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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노동당의 노동조합 기반 약화가 더 급격해지고 있다

2004년에 쓴 글에서 나는 노동당을 “지구온난화로 서서히 녹아내리는 거대한 빙하”에 비유한 바 있다. “쇠락은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사기 저하한 활동가가 나가떨어지고 환멸을 느낀 유권자가 투표에 기권하는 등 개인들이 내리는 일련의 결정들이 당의 활력을 서서히 소진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글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점도 지적했다. “이런 점진적 변화는 어느 순간 재앙적이고 급격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빙하는 어느 날 쪼개지고 그 파편들이 바다로 흩어져 기후변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 내 생각에 지금 노동당에서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버밍엄 청소 노동자 파업에 노동당 정부의 탄압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출처 Guy Smallman / Socialist Worker

1년 전 키어 스타머가 놀라우리만치 공허한 “압승”을 거뒀을 때 두드러졌던 것은 팔레스타인 지지 무소속 후보 5명이 당선되고 비슷한 지향의 후보들이 크게 득표했다는 것이다. 이후 스타머 정부의 지지율은 빠르게 추락했고, 환멸을 느낀 시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지역 당 조직이 와해되고, 정부의 복지 삭감 법안에 반대해 의원단에서 커다란 반란이 일어났다.

붕괴는 더 가속되고 있다. 최근 [120만 명의 다양한 부문 소속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는 노동조합 — 역자] 유나이트(UNITE) 노조 대의원 대회는 버밍엄 청소 노동자 파업에 대한 부총리 안젤라 레이너의 “전적으로 지극히 혐오스러운”(유나이트 사무총장 셰런 그레이엄의 표현) 대응을 이유로 그녀의 조합원 자격을 정지시켰다. 그 결정은 노동당의 붕괴가 새로운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 준다.

레이너가 2015년 초선 의원이 된 지 1년 만에 예비 내각 성원으로 빠르게 출세할 수 있었던 것은 제러미 코빈 덕분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후 그녀는 야멸차게 코빈에 등을 돌리고 스타머의 부총리가 됐지만, 이후에도 좌파연하며 이미지를 관리해 왔다. 예컨대, 지난 5월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가 재정 계획을 발표하기 전, 언론에서는 레이너가 정부 내부 논의에서 부자 증세를 주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미묘한 정책상 차이만 있어도 노조 지도자들은 거기에 매달려 정부에 우리 편이 있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나이트 대의원 대회는 가차없이 레이너와의 관계를 끊었다. 또, 대의원 대회는 유나이트와 노동당의 관계를 재검토하기로 표결했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변화다. 2004년에 내가 쓴 글에서 꼽은 “노동당 개혁주의가 붕괴하지 않는” 첫째 이유는 “여전히 건재한 노동조합들이 노동당의 사회적 기반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노동조합들은 노동당의 핵심 자금원이었다. 이 때문에 토니 블레어는 노동조합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노동당을 미국 민주당 같은 것으로 만들려 했다가 좌절을 맛봤다.

그러나 2024년 총선은 극적인 변화를 나타냈다. 노동당의 정치 후원금은 약 1000만 파운드 가까이로 치솟았지만 큰손들은 주되게 기업인들이었다.(세인즈버리 경, 오토글라스사의 전 경영자 게리 루브너, 헤지펀드 운영자 매슈 테일러 등) 상위 후원자 10명 중 노조는 유니슨(Unison: 공공서비스노조 — 역자)과 USDAW[소매유통업노조 — 역자] 둘뿐이었다. 유나이트는 후원을 일절 거부했다.

유나이트는 그저 여느 오래된 노조가 아니다. 유나이트는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여러 산별 노조들을 잇따라 통합하면서 결성됐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노조는 운수일반노동조합(TGWU)일 것이다. 운수일반노동조합 초대 사무총장 어니스트 베빈은 1930~1940년대 영국 노동운동을 지배적으로 이끈 인물이고 전후 노동당 정부의 외교장관을 지냈다. 운수일반노동조합의 후임 사무총장들(특히 프랭크 커즌스와 잭 존스)도 1960~1970년대의 정치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그런 만큼 운수일반노동조합의 후신인 유나이트가 노동당과의 단절을 고려하는 듯 보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변화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지고 있는가? 그 이유는 다른 많은 노동당 지지자들이 반기를 드는 이유와 근본적으로 같다. 스타머와 리브스의 정책에 반감이 있고, 그 정책들 탓에 노동당이 다음 선거에서 파국을 맞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좌파를 위한 통계’ 웹사이트가 6월 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예측한 바에 따르면 2029년 선거에서 영국개혁당은 [총 650석 중] 329석을 차지하는 반면, 노동당과 보수당은 각각 120석과 33석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한다. 기성 정당 체제가 산산조각 난다는 이런 예측은 전혀 확실하지 않지만, 노동당 현 지도부에 대한 충성심을 딱히 고무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직 남아 있는 변수는 많다. 유니슨이나 GMB[일반노조, 60만 명가량의 조합원 보유 — 역자] 등의 일부 대형 노조들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노동당 지지를 고수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유나이트가 노동당과의 관계를 정말로 단절하기로 한다면, 그것은 제러미 코빈과 자라 술타나가 공언하는 좌파적 대안 프로젝트가 받을 지지를 상당히 넓힐 수 있다. 그런 만큼 포용적이면서도 원칙 있는 바탕 위에서 그 프로젝트를 출범시키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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