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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책 소개] 《괴물의 등장》(한울아카데미,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우석균·김주연 옮김):
팬데믹 위기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자의 경고

미국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자 마이크 데이비스(1946~2022)가 쓴 책 《괴물의 등장》이 국역 출판됐다. 원제는 ‘괴물이 들어오다’(Monster enters)로 2020년에 출판됐는데, 2005년에 저자가 쓴 ‘문 앞의 괴물’(The Monster at Our Doors)(국역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 조류독감》, 돌베개)을 증보한 것이다.

애당초 마이크 데이비스는 조류 인플루엔자 팬데믹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문 앞의 괴물’을 썼다. 바이러스의 종류만 달랐을 뿐, 2020년에 벌어진 코로나 팬데믹은 마이크 데이비스가 ‘문 앞의 괴물’에서 경고한 자본주의적 농축산업과 환경 파괴가 낳을 (조류 인플루엔자) 팬데믹과 판박이처럼 닮아 보였다.

마이크 데이비스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고 엄청나게 많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는 현실을 보며 몇 편의 글을 발표했다. 특히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신자유주의 정책이 파괴한 미국의 공중보건 역량과 당시 트럼프 정부가 보인 어처구니없는 대응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괴물의 등장》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우석균·김주연 옮김, 한울, 224쪽, 28,000원

《괴물의 등장》에 새로 실린 글은 코로나 팬데믹 때 저자가 쓴 글들을 한 편의 글로 다듬은 것이다. 당시에 쓴 글의 하나는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2020, 책갈피)에도 실렸다.

마이크 데이비스는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관해 흥미진진하고 설득력 있는 저작들을 펴낸 것으로 유명하다.

《수정의 도시》(1990)는 계급에 따라 양극화된 로스앤젤레스의 잔혹한 현실을 들춰냈다. 책 출간 2년 후, 빈민들의 대규모 반란이 터져 나와 마이크의 진단이 정확했음을 입증했다.

《공포의 생태학》(1998)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재난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의 대화재와 홍수를 앞서 경고한 책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1년에 출간된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홀로코스트》는 당시 미국이 중동에서 터무니없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벌이던 상황에서, 제국주의가 20세기 내내 벌인 범죄를 고발하는 걸작이었다.

이 책도 그런 책들의 하나다. 저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이 변형시키는 자연 환경 속에서 가축과 야생동물, 인간 사이를 오가며 진화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또한 역사를 살펴보며 그 진화가 종종 인간 사회에는 치명적 위협이 돼 왔다는 사실을 들춰낸다. 마지막으로 사회 시스템으로서의 자본주의가 그 진화의 속도를 특정한 방향으로 가속해 치명적 팬데믹의 위험을 키우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윤 극대화에 맞춘 공장식 축산업은 새로운 팬데믹의 배양지가 됐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조류 인플루엔자

번역자 우석균은 국내에서 반자본주의적 보건의료 운동에 헌신해 온 의사이자 활동가, 저술가다. 번역에 동참한 김주연도 의사로서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해 왔다.

우석균은 1980년대에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이래 평생을 사회 운동에 헌신해 왔다.

그는 2000년대 초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미국의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에 참여하며 많은 글과 연설로 운동 참가자들에게 영감을 줬다. 2008년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 당시에는 TV 방송 토론에도 여러 차례 출연하며 정부 측 인사들의 주장을 논박해 운동 참가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줬다. 2016년 박근혜 퇴진 운동에서도 그는 같은 구실을 했고, 2020년 팬데믹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하고 권위주의적인 팬데믹 대응을 비판하는 여러 편의 글을 썼다. 2023년 일본의 후쿠시마 핵 폐수 방류 반대 운동과 2024년 이후 벌어진 윤석열 퇴진 운동에서도 그의 모습과 글을 볼 수 있었다.

20여 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때로는 본지(〈노동자 연대〉)의 칼럼니스트로, 그보다 더 자주 인터뷰로 당면 현안을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하고 운동의 정당성과 마르크스주의를 옹호해 왔다.

그런 이가 번역한 마이크 데이비스의 책은 오늘날 자본주의가 낳은 끔찍한 재난들의 진정한 원인과 해법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다.

서평자는 올해 초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그와 어렵게 시간을 내 인터뷰할 수 있었다. 그 내용은 책 말미에 실렸다. 책 출판의 의의와 팬데믹에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들, 후배 활동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 담겨 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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