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노동자 수천 명이 급식실 환경 개선을 촉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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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 수 없다. ‘죽음의 급식실’을 바꿔 내자!” 10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서 학교 급식 노동자 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분노의 함성을 터뜨렸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 주최로 열린 ‘전국 학교 급식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은 “급식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부족한 인력으로 골병에 폐암까지 발생한다”며 정부와 교육청들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학교 급식실은 환기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 물질(조리흄)에 그대로 노출된다. 올해 9월 기준, 폐암 산재 신청 건수는 76건이고 안타깝게도 5명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학교 급식실은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식수 인원이 2~3배 많아 노동강도도 무척 세다. 이로 인해 각종 화상과 낙상, 근골격계 질환 등 노동자들은 성한 곳이 없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지 2년 6개월여 만에 폐암 말기 확진을 받은 한 노동자는 인터뷰 영상을 통해 열악한 급식실의 현실을 성토했다.
“식기를 뜨거운 물에 씻을 때 사용하는 약품으로 화학연기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방진 마스크를 써 본 적이 없습니다. 인력이 부족해 더 많은 약품을 써 가며 일했습니다.”
노동자들이 10년 넘게 환기 시설 개선과 적정 인력 배치를 요구해 왔지만, 정부와 교육청들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며 매몰차게 외면했다.
김춘숙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은 폐암으로 생을 마감한 수십 년 지기 친구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집회장은 금세 눈물 바다가 되었다. 애틋한 사연에 가슴이 매여 왔다. 또다른 비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노동자들은 “우리를 인건비로만 취급하”는 정부와 교육청들에 분개했다.
손경숙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전국급식조리분과장은 말했다. “[정부와 교육청들은] 어떤 대책도 없고 감감무소식입니다. 돈이 없다며 첫 삽도 뜨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조리복을 입고 집회에 참가했다. 수저와 국자로 식판을 두드리며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먼저 간 동료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노동자들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11월 25일 학교비정규직 공동 파업에 나서자고 결의했다.
안전한 작업 환경과 교육 복지 강화를 위한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투쟁에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