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규탄 긴급 기자회견:
“이스라엘 비판은 유대인 혐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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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 저항에 연대하는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틀 전인 10월 11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인 서울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팔레스타인인 등 아랍인과 한국인 200여 명이 모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라!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정당하다!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긴급 집회와 행진’이 있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집회와 행진 내내 가자지구 봉쇄를 돌파한 팔레스타인 저항을 지지하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보복 공습에 대한 분노를 뜨겁게 표현했다.
한국 시위 소식은 팔레스타인 현지 언론 및 〈알자지라〉 등 여러 외신에도 보도됐다. 보도를 접한 현지 팔레스타인인들은 한국의 연대 행동에 고무받았다는 감사의 메시지를 표하고 있다.
그런데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어제(10월 12일) 10일 11일 집회 참가자들이 유대인 혐오(반유대주의)적 구호를 외쳤다며 비난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집회를 유대인 혐오 집회로 몬 것이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카이바르를 기억하라’는 구호를 외친 것을 문제 삼는다. ‘카이바르 전투’는 7세기에 무함마드가 이끈 군대가 유대인 부대를 몰살시켰다고 알려져 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지금 ‘카이바르’에 직면한 것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이다. 지난 75년간 살던 땅에서 내쫓긴 난민이 수백만 명에 달하고 수많은 학살을 당해 온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 반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맥락을 보지 않고 구호의 문구만 가지고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유대인 혐오로 모는 것은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야만을 가리기 위한 야비한 술책일 뿐이다.
전통적 친미 국가인 한국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행동이 성공적으로 벌어지자,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를 흠집 내려는 야비한 짓거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오늘 오후 1시 30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스라엘 비판을 유대인 혐오로 몰지 말라’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긴급한 호소에도 수십 명이 한 걸음에 달려 왔다.
아랍어 통·번역사로 11일 집회에서 통역을 맡았던 본지 박이랑 기자가 여는 발언을 했다.
“전 세계 곳곳의 팔레스타인 연대 목소리를 반유대주의와 유대인 혐오라고 낙인 찍고 억누르려는 이스라엘 국가의 더러운 술책을 한국에서도 목도하고 있습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목소리가 유대인 혐오를 넘어 ISIS와 같은 반인륜적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실로 피가 거꾸로 솟는 발언입니다.
“이는 이스라엘 국가와 유대인을 동일시하며 이스라엘 비판을 잠재우려는 것입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 비극에 대한 아픈 마음을 이용한 비열하고 비겁한 작태입니다.
“이는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입니다. 그 진실이란 바로 이스라엘이 현존하는 최악의 인종차별 국가이자 식민 점령 국가라는 것입니다. 1948년 건국부터 학살과 살인, 인종 청소, 강제 추방으로 얼룩진 이스라엘의 역사가 알려지고 비판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가자지구에서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 폭격이 벌어져서 절반은 어린아이들인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악의 학살범 국가이자 진정한 테러 국가입니다.
“바로 이런 이스라엘에 반대하고 인종 청소와 식민 점령에 반대해서 지난 11일 한국인들과 국내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및 아랍인들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런 연대 운동이 벌어지는 것을 막고자 부당한 프레임을 씌워 [당일] 시위를 매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호를 가지고 트집을 잡는 것은 시위의 본질을 흐리는 것입니다.
“지금 학살당하고 있는 것은 유대인들이 아니고 바로 팔레스타인인들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 11일 집회에 오신 모든 분들이 함께 이스라엘의 역겨운 거짓말을 폭로하고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서 끝까지 연대합시다.”
참가자들은 발언 내용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등 적극 공감했고,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최영준 노동자연대 사무국장이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10월 11일 집회 조직자이자 당일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했던 사람으로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악의적 선동에 분노를 금치 못합니다. 우선 당일 집회의 핵심 구호와 우리의 요구를 이스라엘 대사관에 전달하려 했으나 대사관은 이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우리를 테러범 취급하면서 경찰에 [시설] 보호 요청을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경찰의 방해로 항의서한을 전달하지 못하고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요구와 구호는 그날 항의서한에 나와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라,’ ‘지상군 투입 시도 중단하라,’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정당하다,’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이것이 유대인 혐오 구호입니까? 사실이 이럴진대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스라엘 비판이 유대인 혐오라며 거짓 선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규탄 기자회견은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임박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열렸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110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를 우려·규탄하며 “가자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뒷배를 자처하는 미국에 맞서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결의했다.
오늘 오후 5시 인천 인하대 정문 맞은편과 다가오는 일요일(10월 15일) 오후 2시 이슬람 사원 인근인 서울 녹사평역 사거리에서 팔레스타인 등 아랍인들과 한국인들이 함께하는 집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