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대량해고:
양보가 아니라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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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노조에게 ‘구조조정 동의서’를 요구하는 채권단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채권단은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공장 폐쇄까지 협박했다. “죽은 회사를 살려준다는데, 굳이 거부한다면 회생에 나설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도 압박했다.
그러나 이런 엄포는 속이 빤히 보이는 사기극일 뿐이다. 저들은 노동자들을 위해 자금 지원을 선심 쓰는 양 위선을 떨지만, 채권단·산업은행·사측 모두 계산기를 두드리며 자기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그들 사이에서 지분과 배당을 둘러싸고 이전투구가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사측은 올해에도 이사들의 급여를 1인당 2억 원 정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임금 체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이다.
이런 점에서 금호타이어 노조 지도부가 임금·복지 삭감과 아웃소싱 수용 등 양보 교섭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지도부는 사측이 1백93명 대기발령을 통해 정리해고 강행 의사를 드러냈는데도, “파업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투쟁을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조합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장수가 다 내주고 항복하라고 하면 백성들은 어쩌라는 겁니까. 전쟁터에서 싸우자는 결정도 안 하는 장수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입니까?”
노조 지도부는 ‘투쟁만 하면 해고를 막을 수 있냐’는 대자보를 공장 안에 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임금과 복지를 모두 양보하고도 지금의 대량해고 사태를 막을 수 없었듯이, 양보 교섭은 일자리를 지키는 길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투쟁을 회피하면서 조합원들의 사기를 꺾으면 정작 싸우려 할 때 제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금해투
그러나 금호타이어 투쟁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일부 노동자들은 투쟁을 회피하는 지도부를 비판하며 독립적인 투쟁 건설에 나섰다.
3월 18일 조합원 2백여 명이 모여서 ‘금호타이어 정리해고 철폐 투쟁위원회’(이하 금해투) 출범 총회를 갖고 투쟁을 선포했다.
“굴욕적 양보교섭, 임금삭감 반대한다!” “파업 투쟁으로 정리해고 철폐하자!” 공장 안에 힘찬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들은 금호타이어 투쟁의 구심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조 지도부는 “단결을 해치는 행동”이라며 금해투의 활동을 비난한다. 또, 지도부를 비판하는 문자, 쪽지, 대자보 등을 거론하며 “철저히 파악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협박도 이어가고 있다. 투쟁을 회피하려고 고압적으로 조합원들의 불만을 단속하고 있는 것이다.
사측도 금해투 활동가들에게 무더기 경고장을 보내며 탄압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금해투는 굴하지 않고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총회에 참가한 한 조합원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집행부가 싸우지 않으니까, 모두들 금해투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금해투가 뭐라고 말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궁금해 합니다. 회사는 3년 동안 세 번이나 정리해고를 시도했습니다. 조합원들은 이제 해고 시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해투는 이런 조합원들을 대변합니다. 금해투의 활동이 정말 중요합니다.”
아래로부터 현장 조합원 운동의 맹아가 건설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지도부가 투쟁에 나서길 촉구하고 있고, 지도부가 끝내 투쟁을 회피하면 독립적으로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대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조합원들은 누군가가 중심에 서길 바랍니다. 그리고 투쟁이라는 원칙이 바로 그 중심이길 바랍니다. 집행부는 지금 그런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싸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바로 그 투쟁의 맨 앞에 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