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차베스주의의 모순된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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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관료 기구의 대다수가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받는 대가로 미국의 지배력을 받아들이기로 미국 측과 밀약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대통령 권한대행)은 하루 만에 꼬리를 내렸다. 확실히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침략에 맞서 한결같이 또는 철저하게 싸우지 못할 것이다.(‘부패한 포스트 마두로 정부는 미국에 맞서 일관되게 싸우지 못할 것이다 — 민중의 투쟁만이 미국 침략을 저지할 수 있다’를 보시오.)
베네수엘라의 고위 국가 관료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제거를 용인함으로써, 베네수엘라 국가를 살리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자 생계를 억제하고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구속하며 차베스 시절의 성과들을 되돌려 왔다.
그들과 유착한 자본가들을 두고 “볼리부르주아지”(볼리바르식 부르주아지)라고 부른다. 이들은 차베스 시류에 편승해 석유라는 노다지를 나눠 갖기 위해 국가 기구와 유착한 세력이다.
차베스의 ‘볼리바르식 혁명’은 석유 수출 수익을 사회 복지 프로그램, 경제 다각화, 지방자치 실현에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볼리바르식 혁명’은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사회 변화를 추구했다. 그래서 차베스의 대통령 취임으로 기존 국가는 타격을 입긴 했어도 재편됐을 뿐 해체되지는 않았다.
당시 베네수엘라 노동운동 지도자 올란도 치리노는 이렇게 지적했다. “[차베스 - 김인식] 대통령이 추진하는 프로그램은 개혁주의적 구상에 의지하고 있으며 자본의 논리와 단절할 전망이 없다.”
바로 이 모순 속에서 “볼리부르주아지”가 등장했다. 이들은 마두로 정부하에서 더욱 세를 늘렸고 그런 만큼 부패 규모도 커졌다.
“볼리부르주아지”는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이하 PSUV)의 우파이자 관료 세력과 연결돼 있다. 이들은 혁명적 구호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국가 자원을 통제하며 사익을 챙기는 부패한 세력이다.
PSUV의 또 다른 주요 세력은 군부다. 이들은 국가의 전략적 자원과 공기업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차베스가 2006년 PSUV의 창당을 선언했을 때 가장 열광적으로 참가한 기층의 좌파 활동가들은 완전히 주변화됐다. 당시 500만 명이 입당했다.
차베스 정부 시기의 모순은 마두로 정부 들어서 급속히 악화돼, PSUV는 대중 정치참여의 장이 아니라 중앙집권적 국가 기구의 상층 통제 수단이 됐다. 이 때문에 결국 PSUV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사실상 붕괴됐다. 오늘날 PSUV 당원은 명목상으로는 100만 명에 달하지만 대다수는 국가 공무원이거나 지역 유지들이다. PSUV는 정치 권력을 유지하고 돈과 영향력을 배분하는 도구로 변질됐다.
당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부재했기 때문에 부패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그리하여 마두로 정부는 차베스의 애초 프로젝트를 매우 기이하게 뒤튼 거울처럼 됐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민중에게 차베스주의(차비스모)는 변화, 사회 정의, 부의 재분배, 신자유주의적 약탈에 대한 저항을 뜻했다. 그것이 차베스가 줬던 희망이었고, 마두로가 배신한 약속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마두로를 심판할 자격은 트럼프가 아니라 베네수엘라 민중에게 있다.
2002년 베네수엘라 민중은 역사의 주체였다. 하지만 오늘날 그 주역의 자리는 부패하고 냉소적인 국가·당 관료들이 찬탈했다. 이들의 적잖은 수는 미국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나머지 라틴아메리카의 평범한 대중이야말로 미국의 침략에 맞서 진정으로 한결같이 싸울 수 있는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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