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세계대전의 진실을 폭로한 영화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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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세계대전이 영웅들의 위대한 전설 같은 일이 아니라 인류에게 다시는 없어야 할 끔찍한 참화였음을 고발한 영화가 많다. 그중에서 선별해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1914~1918년 제1차세계대전은 너무나 끔찍한 참극이었다. 전선으로 나간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즐거운 소풍이나 위대한 모험을 하러 온 게 아니라는 점을 금세 깨달았다. 참호 속에서 쥐와 함께 살아야 했고, 아니 쥐처럼 살아야 했다. 또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점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런 경험과 병사들의 불만은 당대 여러 문학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그중 하나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홍성광 역, 열린책들)이다. 레마르크의 소설은 나중에 나치의 금서로도 지정됐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루이스 마일스톤, 1930년)는 이 소설에 바탕을 두고 만든 영화다. 전쟁이 발발하자 애국자라면 모두 전선에 나가 싸워야 한다는 교사의 선동 때문에 파울 보이머와 그의 학급 친구들은 모두 독일군에 자원 입대한다.
그러나 전쟁은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쥐가 들끓는 참호 속에 숨은 채 언제 끝날지 모를 적군의 폭격에 공포를 느끼며 몸을 떨고 심지어 정신을 놓기도 한다. 평시였다면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적군 병사를 향해 총을 쏴야 한다. 주인공은 폭탄 구덩이 속에서 자신이 죽인 프랑스 군인의 시체 앞에서 괴로워한다. 그리고 수많은 전투 속에서 동료들도 하나둘 쓰러져 간다.
주인공이 휴가를 얻어 잠시 돌아간 고향에서 자신들을 선동한 교사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는 순간은 놓치지 말고 봐야 하는 장면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광의 길’(1957년)은 프랑스 군대에서 사병과 고위 장교들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적나라하고 훌륭하게 묘사한다. 프랑스군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압력으로 1975년까지 상영되지 않았다.
장군들은 조국의 승리를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출세를 위해 전선의 군인들에게 무리한 진격을 강요한다. 그러나 고지 점령을 위한 무리한 공격은 무수한 희생자를 낳고 패배로 끝났는데, 장군들은 패배 원인이 병사들의 비겁함에 있다며 본보기로 병사 3명을 처형하기로 결정한다. 이 영화는 전투에서 군사재판 등에 이르는 과정을 빠르게 전개하며 주제 의식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꼭 봐야 하는 영화다.
‘인게이지먼트’(장-피에르 주네, 2004년)가 처음 한국에 소개됐을 때 포스터를 본 사람들은 프랑 스에서 나온 흔하디 흔한 사랑 얘기라고 여기기 쉬웠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직접 보면, 그렇지 않다.
전쟁이 터지자 주인공 마틸드는 연인인 마넥이 프랑스군에 징집돼 그와 이별해야 했다.
마넥은 참호에서 끔찍한 고통을 겪다가 집에 돌아가기 위해 자기 손을 자해한다. 그러나 그는 군사재판에 회부돼 사형을 언도받고 같은 처지의 병사들과 함께 적군과 아군 참호 사이의 무인 지대에 총알받이로 버려진다. 거기서 그는 사라졌고, 사람들은 당연히 마넥이 죽었다고 여긴다.
그러나 마틸드는 마넥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전쟁이 끝난 후 소아마비의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적인 조사를 벌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계급이 적군뿐 아니라 자기 상관에 의해서도 죽임을 당하는 전쟁의 참혹함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