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야간 노동 폐지, 저임금 개선 위해:
아펙 앞두고 파업 예고한 공항 자회사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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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르는 연속 야간 노동 폐지와 저임금 개선을 요구하는 전국 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매우 안타깝게도 인천공항의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일하던 한 명의 노동자가 최근 또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25일(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항 노동자 투쟁 연대를 위한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정안석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은 이렇게 발언했다.
“2주 전에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인천공항 자회사의 하청업체의 또 하청업체의 일용직 노동자였습니다. 기계실에서 폭발로 화재가 나서 한 분은 돌아가시고 한 분은 또 중태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인천공항에서만 6명의 노동자가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올 3월에 우리 조합원 한 분은 야간 근무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조합원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교대제 개편 언제 되냐’ 였습니다.”
공항 공사는 자회사 인건비를 낮게 책정해 실질임금을 삭감해 왔다. 이처럼 고된 노동과 저임금 탓에 노동자들의 이직률이 상당히 높다. 한국공항공사의 경우, 자회사 노동자들의 매년 평균 이직률은 16퍼센트에 달한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전국의 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은 9월 19일(금) 하루 경고 파업에 이어, 10월 초 공항 이용객이 사상 최대였던 역대급 연휴 기간에도 파업을 벌였다. 인천국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이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0월 1일부터 12일간 파업을 벌였다. 인천을 제외한 전국 14곳 공항의 자회사 노동자들이 속한 전국공항노조는 10월 1일부터 3일간 파업을 했다.
이후 공항 자회사 노조들은 사용자 측과의 교섭 성사에 집중했지만 사용자 측은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있다.
자회사들은 모회사 핑계만 대고, 실질적으로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의 권한이 있는 모회사인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는 ‘자회사 책임’이라며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모회사인 공항 공사들의 이런 강경한 태도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을 무력화시키려는 공격의 일부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이번에 자회사 노조와 협상에 나서면 노란봉투법 시행 시 자신들의 사용자성이 입증되는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아예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말을 뻔뻔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조차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책임 회피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천공항공사 사장 이학재는 윤석열이 임명한 국민의힘 소속 인사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노동자들에게 소송을 남발하며 탄압해 왔고, 10월 초 연휴 기간 노동자 파업 시기에는 대체인력을 집중 투입하며 파업 파괴에 나선 바 있다.
노동자들은 그간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 등을 하며 이재명 정부에게도 공항 공사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재명 정부는 산재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노동자들의 요구야말로 산재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산하 기관인 공공기관의 문제를 방관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공항 자회사 노조들은 다시 투쟁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25일(토)에 이어 27일(월), 29일(수) 조합원들이 돌아가면서 참가하는 지명파업을 하고 집회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국공항노조는 아펙(APEC)을 앞둔 10월 29일부터 전면파업을 할 예정이다. 전국공항노조 엄흥택 위원장은 25일(토)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저희는 29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하겠습니다. 김해부터 김포까지 투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싸울 것이라고 발언했다.
아펙 같은 국가적 행사가 열리는 시기에 파업을 하는 것은 용기 있으면서도 효과적인 투쟁 방식이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을 개선하려는 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확산돼야 한다. 이 노동자들이 성과를 거둔다면 이재명 정부하에서 처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공항 공사들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라. 이재명 정부도 더는 방관하지 말고 공항 자회사 노동자들 열악한 처지 개선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