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부패한 정권에 맞선 대규모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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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에서 항쟁이 1주일 넘게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 여러 도시에서 주로 청년들로 이뤄진 대규모 시위대가 경찰 탄압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행진했다.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 400명 넘는 시위대를 체포했다. 모로코 남부 도시 레끌리아에서는 경찰서를 습격하려 한 시위 참가자 세 명이 무장 경찰의 손에 죽었다. 그러나 이것은 대중운동을 잠재우지 못했다.
모로코 항쟁은 모로코의 국제 전화 국가 코드(212)를 따서 ‘GenZ 212’로 불린다. 이 항쟁은 케냐·네팔·인도네시아·필리핀·마다가스카르·페루 등 여러 개발도상국·빈국에서 갑작스럽게 항쟁이 분출하는 가운데 일어났다.
항쟁의 직접적 발단은 모로코·포르투갈·스페인이 공동 개최할 예정인 2030년 FIFA 남자 축구 월드컵에 대한 모로코 국가의 투자였다.
시위대는 아지즈 아칸누시 총리의 정부가 일자리·교육·의료보다 스포츠 행사를 우선시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억만장자인 아칸누시가 이끄는 신자유주의 정당 독립국민연합당(RNI)은 2021년에 수립된 연립 정부를 주도하고 있다.
정부가 축구 경기장 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동안 의료 체계는 무너지고 있다. 지난달 모로코 항구 도시 아가디르에서 임산부 8명이 제왕절개 수술 후 사망했다.
BBC 방송에서 한 시위 참가자는 그가 사는 지역의 병원이 워낙 부패해 있어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으려면 직원에게 뇌물을 줘야 한다고 전했다.
청년 실업률은 36퍼센트 가까이 되고 그보다 훨씬 많은 청년들이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대중운동이 경제적 요구와 정치적 요구를 결합시키는 징후가 보인다. 모로코 서부 도시 카사블랑카, 북동부 도시 우지다, 북부 도시 타자에서는 시위대가 아칸누시 사임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민중은 원한다: 부패 종식!” 구호를 외쳤다. “민중은 원한다”로 시작하는 2011년 아랍 혁명 당시의 많은 구호들을 연상시킨다.
아랍의 봄 당시 모로코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지만 당시 국가는 탄압과 사소한 양보를 배합해 시위를 잠재웠다.
모로코 국왕 무함마드 6세는 총리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개헌을 추진했다.
대체로 이번 항쟁은 부패한 억만장자 국왕 무함마드 6세에 도전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GenZ 212는 “의료, 교육, 부패 척결 등 모든 시민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는 “토론의 장”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국가와 국왕에 대한 사랑”의 발로라며, 아칸누시에 맞서 “국민 통합과 존엄의 수호자”인 국왕에게 개입을 청원해 왔다.
그러나 무함마드 6세는 부패한 국가의 수장이다. 측근들은 무함마드 6세를 “가난한 사람들의 왕”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왕의 순자산 추정치는 최대 80억 달러(약 10조 원)에 이른다.
2020년에 무함마드 6세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에게서 파리 에펠탑 인근의 저택을 약 8,000만 유로(약 1,250억 원)에 매입했다. 무함마드 6세는 침실만 열두 개인 그 저택을 매입하려고 사우디아라비아 전직 장관이자 왕족인 칼리드 빈 술탄과 직접 협상했다.
무함마드 6세가 파리의 호화 저택에 머무르던 2023년에 지진이 모로코를 강타해 3,0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지진 생존자 다수는 아직도 알하우즈주(州)의 천막촌에서 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항쟁은 부패한 체제 전체에 대한 도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현재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Z세대 시위”들은 청년들이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태임을 보여 준다. 나라마다 상황은 상이하지만 원인은 유사하다. 일자리 부족, 고물가, 국가 탄압이 그것이다.
현재 문제는 이 반란이 어떻게 자체적으로 지속될 수 있느냐다. 항쟁을 심화시키려면 이윤 체제와 국가를 마비시킬 힘이 있는 조직된 노동계급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