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노동자연대와 연대 불가’(긴급행동) 결정 철회하라
전지윤 씨가 중상모략 사과하라

1.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을 서로 반목케 하는 분별없는 행동

11월 5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은 ‘노동자연대와 연대 불가’ 입장을 공개했다. 스스로 켕기는지 제목도 달지 않고 발표했다.

노동자연대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에 능동적으로 참가해 이미 1년 넘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고 있다. 팔연사에는 현재 재한 팔레스타인인·아랍인들이 함께하고 있고 한국 시민단체·사회단체 44곳도 가입해 있다.

그러기 전에는, 일찍이 지난해 10.7 하마스 선제공격 직후에 노동자연대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BDS Korea) 등 현재 긴급행동 소속 단체들 일부에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에 함께하자고 제안했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BDS Korea)는 거절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그들은 새삼스러운 결정을 한 것이다. 결정을 한 시점이 공교롭다. 긴급행동과 팔연사는 가자 학살 1년을 맞아 각각 10월 5일과 10월 6일에 전국 집중 집회를 열었다. 〈한겨레〉는 10월 7일 자 1면에 팔연사 집회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주간지 〈시사인〉은 팔연사 집회를 “가자지구 전쟁 이후 1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가장 큰 반전 집회”라고 보도했다. 그 뒤 긴급행동은 회의를 소집해 ‘노동자연대와 연대 불가’를 결정했다.

오비이락일까?

긴급행동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를 표방한다. 하지만 교회·학교·언론·정당·노동조합 같은 제도를 뜻하는 (그람시적 의미의) 시민사회는 고사하고 한국 시민단체·사회단체들도 대표하지 않는다.

또, 긴급행동은 전체회의에서 ‘노동자연대와 연대 불가’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그 회의에는 소속 단체 218곳(회의 당시) 중 겨우 20개 남짓 단체들만이 참석했다. 10퍼센트도 안 되는 소수 단체들이 전체회의를 참칭한 것이다. 그나마 대중 조직이나 규모가 큰(그만큼 져야 할 책임이 큰) 조직은 거의 없다. 또, 당시 회의 참석자들이 소속 단체의 결정을 위임받아 표결한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소속 단체의 위임을 받지 않고 표결했다가 내부의 이의 제기를 받아 결국 그 단체의 표결 기록을 삭제한 사례가 알려져 있다.

‘노동자연대와 연대 불가’에 반대하는 단체가 있자 긴급행동은 다수결로 결정했다. 긴급행동이 언제부터 그런 민주적 의사 결정구조를 갖추고 있었는지 자못 궁금하다. 오히려 그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하면 만장일치제(합의제)를 따르곤 했다. 가령 가자 전쟁 초반에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과 더 일반적으로 하마스 자체)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의점이 모아지지 않자 긴급행동은 그 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노동자연대 ‘성폭력 2차가해’는 해당 연대체의 결성 목적(팔레스타인 연대)과 별 관련성이 없다. 만약 긴급행동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태도를 놓고 논쟁한다면 얼마나 분별없는 연대체로 비치겠는가. 긴급행동 안에는 ‘반성폭력’을 이례적 중요성을 지닌 문제로 여기는 단체들이 있는 듯하지만, 그런 단체가 포함돼 있다 해도 ‘성폭력 2차가해’ 문제가 해당 연대체와 별 관련성 없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이 문제는 뒤에서 좀 더 언급될 것이다.)

2. 노동자연대가 ‘성폭력 2차가해’ 단체라는 것은 단순한 거짓말

긴급행동 내 모략가 전지윤 씨(노동자연대 탈퇴자, 50대 남성, 이하 존칭 생략)가 바로 ‘성폭력’ 예외론자의 하나다. 그는 2003년 노동자연대 회원 하나가 끔찍한 강간 범죄를 저질렀고 노동자연대 단체는 그걸 덮거나 그를 비호하고 이를 위해 피해자의 정조를 문제 삼는 모종의 비밀스런 음모가 조직처럼 몰아 왔다. 많은 개인들과 단체들이 혁명적 좌파(특히 레닌주의) 조직을 그런 집단으로 여기는 오해와 편견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을 악용해 온 것이다.(그는 재판에서도 이 점을 적극 활용했다.)

더구나 2차가해를 성폭력의 일종으로 뭉뚱그리며 1차가해(원사건)와 같은 반열에서 다루는 극도로 추상적인 폭력 개념이 만연해 있는데, 전지윤은 이를 잘도 활용하며 노동자연대를 범죄 집단처럼 몰아갔다.

