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10월 15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앞두고 팔레스타인 연대가 확산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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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에서도 11일 긴급 집회에 이어 나흘 만인 오늘 오후 2시 이태원 거리에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반대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 중단하라!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저항 정당하다!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이번 집회는 재한 팔레스타인 청년과 한국인들이 함께 주최했다. 팔레스타인인과 이집트인 등 아랍인, 한국인뿐만 아니라 백인, 아시아인 등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남녀노소 500여 명이 참가했다.
유모차를 끌고 아기를 업고 참가한 아랍계 젊은 부부들, 팔레스타인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쿠피예를 착용한 한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제주와 부산, 울산에서 올라온 참가자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공무원, 교사, 공공기관, 우체국, 자동차, 병원, 서비스 등 다양한 부문의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한국어, 아랍어, 영어로 쓴 다양한 팻말과 배너, 가자지구의 처참한 상황을 담은 대형 사진 등을 준비해 왔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함께 외칠 구호를 한국어와 영어, 아랍어(한국어 발음 표기)로 출력해서 나눠줬다. 아랍어 통·번역사이자 본지 기자인 박이랑 씨가 아랍어와 영어 통역을 맡았다.
집회는 사회자인 박혜신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활동가의 힘찬 구호 선창으로 시작됐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반대한다!”, “Free Free Palestine! Down Down Israel!”, “비루흐 빗담 나프딕 야 갓자(우리의 혼으로 피로 가자를 구하자)!”.
첫 발언은 본지 김종환 기자가 했다.
“언론은 미국과 유럽 정부도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우려했다고 전합니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저들이 진지하게 우려한다면 이스라엘군 지원을 당장 멈추고, 이스라엘을 위해 파견한 핵항공모함부터 철수시켜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스라엘이 발광하는 것은 50년 만에 최대 패배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무릎을 꿇을 때까지, 가자지구 200만 명을 인질로 잡고 계속 죽이겠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모인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실질적 행동입니다. 한국처럼 대륙 반대편, 지구 반대편에서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것을 보여 줍시다.”
이어, 팔레스타인에서 온 학생인 타이아 카타메쉬 씨가 발언했다. 카타메쉬 씨는 이번 시위 발의자이기도 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반응이고 75년 동안 이어진 점령의 결과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2300명이나 되는 민간인들이 죽었습니다. 그 중 750명은 어린아이들입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들이 잠자는 동안에도 어떠한 사전 경고도 없이 공습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여기에 정의가 어디 있으며, 인도주의가 어디 있으며, 이 아이들이 존재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세 번째 발언자는 가자지구 출신인 팔레스타인인 살레흐 씨였다. 가자지구에 있는 살레흐 씨의 동생을 통화로 연결해 발언을 들어 볼 계획이었으나 폭격으로 통신이 끊겨서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가자지구는 천장 없는 감옥입니다. 가자지구 내 250만 명이 살고 있는데 2006년부터 봉쇄당했습니다. 가자지구의 250만 명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살아갑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그저 [희생자] 숫자가 아닙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에게는 꿈이 있고, 염원이 있고,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공습으로 꿈과 희망, 열망마저 죽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물을 파괴하고 생명을 죽일 수는 있어도 우리 심장 속에 있는 의지까지 꺾을 수는 없습니다.”
팔레스타인계 요르단인 학생 무하마드 카리와티 씨가 네 번째 발언자로 나섰다.
“제 가족은 1948년 이스라엘 점령 때문에 난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저희 집을 빼앗고 땅을 빼앗고 저희를 쫓아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가 이스라엘의 점령과 공격에 맞서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마지막 발언은 서성원 한국외국어대 학생이 했다.
“서방과 한국의 위정자들은 아무도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저항에 나서자 마치 이스라엘이 무고한 피해자인양 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의 터전을 되찾고, 자유를 되찾고자 시작한 저항에 연대합시다.”
행진 선두에는 팔레스타인인 등 아랍인들이 섰다. 참가자들은 한 손에 팻말, 다른 한 손엔 주먹을 치켜 들고 자신들의 외침이 팔레스타인에 닿기를 바라며 열정적으로 구호를 외쳤다. 아랍계 어린이들이 목이 터져라 연신 구호를 외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팔레스타인 저항 정당하다!”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타스꿋 타스꿋 이스라일(이스라엘에 패배를)!”
거리의 시민들은 연신 휴대폰으로 행진 대열을 담았다. 무슬림 상인들은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응원하기도 했다. 트랜스젠더들이 나와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이태원역을 지나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에 도착하자, 예배를 마친 이들이 나와 함께 구호를 외치며 합류했다. 다시 이태원역으로 향하는 행진은 오늘의 압권이었다. 그새 대열이 갑절로 불어나 있었다.
이태원역에 도착해 간략히 마무리 집회를 진행했다. 두 번째 발언자였던 타이마 카타메쉬 씨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서방과 주류 언론들은 가짜뉴스 프로파간다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정의와 용기를, 이스라엘이 벌이는 잔혹한 테러·억압과 구별하는 게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그 모든 국가들, 기업들에 대한 단절과 불매 운동이 필요합니다.”
여운이 가시지 않은 참가자들은 곧바로 흩어지지 않고 연신 구호를 외쳤다. 마치 자신들이 외치는 구호 만큼 팔레스타인의 해방이 빨라질 수 있다는 간절한 염원인 듯했다.
팔레스타인인 등 아랍인들은 한국인들에게 다가와 감사를 표하며 시위를 계속 이어 나가자고 다짐했다.
살레흐 씨도 진심어린 고마움을 표했다. “팔레스타인 대의를 지지하며 노력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여러분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들은 억압에 맞선 한국의 영웅들입니다.”
제주에서 온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21세기에 [이스라엘이] 이런 엄청난 규모의 살상을 벌인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나왔습니다. 팔레스타인이 하는 일은 일제 시대 때 독립 운동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리와 에너지가 팔레스타인까지 닿기를 바라면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부산에서 온 청년노동자 이승은 씨는 더 많은 연대 실천을 다짐했다. “팔레스타인이 겪는 일을 보며 무력감을 느끼고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구호를 외치고 행진하면서 함께 연대하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일인지 실감했습니다. 부산에 돌아가면 팔레스타인 연대 목소리를 많이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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