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반대 시위가 서울 도심에서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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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가능성(최악의 경우 파병까지 포함할 수 있는)을 언급한 지 사흘 만인 4월 22일, 시민 200여 명이 서울 도심에서 이를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윤석열은 군사 지원에 ‘러시아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는 등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이런 단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러시아는 이미 침공 개시 이래 우크라이나의 민간 시설을 여럿 폭격하고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해 왔다. 즉, 윤석열의 단서에 따르더라도 지금 당장 군사 지원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윤석열의 발언이 〈로이터〉에 보도된 후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면 확실한 분쟁 개입”이라며 “받은 만큼 돌려 주겠다” 하고 경고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무기를 보낸 정황이 〈MBC〉 등 언론에 폭로됐다. 이번 집회·행진은 이런 배경에서 긴급하게 열렸다.
집회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어린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 삼삼오오 모여 참가한 청년들, 푸틴의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 등이 제각기 팻말을 만들어 집회에 나와 군사 지원 가능성에 분노를 표했다. 행인들도 팻말을 유심히 보고 호응을 보냈다.
집회의 발언들은 분노와 규탄의 열기를 담고 있었다.
첫 발언에 나선 김인식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우회적으로 무기를 제공해 왔던 것이 미국 도청으로 들통나니, 이제 드러내 놓고 군사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내 미군 수송기를 통해, 민간 항공기를 통해 무기들이 계속 우크라이나로 가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서 김 운영위원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쟁 지원 수위를 높이고 대(對)중국 긴장을 키우는 윤석열의 행태를 “조폭 보스 만나러 가기 전에 공을 세우고 싶어하는 넘버3 조폭 같다”고 꼬집었다.
또한, 최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자살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자국민의 생존도 지켜 주지 않는 자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지켜 줄 거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한 아이의 엄마”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김미연 씨도 “이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전혀 원하지도 않은 전쟁 때문에 죽고 다치고 떠돌아다니는 끔찍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연 씨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전쟁을 더 지원하겠다는 이 정부를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 이 비극을 끝내기 위해 우리가 우선해야 하는 것은 전쟁을 지원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재앙 덩어리”
이어진 발언에서 대학생 김태양 씨는 “무기 산업을 ‘미래의 신성장 동력’이라고 추켜세우는 윤석열 정부는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우리 삶을 파괴하는 재앙 덩어리”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청년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데, 윤석열은 미국의 전쟁을 도와 다른 나라 청년들을 괴롭히는 데에 공조하면서 정작 한국 청년들의 삶은 내팽개치고 있다.”
김태양 씨는 파병 가능성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파병을 [하게 된다면] 누가 가게 될까? 바로 청년들이다. 인도적 파병이든 무슨 파병이든, 왜 국가 수장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다른 나라 청년들과 싸우며 피 흘리는 것이 우리 미래가 돼야 하나?”
이어서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우리 평범한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윤석열의 군사 지원에 반대하자”고 호소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발언들이 끝나고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군사 지원 반대”,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했다.
을지로와 명동을 거쳐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하는 대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거리의 시민들은 행진 장면을 촬영하고, 구호에 맞춰 팔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지지를 보냈다. 건물 2층에서 창문을 열고 환호를 보낸 시민도 있었다.
행진 대열이 시청역 앞에 도착했을 때, 곧이어 열릴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를 준비하던 자원봉사자들과 집회 참가자들이 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관련 기사 ‘4월 22일 윤석열 퇴진 집회: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 윤석열의 친미 외교에 항의하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반대 집회의 사회를 맡은 김지윤 씨의 지적처럼, “윤석열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평화 염원을 완전히 거스르는 일이다.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것은 무기가 아니라 즉각적인 전쟁 중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통 사람들이 비극을 겪고 있는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군사 지원이 현실화된다면 그 대가와 고통도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치를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 땅을 점점 더 위험의 소용돌이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운동이 더 커져야 한다. 이날 집회는 그런 운동을 건설하는 데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