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이스라엘과 자국 정부 모두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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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이집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분출했다. 시위대 수천 명이 이스라엘 정부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서방 제국주의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일부 시위대가 자국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를 규탄했다는 점이다.
카이로에서 활동하는 한 혁명가는 이렇게 전했다. “두 개의 시위가 열렸습니다. 하나는 반정부 세력이 포함된 시위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관제 시위였는데, 그 시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시나이 반도의 사막으로 내몰지 말라는 엘시시의 요구를 지지하는 시위였습니다.[시나이 반도는 가자지구와 맞닿아 있는 이집트 영토다.]
“반정부 측 집회는 2011년 이집트 혁명의 역사적 중심지였던 타흐리르 광장에서 마무리됐습니다.
“두 시위의 주된 차이점은 정권을 향한 구호의 어조였습니다. 한 시위는 정부의 부름에 화답하고 엘시시의 요구를 칭송하는 시위였습니다.
“다른 한 시위는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위였죠. 이 시위는 이스라엘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국경을 개방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점령에 맞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권에 지지를 표했습니다. 하마스를 응원하는 구호도 나왔습니다.
“[반정부 측] 시위대는 자신들의 시위야말로 진정한 시위이며 엘시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외쳤습니다.
“엘시시 비판 시위가 친정부 시위보다 규모가 작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타흐리르 광장에서 10년 만에 처음 일어난 시위였던 만큼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깨뜨렸기 때문이죠.
“팔레스타인은 이집트 통치자들에 맞서는 데서 자주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더 일반적으로는 제국주의와 밀접하게 연관된 쟁점이기 때문입니다.”
징집된 경찰로 가득 찬 트럭 안에서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상징적인 순간이 있었다. 보통은 시위 진압에 투입되는 이들이 카이로의 알아즈하르 대학 인근을 행진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지지를 보내는 소리였다. 트럭 밖에서 시위대는 “가자, 가자, 영광의 상징”이라고 외쳤다.
포트사이드와 알렉산드리아, 가자지구로 통하는 라파흐 검문소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이집트 정부는 라파흐 검문소를 봉쇄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과 너무 많은 합의를 해 왔기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편인 양 행세를 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에 대한 반대가 커질 것이다.
이집트 정부는 마지못해 몇몇 시위들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를 위협하지 않는 수준으로 분노를 표현할 수 있게 해 파국을 피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분노가 국가가 허용한 한계를 뛰어넘거나, 엘시시가 제국주의자들로부터 아무런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면 일이 틀어질 수 있다.
이집트의 혁명적 단체 ‘혁명적사회주의자들’(RS)은 성명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엘시시는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실패했다. 이집트인들을 억압하고 가난하게 만들어 그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줘 왔던 엘시시의 정책들 때문이다. 엘시시는 권좌에 있는 내내 가자지구 봉쇄에 협력해 왔으면서, 팔레스타인 점령이라는 범죄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피하고 싶어 한다.”
엘시시의 위기는 더 깊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10월 20일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외교국방위원회에서 가자지구에서의 학살이 끝나면 이스라엘은 더는 “가자지구의 생활 조건에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갈란트는 이번 분쟁으로 “새로운 안보 현실”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 계획대로라면 이집트가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떠맡게 될 것이다. 엘시시가 기겁할 일이다.
한편, 예멘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거리를 가득 메웠다. 한 보도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가 100만 명에 이르렀다. 150만 명이라는 보도도 있다.
요르단에서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때로는 요르단 정권에도 반대하는 시위가 일주일 내내 격렬하게 벌어졌다.
요르단 시위 진압 경찰은 10월 18일 수도 암만의 이스라엘 대사관 근처에서 시위대 수천 명을 밀어냈다. 시위대는 “아랍 땅에 시온주의 대사관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고 외쳤다.
요르단의 시위대는 이스라엘 대사 추방, 1994년 요르단-이스라엘 평화 조약 폐기, 2016년 이스라엘산 천연가스 구매 계약 폐기를 요구했다.
이집트·요르단 등지를 휩쓸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분노를 자극하고 있는 전투적 시위들은 이스라엘과 서방에게 악몽과도 같은 일이다.
영국 보수당은 이스라엘의 서방 친구들을 지원하려 애쓰고 있다. 영국 총리 리시 수낙은 이번 주 이스라엘을 방문한 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영국 외무장관 제임스 클레벌리는 이번 주 이집트와 카타르를 방문했고 튀르키예로 갈 예정이다.
독재자들을 연이어 만나는 이런 순방은 중동 사람들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영국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