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스라엘과 군사 교류를 늘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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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이른바 ‘가치 외교’(친미·친서방 외교의 코드명)의 일환으로, 지금 이스라엘이 벌이는 전쟁 문제에서 되도록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한국이 이번 학살에 직접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지 밝혀진 바가 없다. 중동산 석유에 의존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전쟁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한국 지배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재래식 무기 생산력이 매우 높고, 이것이 미국의 무기 재고 운용에 상당한 도움이 됐던 바 있다. 일례로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155밀리미터 포탄 수십만 발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나토가 원한 공세 추진에 중요한 도움이 됐다.
기술 협력
한편, 한국은 역사적으로 이스라엘과의 군사 교류를 꾸준히 늘려 왔다. 이 교류는 미군 무기 체계와 호환되면서도 독자적인 군사력을 강화한다는 한국군의 핵심 목표와 긴밀하게 연결된 것들이었다.
그 역사는 1993년 오슬로협정이 체결된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이 이스라엘 무기 체계를 살필 목적으로 이스라엘에 방문했고, 1997년에는 당시 처음 총리가 됐던 네타냐후가 방한해 김영삼 정부와 통신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이스라엘의 국영 군수기업 이스라엘항공산업(IAI)이 한국에 진출했으며, 양국 군수기업들이 레이더·드론·공대지미사일 등에 관한 군사 기술 교류를 시작했다.
한국군 주력 전차 ‘K’ 시리즈 개량 사업에도 이스라엘군의 실전 데이터가 거듭 반영됐다.
이런 군사 기술 협력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 군수기업 한화시스템은 IAI와 함정 전투체계 수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4월에는 현대중공업이 IAI와 제휴해 자사 수출용 군함에 IAI의 레이더 시스템을 탑재하기로 했다.(더욱이 우려스럽게도 현대중공업의 이 군함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일부인 필리핀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죽음의 상인’
다른 한편에서 한국은 대(對)이스라엘 무기 판매를 늘리고자 한다.
이스라엘은 첨단 군사 기술은 보유했지만 즉시 전력 물자를 대량 생산할 제조업은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포탄 등 발사 무기류를 수입해야 한다.
물론 그 압도 다수는 미국에서 온다. 하지만 한국 역시 발달된 무기 제조업을 이용해 이스라엘에 폭탄·수류탄·어뢰·지뢰·미사일·탄약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특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해서 무기를 대량 소모할 때마다 이를 판매량을 늘릴 기회로 삼아 왔다.
2008년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한 이듬해에 한국의 대(對)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전년도 대비 2배 늘었다. 2012·2014년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한 이듬해에도 한국의 무기 수출은 전년도 대비 각각 1.5배, 1.3배 늘었다.
10월 7일 이후 11월 26일까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폭탄을 4만 톤 넘게 투하했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무기 퍼 주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
10월 7일 이후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군사 지원이 “통상적” 수준을 훨씬 넘어섰음은 잘 알려져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11월 30일 현재까지 미국은 AH-64 헬기용 30밀리미터 기관포탄 3만 6000발, M141 로켓발사기용 로켓 1800발, 다수의 정밀유도탄·합동정밀직격탄, 다수의 소구경 포탄, 155밀리미터 포탄 5만 7000여 발 등을 이스라엘에 제공했다.
미국 국방부는 10월 19일 성명을 발표해, 그 전주에 이미 첫 번째 추가 지원분이 이스라엘에 도착했고 그 이후로 “거의 매일” 미국 무기가 이스라엘에 도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월 19일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알아흘리 침례병원을 폭격한 직후다.
미국이 제공한 무기들은 대개 넓은 지역에서 인명을 살상하기 위한 것들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시리아·소말리아·리비아에서 이 무기들을 그렇게 사용했다. 가자지구는 인구가 고도로 밀집된 곳이니 그 무기들의 살상력은 훨씬 배가됐다.
이밖에도 미국이 지원한 무기 중에는 수만 발의 벙커버스터,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이 포함돼 있다. 벙커버스터는 지하 시설(터널)을 타격해 그곳에 피신한 인명을 살상하는 데 최적화된 무기다.
전투 지원
미국은 전투를 직접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늦어도 11월 초부터 미 공군은 가자지구 상공에 드론(무인기)을 띄워 정찰 작전을 수행했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수집한 정보가 하마스 지도자·시설 공격에 이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 말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 정부 소식통들조차 이 첩보가 “하마스의 인질 억류 외의 활동을 추적하는 데도 도움이 됐을 수 있다”고 시인했다(CNN).
미국의 다른 서방 동맹국들도 대(對)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늘리고 있다.
독일은 사민당 총리 올라프 숄츠가 “이스라엘의 안보는 독일의 국시”라며 이스라엘에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든 요청해 달라”고 밝힌 후, 특별 실무기구까지 꾸려 이스라엘에 무기를 대량 수출하고 있다. 독일의 올해 대(對)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3억 달러를 넘겨, 지난해의 10배에 이른다.
영국 역시 이스라엘 지원을 늘리고 있다. 12월 2일 영국 공군은 “가자지구를 포함한 동지중해 상공의 감시 비행”을 위해 ‘섀도 R1’ 정찰기 편대를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 비행 편대가 동지중해의 영국 공군 기지 ‘아크로티리’에 주둔 중인 미 공군과 합동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이 장기화될수록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 지원은 더 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무적이 아니고, 심각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이스라엘에 지원한 무기의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원한 무기 목록을 거의 매주 공개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뚜렷이 대비된다.
이는 세계적으로 분출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음을 의식한 것이다. 11월 말 백악관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대가 바이든을 “제노사이드 조(인종학살자 바이든)”라고 부르는 것을 콕 집어서 불평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더 커지고 급진화될수록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하는 서방 제국주의 동맹국들은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