그러나 노동자연대는 성적 피해 호소가 제기된 직후부터 피해자가 신뢰하는 기구(제3자 포함)와 공동 진상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1차 가해가 실제로 존재했는지를 묻는 것은 2차가해가 아니다. 최성호 경희대 철학과 교수의 탁월한 저서 《피해자다움이란 무엇인가: 성범죄 재판에 대한 철학자의 성찰》(필로소픽, 2019)이 이를 잘 논증하고 있다.

그러나 전지윤은 별 설득력 없는 이유를 둘러대고는 계속해서 중상모략 운동을 전개했다. 그의 중상모략은 실로 운동이었고, 그것도 조직적인 운동이었고, 유례없이 집요했다. 더구나 논쟁도 회피하면서 그저 우리의 고립화만을 추구했다. 그게 그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우리로서는 민사소송을 빌려 논쟁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형사보다는 민사가 양편 모두 마음껏 자기 주장을 개진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법원은 뭐라고 결정했던가? 노동자연대가 ‘성폭력 2차가해’를 했다는 전지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지윤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노동자연대에 피해를 끼쳤으므로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손해배상금 지급까지 완료된 상태다.

전지윤도 노동자연대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의 청구는 전부 기각됐다. 그는 1, 2심 모두에서 패소한 후 (또다시 패소가 뻔한) 상고를 포기해야만 했다.

사법부가 민주당 개혁파 지지 언론의 편집위원인 전지윤보다 혁명적 좌파인 노동자연대를 편들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피해를 호소한 그의 연인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SNS에 게시하는 직장 여성이었다. 그런데도 노동자연대의 손을 들어 주는 판결이 난 것은 그만큼 전지윤의 주장이 거짓투성이였기 때문이다.

특히, 전지윤은 그동안 노동자연대를 2차가해 단체로 모략한 핵심 근거들을 법정에서 스스로 부정하거나 거짓말했다.(관련 증거 모두 있음. 그리고 ‘법정에서의 거짓말을 스스로 밝히고 노동자연대 비방을 중단하라’ 참조.)

이처럼 모략 주도자가 스스로 자신의 핵심 주장을 부정했다는 사실은 노동자연대 모략의 근간이 무너졌음을 뜻한다.

따라서 노동자연대가 사과할 게 아니라 오히려 전지윤이 노동자연대에 사과해야 마땅하다.

긴급행동이 언급한 민주노총과 차제연 등의 노동자연대 배척 결정도 전혀 권위로 삼을 만한 것이 못 된다. 그들은 스스로 어떠한 사실관계 조사도 한 바 없고, 그저 전지윤 측의 말만으로 (관료적 무사안일이 동기인 일방적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라) 노동자연대를 낙인찍고 배척했을 뿐이다.(‘민주노총 중집의 배척 결정에 대한 노동자연대 성명’ 참조)

민주노총과 차제연은 전지윤이 법정에서 “[그] 두 단체가 진상조사를 했다”고 거짓말했는데도, 이에 대해 침묵하면서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차제연과 민주노총의 결정은 전혀 ‘한국 운동사회’를 대표하지 못한다. 게다가 민주노총 내에서도 그동안 ‘2차가해’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민주노총 집행부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총선 방침조차 스스로 지키지 않아 계속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마당에 민주노총의 결정을 권위로 삼는 것은 더욱 우습다.

3. 여성은 팔연사 안에서 안전하게,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긴급행동은 노동자연대가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조직적 2차 가해”를 했다며, “여성과 퀴어를 포함한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연대 불가를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팔연사에서 여성과 성소수자들은 안전을 위협받기는커녕 활동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국제적으로 가장 차별받는 집단의 하나인 무슬림 여성들이 주도적 구실을 하고 있다. 올해 3.8 여성의날에 팔연사는 팔레스타인의 여성들에게 연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는데, 재한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비롯한 무슬림 여성들이 이 집회를 주도했다.

3.8 여성의날 하루에 그친 일회적 이벤트가 아니다. 그 뒤에도 집회 사회, 행진 향도, 자원봉사(팔봉이), 홍보전, 행사 기획 등에서 다양한 국적 배경을 가진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4. 노동자연대 관련 결정에 관여한 몇몇 단체들과 개인들은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긴급행동 회의에서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불가에 앞장선 개인들과 단체들의 지도적 회원들 중에는 물리적 폭력(단지 언어 ‘폭력’이 아니다)을 휘두르거나 차별적 언사를 발한 경우들이 있다. 훨씬 많은 사례를 들 수 있겠지만, 오늘은 단지 몇 가지만 언급하겠다.

