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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디트랜지션, 베이비》(토리 피터스, 비채):
트랜스 여성들의 아프고 웃기고 슬프고 생생한 이야기

《디트랜지션, 베이비》 토리 피터스 지음, 비채, 528쪽, 20,800원

이 책은 “최초의 트랜스젠더 주류 히트 소설”일 것이다.

미국의 작가 토리 피터스는 주로 온라인 트랜스 커뮤니티에 중단편 소설들을 썼다. 이 책 《디트랜지션, 베이비》가 첫 장편소설이다.

이 놀라운 데뷔작은 2021년 여성소설상 후보에 올랐다. 트랜스젠더 작가의 소설로는 최초다.

하지만 일단의 여성 작가들이 이런 시도를 “남성 작가가 우리의 영예를 차지해도 괜찮다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고 왜곡하고 비난했다.

공개서한에서 그들은 《디트랜지션, 베이비》를 “여성 혐오가 가득한 여자 흉내 포르노[남성 성기가 있는 트랜스 여성이 출연하는 포르노]”라고 헐뜯었다.

하지만 작가 토리 피터스와 《디트랜지션, 베이비》를 방어하는 다른 여성 작가들의 지지 성명과 선언이 잇따랐고, 그 수가 훨씬 많았다.

여성상 재단 측은 법적 여성임을 증명할 “증거” 제출을 요청했지만, 토리 피터스는 차별적 선례를 남길 것이라며 거부했다.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결국 최종 경쟁작 명단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고전 풍자극처럼 잘 짜여진, 트랜스 커뮤니티에 실제할 듯한 생생하고 속깊은 이야기다.

마치 흔한 사랑 이야기처럼 이 소설 속 주인공은 남녀 한 쌍이지만, 트랜스젠더(였)다. 이 둘, 트랜스 여성 리즈와 옛 애인 에임스는 레즈비언 커플이었다. 그런데 현재 에임스는 트랜스 여성으로 살다가 예전 성(남성)으로 돌아간 상태다. 호르몬 요법 때문에 자신이 불임이 된 줄 알았던 에임스는 의도치 않게 시스젠더* 여성이자 현재 애인인 카트리나를 임신하게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되는 것만큼은 결단코 피하고 싶다. 그래서 자신과 리즈와 카트리나, 세 사람이 공동 양육을 하자고 제안한다. 리즈는 항상 엄마가 되길 간절히 원했고 아이들을 잘 돌보기도 한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리즈와 에임스의 사연을 들려준다. 인물들은 모두 결점이 있고 미묘하지만, 공감을 살 만하다.

작가는 이 소설이 시스젠더를 위한 에티켓 가이드처럼 읽히길 바라지 않는다. 소설을 통해 인물 속에서 자신을 보고, 동일시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디트랜지션은 성전환 환원을 말한다. 트랜지션(성전환)을 한 사람이 다시 이전 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트랜스젠더가 디트랜지션을 하는 이유는 성전환 결정이 잘못된 게 아니라, 대부분 (심각한 차별, 천대, 폭력 때문에)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우파, (극)우파, 트랜스젠더 혐오자와 단체, 이들 모두는 서로 연결돼 있거나 아예 한 몸이다. 이들은 극히 적은 디트랜지션 사례를 가지고 성전환이 일종의 정신질환이라는 증거인양 공격에 이용한다.

따라서 트랜스젠더가 디트랜지션 소설을 쓴 것은 참 의외다. 그러나,

“그렇게 무기화되었기 때문에 트랜스젠더들은 디트랜지션에 대해 얘기하길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사람들은 트랜스젠더 여성이나 트랜스젠더 남성으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디트랜지션을 해요. 그 현실은 얘기되지 않죠. 얘기하면 다른 트랜스젠더들을 상대로 무기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디트랜지션을 하려면 먼저 트랜지션을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디트랜지션은 트랜스젠더의 것입니다. 우리의 것입니다.”(토리 피터스)

토리 피터스는 오히려 적들이 무기로 삼는 이슈들에 가장 솔직하기로 작정했다. “트랜스 혐오자들에게 총알을 주는 건 걱정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그들은 총알을 찾을 테니까요.” “문제는 트랜스 여성들도 그 말들을 믿는다는 겁니다. [그들이] 트랜스 여성들이 느끼는 일종의 수치심을 이용하고 있는 거죠.”

이를테면, “누구에게나 페티시가 있잖아요. 이중잣대는 논리적이지 않아요. 포르노튜브에서 포르노를 보는 건 괜찮지만, 트랜스 여성들이 원하는 옷을 입는 건 괜찮지 않다는 거잖아요? 수치스럽다는 거죠. 왜 트랜스 여성들은 자신의 욕망에 수치심을 느껴야 하나요?”

트랜스젠더를 비정상이나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끔찍한 혐오와 학대다. 실상은 트랜스젠더가 심각한 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인류가 살아온 대부분의 기간 즉 계급사회 이전에는 트랜스젠더가 차별받지 않았다. 미국의 저명한 고고학자, 인류학자인 켄트 플래너리와 조이스 마커스가 쓴 책 《불평등의 창조》에 따르면, “실제로 100군데가 넘는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에 여자 옷을 입고 여자로 살아가는 남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아메리카 사회 중 “3분의 1이나 되는 곳에 남자 옷을 입고 남자로 살아가는 여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아이를 입양하기도 했다. 북미 대평원 지역에서 “오로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인 형태만을 허용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러나, 4월 16일 영국 대법원이 평등법에서 트랜스 여성을 제외시킨 악독한 판결은 전 세계에 광범하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와 긴밀한 정책 제안서 ‘프로젝트 2025’는 트랜지션을 범죄화하라고 요구한다. 이미 반트랜스젠더 법안, 법률들이 여러 주들에서 등장했다.

세계적인 자본주의 위기에 더욱 권위주의화 하는 세계 주요 정부들이 주목하는 약한 표적이 성소수자들 중에서도 트랜스젠더다.

전 헌법재판관이자 현 국가인권위원장 안창호와 주류 우파의 대선 후보로 올라선 극우파 김문수도 성소수자 혐오자다.

한국 극우들(기독교 우파가 주요 세력)도 트랜스젠더 혐오에 특히 집중한다. 저들이 우리의 약한 고리로 여기는 공격 지점에서 우리가 분열하지 말고 단결해 맞서야 한다. 저들이 바라는 다른 억압과 불의들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문학적 재미와 사회적 의미가 있는 신간 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게 《디트랜지션, 베이비》(토리 피터스, 비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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