 무엇이었나? 첫째, 성폭력 여부뿐 아니라 성관계 여부조차 증거가 불충분해 원사건의 실체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둘째, 가해혐의자가 노동자연대의 엄격한 조사에 반발하며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노동자연대는 그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셋째, ㄱ씨에 대한 일체의 연락·접근 금지 처분도 내렸다.
법원은 이런 노동자연대의 조사·평결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전지윤이 말하는 “가해자 비호, 사건 은폐, 면죄부 주기” 등이 없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노동자연대, 소속 가해자 대변”이라는 기사 발문이 허위임이 명백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판결에 대한 무지와 왜곡
김 기자는 노동자연대와 전지윤 간 소송 판결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면서도 정작 그 재판의 결론이 무엇인지, 즉 누가 승소했고 왜 승소했는가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전지윤이 이긴 것처럼 왜곡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무엇이었나? 전지윤이 노동자연대에 대해 유포한 핵심 주장들이 허위사실로 밝혀져 노동자연대가 승소했다. 전지윤도 노동자연대에 똑같이 맞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이유가 없다며 전부 기각됐다.(‘법정에서의 거짓말을 스스로 밝히고 노동자연대 비방을 중단하라’ 참조)
재판부는 노동자연대가 “피해 여성을 거짓말쟁이로 몰며 괴롭혔다,” “가해자 말만 듣고 가해자에게 면죄부 주고 사건을 덮었다,” “피해 여성의 신상을 공개하고 인신공격했다” 등등의 전지윤 주장을 모두 허위사실로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ㄱ씨가 제기한 성폭력 혐의에 대한 노동자연대의 조사와 평결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이는 김 기자가 노동자연대의 조사와 평결이 “2차가해”라고 보도한 것과는 정면 배치된다.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이 바로 노동자연대 조사/평결의 정당성 여부였음을 고려하면, 김 기자가 이 내용만 쏙 빼고 판결을 논술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김 기자는 판결의 주요 내용은 무시한 채 판결문의 일부 문구를 전체 취지에서 잘라 내어 이것이 전지윤의 주장을 재판부가 사실로 인정한 것인 양 썼다.
그러나 인권단체 공익소송팀 K 변호사, 성폭력 위기센터 자문 Y 변호사 등 복수의 인권 변호사들은 김 기자의 보도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명예훼손 민사소송의 기본 법리에 무지한 보도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그 소송의 핵심 쟁점은 원고[노동자연대]가 소속 회원의 성폭력 혐의를 제대로 다뤘느냐이다. 바로 이 쟁점에서 재판부는 노동자연대 측 조사와 평결의 정당성을 인정했고, 이에 대한 피고[전지윤]의 주장이 허위라고 판시했다.
“이런 바탕 위에서, 단지 피고의 일부 주장에 한해 ‘그의 입장에선 그렇게 믿을 만했다’고 보아 손배액을 일부 감해 준 것일 뿐이다. 또한 ‘그렇게 믿을 만한 사정’을 인정했다 하여 그것이 곧 ‘사실 인정’은 아니다. 이를 구분치 않고 마치 피고 주장이 명백한 사실로 인정된 것처럼 서술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심지어 그 일부 문구조차 전지윤이 온갖 거짓말과 발뺌, 둘러대기를 하며 받아 낸 구절이었다는 사실과 그 의미는 〈노동자 연대〉 최미진 기자가 이미 밝혔다.(‘전지윤 씨의 중상모략 운동을 즐겁게 활용하는 자들은 절대 읽지 말 것’ 참조)
김 기자가 간과한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노동자연대가 전지윤에게 제기한 소송을 두고 전지윤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자[ㄱ씨]를 역고소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 것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인정됐다. 전지윤은 항소심에서 이 판단을 뒤집으려 애썼지만 명백한 증거에 부딪혀 기각됐다.