노동자혁명당(준)의 창립자이자 지도적 회원 Y 씨는 2004년에 〈현장노동자신문〉 창간준비모임대표였다. 뒤풀이 자리에서 그 신문의 편집국원 K 씨가 M 씨의 머리를 500CC 맥주잔으로 4차례 가격한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Y 씨는 K 씨를 방어했다(‘현노신에 대한 비방과 진실’, 2004.07.20). Y 씨 자신도 1970년대 말 폭행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적이 있다. 긴급행동의 논리대로라면, 그런 사람이 창립해서 지금도 주도하는 노동자혁명당(준)의 긴급행동 참가야말로 “여성과 퀴어를 포함한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닐까. 이 경우 “안전한 공간” 운운은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

또,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이하 전진)의 리더 모 씨는 노동자연대의 2013년 말 철도 파업 연대 활동과 관련해, “노동자연대는 노동자 투쟁 개입에 젊은 여성 회원들을 앞세워 이용한다”는 여성 비하적 발언을 했다.

자신의 논리대로라면 전지윤도 그다지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2001년 그는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여성 C 씨를 쫓아다니며 이별 철회를 요구했는데, C 씨는 잠실대교를 다 건너가기까지 줄곧 전지윤이 쫓아온 것을 주변에 성토했다. 이는 이별 거부 스토킹 아닌가.

또, 그는 노무현 정부의 법무장관 강금실이 이효리에 빗대어 회자되던 2003년 이효리와 강부자를 대비시키는 발언을 회원들 앞에서 했다가 여성 외모 비하로 빈축을 샀다.

노동자연대는 여성과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소홀히 하는 단체가 아니다. 한국의 다른 좌파 단체들이 이런 문제에 아직 개명되기도 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노동자연대는 여성과 성소수자 차별을 반대하고 해방을 지지해 왔다.

또, 성폭력 불관용 원칙과 성 관련 문제를 면밀하게 다루는 절차규정을 갖추고 실제 사건 처리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성평등적 정치문화는 여성 회원들이 단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적극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이다.

5. 왜 두 개의 팔레스타인 연대체가 만들어졌는가?

긴급행동 주도 단체들은 “한국 사회에 두 개의 팔레스타인 연대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지속적인 문의를 받아 왔”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유를 노동자연대의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조직적 2차 가해”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것도 1년 뒤에야 비로소 말이다.

먼저, 노동자연대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직후, 대표적으로 팔레스타인평화연대(긴급행동의 활동을 주되게 조직하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BDS Korea])에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에 함께하자고 제안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밝힌다.

그러나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노동자연대의 제안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2주 뒤에야 비로소 다른 단체들과 함께 긴급행동 집회를 열었다.

긴급행동 결성 당시 ‘성폭력 2차가해’ 논란 때문에 노동자연대와 같이할 수 없어 별도 연대체를 만든다고 결정한 바가 없다. 또, 긴급행동 가입 단체들 사이에 노동자연대 ‘성폭력 2차가해’를 둘러싸고 의견이 통일돼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물론 동일한 사안에 대응하는 복수의 연대체가 존재할 수 있다. 강조점이나 전망이 너무 달라 사사건건 충돌이 벌어져 마비되느니 공동의 적을 향해 따로 행진하는 게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

사실 한국의 주요 운동들 중에 복수의 연대체가 존재하는 게 여럿이다.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 연대체도 두 곳이다. 그리고 얼마 전 딥페이크 항의 운동도 두 곳이 따로 했다. 기후 운동 연대체도 두 곳이다(기후위기비상행동과 기후정의동맹).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그렇다. 긴급행동이 팔연사와 별도로 연대체를 만든 최초의 핵심적 차이는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이었다.

10월 7일 직후 매스 미디어는 하마스에 대해 융단 폭격을 퍼부었다. 〈조선일보〉 등 우파 언론은 물론이고 〈경향신문〉 같은 자유주의 언론도 하마스를 비난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팔연사를 결성한 주요 세력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저항을 무조건, 분명하게 지지했다.

