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 팔레스타인 연대 서울 집회와 행진:
휴전 ‘2단계’라지만 계속되는 학살·점령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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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행진 제약에도 활기찬 도심 행진 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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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그 후원자들은 가자지구 휴전이 2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학살과 점령은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땅 절반 이상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수백 차례 공격했다. 서안지구에서는 정착자들의 폭력이 기승를 부린다. 이스라엘에 저항하다 감옥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인이 1만여 명에 이른다.
이에 12월 13일 ‘팔레스타인인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이 주최한 111번째 서울 집회는 “평화를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팔레스타인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빗방울이 흩뿌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광화문 교보문고 앞을 메운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만행과, 가자지구에 국제 군대를 투입하겠다는 트럼프의 점령 구상을 비판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팔레스타인 청년 운동(PYM),’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지지하는 학생들(SJP)’에서 활동했던 팔연사 활동가 올라 씨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무장을 해제하려 드는 네타냐후와 트럼프를 규탄했다.
“저 전범들은 억압받는 민족의 권리를 깡그리 짓밟으려 합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저항은 터부시될 일이 아니라, 수십 년의 잔혹한 점령에 맞서는 정당하고 필수적인 대응입니다!” 참가자들은 환호로 지지를 표했다.
올라 씨는 “휴전의 기만이 밝히 드러나고 저들이 가자지구 국경선을 다시 긋고 있는 이 엄중한 시기”에 연대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우리는 이스라엘이 결코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은 헛된 일이고 ‘두 국가 방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짓말을 지겹도록 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그 거짓말이 무너져 내렸고, BDS 운동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스라엘은 반드시 몰락할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맙시다!”
올라 씨의 힘찬 발언에 대열 근처를 지나던 사람들도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자원봉사자들이 건네는 손팻말을 받아 들고 대열에 합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구금
이날 집회에서는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도 강조됐다.
23년째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운동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의 아들 아랍 바르구티 씨가 팔연사에 음성 메시지를 보내 이스라엘의 만행을 폭로했다.
“1만여 명이 감옥에 갇혀 있고, 지난 2년 동안에만 백여 명이 구타, 굶주림, 방치와 치료 거부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가족들은 면회도 불허된 채 지옥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바르구티 씨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연대를 호소했다. “저희는 그 연대가 팔레스타인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전 세계 모두가 함께 쟁취하려 투쟁하는 정의와 해방 등 모든 가치를 위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바르구티 씨는 그간 팔연사 집회 영상들을 보며 “여러분의 자유의 외침 덕분에 희망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통역을 통해 전해진 호소를 주의 깊게 들은 사람들은 연대의 함성을 외쳤다. 핸드폰이나 카메라를 꺼내 집회 발언을 담는 사람들도 있었다.
행진 제약한 경찰과 법원
행진에 앞서 사회자는 팔연사의 행진을 제약하는 경찰과 법원을 규탄했다.
팔연사 대열은 지난 2년 동안 매주 명동길과 인사동길을 행진하며 관광객·시민들의 따뜻한 환대와 호응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경찰은 팔연사의 명동길 행진을 가로막더니 이제 인사동길 행진도 제약하고 나섰다. 법원은 경찰의 행진 제한 통고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팔연사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사회자는 “평화와 정의를 향한 염원이 모이는 ... 연대 확대의 장이 못마땅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차별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싸워 쟁취한 민주적 권리입니다. 힘찬 행진으로 연대가 계속될 것임을 보여 줍시다!”
참가자들은 기세를 드높이며 도로로 나섰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과 협력 중단하라” 구호가 울려 퍼지고, 재한 이집트인 난민들이 북을 두드리며 선두에 섰다.
대열은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행진해 항의의 구호를 외쳤다. “모든 구금자를 석방하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서울시청을 거쳐 명동까지 행진하는 대열에 행인들은 관심과 호응을 보냈다. 쓰고 있던 우산을 내리고 손을 흔드는 청년, 바퀴 달린 여행가방을 끌고 대열을 따라 걸으며 “프리 팔레스타인”을 함께 외치는 관광객들도 있었다.
을지로를 거쳐 명동으로 향하는 길에는 연말을 맞아 도심에 나온 시민들이 대열을 발견하고 관심을 보였다. 핸드폰으로 대열을 촬영하는 한국인 청년들이 특히 많이 보였다.
참가자들은 명동역 인근에서 행진을 마무리하고 짧은 정리 집회를 가졌다.
주최 측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또 대열 주변에 모여든 수십 명의 행인들에게 계속될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에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다음 팔연사 서울 집회는 12월 20일(토)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