전지윤은 ‘노동자연대가 피해자를 법정에 세워 피해자와 가해자가 직접 법정에서 대면케 했다’면서 위와 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ㄱ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나오게 하고, 심지어 가해혐의자와 같은 기일에 신문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다름 아닌 전지윤이었으므로 위 주장은 황당한 거짓말이었다.
김 기자는 판결문을 제대로 읽고 기사를 쓴 걸까?
재한 팔레스타인인 등 아랍인 운동 참가자들 무시
노동자연대의 ‘2차가해’ 때문에 팔레스타인 연대체가 두 개로 쪼개졌다는 해당 기사의 제목도 취재 과정의 부실함과 불공정성을 보여 준다.
김 기자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관련 2개의 연대체를 다루면서도 두 곳 중 한 연대체(긴급행동)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했을 뿐, 또 다른 연대체인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입장은 일절 취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해당 연대체의 명칭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고 “노동자연대 쪽”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팔연사는 재한 팔레스타인인·아랍인들과 44개의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는 연대체이다. 이런 연대체의 명칭과 구성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노동자연대 쪽”은 팔연사에 소속된 구성원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더구나 김 기자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헌신해 온 재한 팔레스타인인들 등 아랍인들의 다수가 긴급행동의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불가’ 입장을 비판한 사실도 취재/보도하지 않았다.
그분들은 근거 없는 ‘2차가해’ 낙인찍기를 내세운 긴급행동 측의 분열주의를 비판했고, 긴급행동의 주도적 단체들이 별도의 연대체를 만든 진정한 이유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선제 공격에 대한 의견 차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관해 기사를 쓴다면 적어도 재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장을 확인해 보는 노력은 기울여야 했을 것이다.(‘긴급행동 조직자들이 팔연사를 두려워하는 진정한 이유’ 참조)
진실을 보도하려는 노력은 기자와 언론의 책무
그런데 김 기자는 왜 세 달도 더 된 긴급행동 측의 연대 거부 결정을 새삼 다시 꺼내들어 기사화한 것일까?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팩트 체크조차 생략하고 말이다.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가자 학살 1년을 맞아 팔연사가 개최한 국제 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신문 1면에 크게 보도한 바 있다. 긴급행동 주도 단체들은 〈한겨레〉가 자신들의 집회가 아닌 팔연사 집회를 보도한 것이 못내 불만이었을까? 그 보도 직후 긴급행동 측은 경쟁심을 앞세우며 돌연 노동자연대와 연대 거부를 선언했다.(’‘노동자연대와 연대 불가’(긴급행동) 결정 철회하라’ 참조)
김 기자의 이번 보도가 세 달 전 긴급행동 측이 〈한겨레〉에 느낀 섭섭함을 조금 달래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약속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팔연사 주최의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 공동행동의 날이 준비되고 있는 시점에서 김 기자가 팔연사 측을 근거 없이 깎아내리는 보도를 한 것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과연 도움이 되는 일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간 민주노총 중앙집행부 등 많은 단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앞세우고,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다며 노동자연대를 배척해 왔다. 이 때문에 노동자연대는 오랜 세월 큰 고통을 받아 왔다. 나 같은 여성 회원들은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능력도 없는 바보 취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모략을 주도한 전지윤과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노동자연대가 승소한 것으로 우리의 고통이 조금은 보상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판결 후에도 전지윤과 그 동조자들은 심지어 패소 사실까지 숨기며 뻔뻔한 거짓말과 왜곡을 지속하고 있다.
〈한겨레〉가 공정 언론을 지향한다면 게으르게 일방의 주장만을 옮길 게 아니라 오히려 사건을 깊게 파고들어 진상을 알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진실을 알아내려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기자와 언론의 사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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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탓을 하지만:
긴급행동 조직자들이 팔연사(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를 두려워하는 진정한 이유
전모 씨가 대변자연하며 둘러대도,
하마스 관련 긴급행동의 약점은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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