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개정·증보
국민의힘의 연금 개악 시도에 거듭 양보하는 민주당

이 글은 3월 4일에 발행된 기사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연금 개악 시도’를 최근 상황을 반영해 개정·증보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연금 개악 요구에 대해 최근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을 43퍼센트로 올리기로 합의하는 후퇴를 했고, 국민의힘은 더한층의 양보를 요구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3월 14일 국민연금 개악안에 합의했다.

보험료율을 소득의 9퍼센트에서 13퍼센트로 올리고,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퍼센트에서 43퍼센트로 올리는 내용이다. 내는 돈은 44퍼센트나 오르는 반면, 받는 돈은 7.5퍼센트밖에 오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소득이 평균 수준(월 306만 원)인 2026년 신규 가입자가 40년 납입 기간을 유지하고 25년간 연금 수령을 한다고 가정하면, 총 보험료는 5000만 원가량 증가하는 반면 받는 돈은 2000만 원가량 늘어난다. 수천만 원이나 손해를 보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근까지 소득대체율 44퍼센트를 주장했지만 한 걸음 더 물러나 43퍼센트에 합의했다.

민주당은 국민을 위한 양보라고 했지만, 그럴수록 국힘은 더한층의 양보를 요구할 뿐이다.

국힘은 연금특위 운영도 “합의 처리” 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여야는 연금특위를 통해 추가적인 연금 구조 개악을 논의할 예정인데, 국민의힘은 장차 자신들이 소수가 될 듯한 연금특위에서 비토권을 쥐려는 듯하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반대하는 진보 단체들의 기자회견 ⓒ출처 공공운수노조

특히 국민의힘은 연금특위를 통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는 정부가 법률 개정 없이도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연금 자동삭감장치다.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고령화도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노후 연금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에 따르면 정부 안대로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1980년생의 생애 총 연금액은 약 20퍼센트가 줄어든다. 기대 여명을 반영해 월 소득이 300만 원인 1975년생의 연금 수급액을 계산했을 때 5500만 원이 줄어든다는 추산도 있다.

이런 조처는 지금도 심각한 한국의 노인 빈곤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퍼센트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높다.

국민의힘은 평범한 사람들의 노후를 크게 악화시킬 개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2월 20일 국정협의체에서 국회 승인을 전제로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수용하겠다고 했다가 노동·진보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계속 후퇴해 온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이번 모수 개악 이후 추가적인 연금 개악이 벌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연금 개악 시도는 반도체특별법, 감세 정책 등과 함께 이재명의 대표적인 우클릭 정책 중 하나이다.

연금 개악은 연금 재원 마련을 위해 기업과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는 기업주와 국가 관료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책이다. 이재명은 이를 지금 해결해 지배계급의 환심을 사고 자신의 집권 전에 골치 아픈 연금 개악을 처리하겠다는 계산인 듯하다.

이처럼 민주당이 연금 개악에 쉽사리 타협하는 것은 그간 연금 개악에 맞선 투쟁이 강력하게 벌어지지 못한 것의 영향이기도 하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민주노총·한국노총·참여연대 등이 주요 단체)이나 진보당, 정의당 같은 개혁주의 단체들은 노후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런데 이를 위해 노동자들도 보험료를 인상해 연금 기금 안정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전제를 수용해 왔다.

그래서 이 단체들은 노동자들의 보험료 부담은 44퍼센트(소득의 9퍼센트에서 13퍼센트로) 올리는 반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25퍼센트만(4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올리는 안을 지지하고 있다.

노후 연금을 지금보다 인상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노동자 등 서민층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도 ‘개혁’이라고 할 수 없고 불가피한 일도 아니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사용자 부담 비율이 한참 낮다. 한국의 기업주·부자 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실질임금 감소 등 당장의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동자 등 서민층의 입장에서는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연금 기금 안정성을 중시하며 고통 분담을 받아들이면 진정한 연금 개혁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자신의 보험료 부담을 대폭 올리라고 투쟁에 나설 노동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여당과 거듭 타협하며 더한층의 개악안을 수용하는 민주당의 행보를 막을 힘도 없게 된다.

연금 개악에 맞서려면 부유층과 기업주들에게 더 많은 세금과 보험료를 거둬 충분한 연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배자들에 맞선 대규모 투쟁을 벌여야 한다.

민주당에 기대지 말고 기층의 계급투쟁을 전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