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무슬림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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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11.4 이스라엘 규탄 시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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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오후 이태원 일대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무슬림들의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무지막지하게 폭격하고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며 대규모 습격을 감행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영어와 아랍어 구호로 표현했다.
“Free Free Palestine(팔레스타인에 자유를)!” “Free Free Gaza(가자에 자유를)!” “Israel, terrorist(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다)!”
“Gaza Gaza don’t you cry, we will never let you die(가자여 눈물 흘리지 마오, 우리가 당신들을 결코 죽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
집회는 이태원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의 정오 예배가 끝나는 1시 30분에 시작됐다. 예배를 끝내고 나온 무슬림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곧장 행진을 시작했다.
팔레스타인인들뿐 아니라 이집트·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한국 거주 무슬림들이 대거 행진에 참가했다. SNS에서 집회 홍보물을 보고 온 영국인 등 다른 외국인들과, 팔레스타인 연대에 한마음인 한국인들도 함께했다.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를 안고 참가한 무슬림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행진이 계속되면서 대열은 점점 불어났다. 이슬람 사원 인근 골목을 빠져나왔을 때 300명을 헤아리던 대열은 이태원역 일대를 지나며 400여 명을 넘겼다.
참가자들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던 해밀톤호텔 앞을 지나며 참사의 희생자들을 침묵으로 추모했다. 구호를 선창하던 행진 참가자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이는 학살을 지지하는 한국의 윤석열은 평범한 한국인들이 겪은 참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추모의 의의를 밝혔다.
행진 대열은 이태원에서 숙대입구역 앞까지 활력 있게 행진하며 쉼 없이 열정을 다해 구호를 외쳤다.
한국에서 무슬림들이 규모 있는 거리 시위를 벌이는 것이 매우 이례적인 일임에도, 거리의 행인들은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보냈다.
이태원 골목 상점의 상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가게에서 나와 행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행진 참가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응원의 말을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적잖은 행인들이 구호를 따라 외치며 행진 대열에 보조를 맞춰 함께 걸었다.
도로를 청소하던 한 한국인 청소 노동자가 빗자루를 놓고 행진 장면을 영상 촬영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학살을 정치적·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미국도 함께 규탄했다. 미군 기지 앞을 지날 때는 야유의 함성도 터져 나왔다.
숙대입구역 앞에 도착해 참가자들은 약식 집회를 열고 발언을 이어 갔다.
첫 발언을 한 무함마드 씨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살시키려 한다고 규탄했다.
“저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 청소하고 대량 학살해서 팔레스타인을 지구상에서 없애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핵폭탄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가진 폭탄을 가자지구에 쏟아부었습니다. 저들은 병원·교회·모스크·학교·대피소를 조준해 폭격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입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되고, 그들의 외침이 돼 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목소리가 돼 줘야 합니다.”
뒤이어 발언한 압달라 씨 역시 오늘 같은 국제적 연대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각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정부와 유튜브·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이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를 검열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각성이 우리들의 노력과 투쟁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오늘 몇 시간 동안 행진한 것도 그 일부입니다. 이런 노력은 계속돼야 합니다.”
압달라 씨가 “팔레스타인 해방 만세! 팔레스타인 저항 만세!” 하고 외치자 참가자들은 커다란 환호로 화답했다.
한국을 잠시 방문한 중에 SNS에서 소식을 접하고 시위에 참가한 아랍인 파티마 씨는 “오늘 시위는 아주 멋졌어요. 지난 한 주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이런 시위가 제게 희망을 줍니다” 하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행진은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저항을 멈추지 않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국제적 연대 행동의 의미 있는 일부였다.
이런 연대 목소리와 행동이 더 커져야 한다.
바로 내일 10월 28일(그리고 11월 4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 도심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이 열린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이스라엘의 만행을 알리고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호소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집회와 행진에도 적극 참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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