반면, 긴급행동은 하마스 때문에 동요하고 주저했다. 참여연대와 그 유관 단체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양비론을 취하고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등 핵심 조직자 단체들이 (“양비론을 반대한다”면서도) 그에 분명하게 반대하지 못하고 있자, 긴급행동이 하마스 선제공격을 놓고 명확한 공동 입장을 내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동요와 망설임 때문에 그 중요한 순간에 긴급행동은 팔연사보다 거의 2주일이나 늦게 첫 집회를 열었다. 그때는 이미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팔레스타인인 인종학살이 세계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었다. 긴급행동은 뒤늦게야 행동에 나섰지만, 그때조차 하마스의 저항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합의했다.

긴급행동의 주저와 망설임은 비단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에 대한 평화주의적 반대 때문만이 아니다. 이슬람(주의)에 대한 편견이 작용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BDS Korea)는 이슬람주의 정당이라는 이유로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내 운동의 우파로 분류한다. 그리고 파타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같은 세속주의 세력을 좌파로 분류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가 떠오른 것은 세속 민족주의자들인 파타와 PLO가 이스라엘과 미국을 위해 부역 행위를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이와 비슷하게, 긴급행동 내 주요 단체인, 위 언급된 전진도 하마스를 “운동의 보수적 부분”으로 규정한다.

팔연사와 긴급행동의 이런 차이는 참가자 에토스와 구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두 집회 모두에 참가해 본 외국인들은 다들 두 집회의 분위기와 정서가 확연히 다르다고 평한다. 팔연사에서는 재한 팔레스타인인들을 비롯한 아랍인들, 다양한 나라들에서 온 이주민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긴급행동은 시민단체·사회단체들의 참가를 늘리는 데 애를 썼다. 그러나 소속 단체들이 느는 만큼 집회 참가 규모가 느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한국인 참가자 규모만 해도 팔연사가 긴급행동보다 더 크다.

긴급행동 주도 단체들이 진정한 토론과 논쟁을 피하기 위해 중상모략이나 할 게 아니라, 진정한 정치적 쟁점을 놓고 건설적으로 논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그런 쟁점들을 훑어 보려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내의 주요 논쟁점들’ 참조.)

6. 별 관련성 없는 쟁점으로 분열주의를 조장하지 말라

긴급행동은 각종 “해방이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분석상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실천(특히 공동 실천) 과정에서 각각의 특수한 쟁점과 사안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고 추상적으로 막연하게 접근하면, 괜스레 분열주의 행태로 나아가게 된다.

예컨대, 긴급행동이 노동자연대와 연대 불가 입장을 채택하는 데에 앞장선 단체들 중 전진은 907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에서 ‘민주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창당한 진보당·기본소득당을 배제하자’는 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기후 위기 대응과 직결돼 있는 것도 아닌 위성정당 문제를 놓고 기후 연대체에서 두 정당을 배제하자고 한 것이다. 전진은 생산적인 운동 건설자가 아니라 운동 내 사상 감별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진의 사상 감별 행위가 일관된 것도 아니다. 전진은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만 11명(청문회 도중 사퇴한 2명을 제외하고도)을 배출했고 현재 긴급행동 안에 진정한 좌장 노릇을 하고 있는 참여연대에 대해서는 위 언급된 기후 연대체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진보당은 민주당 정부에 한 명도 들여보내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이 대목에서 플랫폼C의 비일관성도 지적해야겠다. 플랫폼C는 907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에서 전진의 발의를 반대했다. “어떤 하나의 정치적 입장을 무조건 관철할 수 없고 그렇게 하려면 연대기구가 와해[된다.]” 또, “잠재적 경쟁자를 대중조직과 대중운동에서 배척하는 방식으로 우리 노선과 실천의 타당성을 입증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플랫폼C는 긴급행동에서 노동자연대와 연대 불가에 찬성했다.

성폭력은 다르다고 봐서? 노동자연대가 단체로 피해자를 성폭행했나? 노동자연대 대 전지윤 민사소송 재판장은 “왜 가해자는 개인인데 자꾸 노동자연대 단체가 가해했다고 말하느냐?” 하고 전지윤에게 핀잔을 줬다.

개인과 집단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든 단체가 회원 개인의 언행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지거나, 아니면 (관료적으로) 묻지마 징계를 해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긴급행동은 이번 결정이 “더 너른 연대”를 위한 것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레바논으로까지 전쟁을 확대한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에 맞서는 운동을 더욱 강화해야 할 때, 그 운동에 헌신해 온 단체를 비방하는 일에나 골몰하는 것은 “너른 연대”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만드는 일이다.

노동자연대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는 일에 계속 매진할 것이다. 그동안에 긴급행동 조직자들은 찌질하게 경쟁심과 시기심을 드러내기까지 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누가 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4년 11월 5일

노동자연대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