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이스라엘 규탄 시위: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이 참가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10월 28일 토요일 서울 주한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연대하는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현재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가자지구를 대대적으로 공습하고 있다.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전날 이태원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이어, 서울 도심에서 열린 이번 집회는 주말을 맞아 거리로 나온 한국인들에게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알리는 행동이 됐다.
오늘 집회는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이집트,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페루, 중국, 스웨덴, 호주, 캐나다, 프랑스, 미국 등 매우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목소리를 모았다. 집회에선 다국적 참가자들을 위해 한국어, 영어, 아랍어 통역이 제공됐다. 통역에는 동시통역사인 본지 박이랑 기자와 천경록 씨가 맡아서 국제 연대에 큰 기여를 했다.
이 집회에는 한국의 28개 단체들이 지지와 연대를 표하는 의미에서 이름을 올렸고 후원을 해 오기도 했다.(강남향린교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고대 세미나 모임 책크책크, 공무원노조 강북구지부, 공무원노조 동작구지부,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지부 ‘분과동지연대회의’, 나눔문화,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청년학생그룹, 노동자의 집, 노동자의 책, 노동해방 참세상을 위하여, 볼셰비키그룹, 서울서부 2030독서모임 마르크스주의ABC, 쌍달작은도서관, 아시아의 친구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교조 서울지부,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청소년단체 야호, KT전국민주동지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국학부모회, 해방 세상을 향해 진군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전진 스페인어과 학생회 졸업생모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육권/노동권/성인권 특별위원회 ‘미대의외침’,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마중〉) 그 외에도 집회 소식을 듣고 참가한 단체와 개인들이 있었다.
첫 발언을 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타이마 카타메쉬 씨는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전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10월 7일 이래 75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들은 그저 숫자가 아닙니다. 저마다 삶의 이야기와 꿈이 있던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들의 연대는 진실에 대한 연대이고, 땅을 빼앗긴 사람들에 대한 연대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연대를 한국 정부는 무시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동맹 관계를 더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 이제 여러분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연대함으로써 그 결정을 틀어야 할 때입니다.”
이집트인 청소년 제나는 팔레스타인의 참상, 특히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겪는 고통을 전하며 서방의 위선을 당차게 꼬집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과 같은 나라들은 이스라엘이 자기 방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무고한 어린이들과 여성들을 죽이는 것이 정당 방위라는 것으로 정당화할 수 있나요? 인권은 어디에 있고 원조와 지원은 어디에 있습니까?”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운영위원장은 “가자지구의 250만 명 인구 중 절반이 어린이”임을 지적하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10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에 대한 집단 처벌”이라고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우석균 운영위원장이 가자 지원을 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내부 모금에 순식간에 1000만 원이 모였다고 하자 참가자들이 환호를 보냈다.
캐나다 ‘국제사회주의자들’ 회원이자 기후 활동가, 원주민 권리 활동가인 브라이언은 연단에 올라 캐나다의 상황을 전했다.
“부끄럽게도 캐나다의 모든 정당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캐나다 자체도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지은 정착민 식민 국가라는 점을 숨기려 안간힘을 씁니다. … 그러나 그런 캐나다 정부에 맞선 시위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고, 유대인들도 이스라엘 비판이 곧 유대인 혐오라는 주장에 맞서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김인식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은 이스라엘이 “처절한 보복 응징”을 시도하지만 저항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하마스를 궤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 불가능한 일을 성취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또 저항할 것입니다.”
“소말리아의 모가디슈, 이라크의 팔루자, 아프가니스탄은 모두 미국 제국의 무덤이 됐습니다. 게릴라들이 미국을 격퇴시켰습니다. 이제 가자가 시온주의의 무덤이 되길 바랍니다.”
이집트인 알리 씨도 지속적인 연대를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백린탄과 신경 가스를 쓰고 있지만 이들은 여러분들의 자유를 위한 외침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 지금 가자는 혼자가 아닙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의 목소리가 있고 연대하는 목소리가 전 세계에 있습니다.”
이미 팔레스타인인들은 75년 점령의 역사 내내 자신의 저항 의지를 영웅적으로 입증해 보인 바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이번에도 그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다.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 난민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나눔문화 윤지영 연구원은 팔레스타인 친구의 이야기를 전했다.
“자이납이라는 17년 된 팔레스타인인 친구가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자이납은 20대 초반이었는데,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됐습니다. 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싸움을 어떻게 견디냐고 저는 물었습니다. 그러나 자이납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다.’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이고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싸울 것이며 하느님 앞 외에는 무릎을 꿇지 않을 것이다.’”
발언자들이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를 상징하는 팻말을 일제히 부수는 퍼포먼스를 한 뒤,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저항 정당하다”, “Free Free Palestine(팔레스타인에 해방을),” “타스꿋 타스꿋 이스라일(이스라엘에 패배를),” “Stop bombing Gaza(가자 폭격을 중단하라),” “Stop killing children(어린이 살해를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알리고 연대를 과시했다. 행진이 이스라엘 대사관 뒤편에 이르자 시위대는 분노에 찬 야유를 퍼부었다.
행진이 진행될수록 대열이 불어나 500명이 넘는 시위대가 거리에서 쉬지 않고 구호를 활기차게 외쳤다. 부모님과 함께 나온 아랍계 어린이들도 지치지 않고 함께 구호를 외쳤다.
힘 있는 발언과 구호로 참가자들은 투지와 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알제리계 프랑스인 참가자는 “그동안 화가 많이 났었는데 정말 속이 시원한 집회였다”고 했다.
집회가 끝난 후에도 참가자들은 국적을 가로질러 서로서로 감사와 격려의 인사들을 보내며 연대 집회를 이어나가자는 다짐들을 나눴다.
11월 4일(토) 오후 3시에도 같은 장소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린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본격화될 시에도 긴급 집회가 열릴 것이다.
연대가 더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