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자회사 노동자들:
죽음을 부르는 연속 야간 노동, 저임금 강요에 맞서 파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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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금) 오전 9시 30분, 인천공항에서 청소·시설정비·경비·보안·운영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 2,000명이 파업 집회를 열었다. 제2터미널 입구에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천국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와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이 소속된 전국공항노조는 올해 3월 전국공항노동자연대를 결성한 데 이어 이날 첫 공동 파업을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인천국제공항 노동자들과 전국공항노조 소속의 김포, 양양, 청주 공항의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 자회사로 고용이 전환된 노동자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비정규직 1만 명 중 정규직 전환은 241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3개 자회사로 나뉘어 전환됐다.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 이후 고용은 보장됐지만, 임금과 처우는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지난해 말 인천국제공항은 4단계 확장을 완료하며 공항 면적이 두 배 가까이 늘고 여객 규모는 커졌지만, 인력은 그에 맞게 충원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
사용자 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전환할 때 조속한 시일 내 4조 2교대제 등 교대 근무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현행 3조 2교대). 2022년에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자 인천공항 4단계 확장 완료 시 임금 저하 없는 교대제 개편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올해 3월에만 이틀 연속 야간 노동을 해 온 노동자 2명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3월에서 8월까지 다섯 명이 이처럼 야간 근무 중 사망하거나 추락사하는 등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들은 ‘주근, 주근, 야근, 야근, 비번, 휴일’ 순으로 업무가 돌아가는 3조 2교대제 속에서는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틀 연속 야근을 하는 날에는 아침 9시에 퇴근한 다음 당일 저녁 6시에 출근해야 합니다. 그러면 공항 휴게실에서 잠을 자야 하는데 시끄러워서 제대로 잘 수도 없어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연속해서 근무해야 하는 거예요.”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2023년 주5일제 전환 이후 8.5시간 노동을 8시간으로 계산하며 30분을 무급으로 계산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국공항공사 노동자들은 공사가 자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을 체계적으로 ‘후려치기’ 하는 것 때문에 불만이 크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공사는 원가 대비 낙찰률 92퍼센트를 적용해 자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을 옥죄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해 공항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공사는 지난해 연구용역을 시행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다” 하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연속 야간 노동 근절, 4조 2교대제로 개편, 인력 충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강요해 온 윤석열을 몰아내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만큼 올해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이뤄야 한다는 기대가 느껴졌다.
파업에 참가한 인천국제공항 환경미화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환경미화 노동자는 99퍼센트가 파업에 참가했어요. 작년 요맘때 하루 파업을 하고 약속을 받았는데, 회사는 약속을 어겼습니다. 올해는 그렇게 되지 말고 우리의 요구를 확실하게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집회 연단에서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안석 지부장은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우리 전국공항노동자연대 6,500명은 전국에 있는 모든 공항에서 10월 1일부로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공항 노동자뿐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