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마흐무드 칼릴의 석방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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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현지 시각)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생이자 팔레스타인인 활동가 마흐무드 칼릴이 석방됐다. 3월 8일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끌려간 지 105일 만이다.
미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 반트럼프 저항이 이룬 성과다.
연방법원은 칼릴의 구금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6월 11일에 내렸는데, 당시는 ICE의 이민자 단속에 맞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된 저항이 미국 전역으로 번지던 때였다.
이 판결이 석방으로 이어지는 데에도 운동의 압력이 작용했다. 11일에 법원은 칼릴의 구금이 위법이라면서도 칼릴이 영주권 신청 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활동 이력을 기재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석방을 보류했다. 그러나 6월 14일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가 미국을 휩쓴 후 법원은 정부의 항소를 기각하고 칼릴 석방을 명령했다.
칼릴의 체포는 대대적 이민자 탄압의 일부이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예봉을 꺾으려는 시도였다.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3세대인 칼릴은 지난해 컬럼비아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 운동 지도부의 일원이었다.
트럼프는 칼릴이 ”과격한 하마스 지지자”라며 이 체포가 “앞으로 있을 수많은 체포의 첫 번째”라고 했다. “전국 대학들에 테러, 유대인 혐오, 반미, 반정부 활동에 참가한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정부는 그것을 보아 넘기지 않을 것이다.”
이후 컬럼비아대 팔레스타인계 학생 모센 마드위와 한국계 학생 정윤서 씨 등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이 잇달아 체포됐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공격 선봉 부대인 ICE는 “미국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 이익을 위협하는”(국무부)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에 대한 공격에도 앞장섰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구명 운동을 일으켰다. 칼릴 체포 직후부터 열린 석방 촉구 시위는 경찰의 공격을 받았지만, 운동은 굴하지 않고 이어졌다. 이들의 단호한 투쟁은 4월부터 확산된 반트럼프 저항의 마중물이 됐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공격에 대한 분노가 6월 LA 항쟁으로 분출하자 구명 운동도 더 커졌다. 칼릴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달아 벌어졌다.
6월 12일,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 투자 철회, 제재를 요구하는 BDS 운동은 “팔레스타인인들은 ICE에 맞선 시위대와 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가 겪는 억압은 연결돼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해방도 연결돼 있다. 미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흑인 평등권 운동,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이민자 권리 방어 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왔다.
“우리는 모든 양심적인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들에게 ICE의 탄압에 항의하고 민주적 권리를 수호하고 해방·정의·평등을 위한 연대 행동에 나설 것을 호소한다.”
6월 14일 미국을 휩쓴 “왕 노릇 말라” 시위에서는 ICE의 이민자 공격을 규탄하는 시위대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대가 함께 행진했다.
이런 운동은, 트럼프 정부가 잇따른 난국 속에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만만찮은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 압력이 칼릴 석방을 이끌어낸 것이다.
석방 결정 후 칼릴은 “어느 누구도 인종학살을 규탄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서는 안 된다”며 저항의 지속을 호소했다.
그런 저항을 승리로 이끌 최선의 방법은 반트럼프 운동을 확대·심화하는 것임을 이번 판결은 보여 줬다. 이제 중동 전체를 전쟁의 불길로 밀어 넣고 있는 트럼프에 맞서 투쟁이 더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