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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전환 제외가 늘어나며 실망과 불만도 커지다

지난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발표된 지 7개월이 지났다. 이 정책은 문재인의 1호 업무 지시로 시작된 대표적인 노동 정책이자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지난 연말 정부는 2017년 국정과제 10가지 중 첫째로 “일자리 추경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꼽고, “좋은 일자리의 바탕을 다졌다”고 평가했다. 2020년까지 17만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고, 이 중 2017년 전환 목표치의 83.3퍼센트가 전환되는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화자찬과 달리, 지난 7개월은 문재인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이 요란한 빈 수레임이 드러나며 노동자들의 기대가 실망과 불만으로 바뀌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최근 민주노총은 “1차 전환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 회피 사례가 전 기관에 발생”하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파행 흐름”이라고 규정했다.

무더기 전환 제외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핵심적 문제점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정부가 그토록 강조한 상시 업무 정규직 전환 원칙은 누더기가 됐다.

21만 명에 이르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으로 간주돼,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상시 업무라고 인정해 놓고도 광범한 예외를 둬서 14만 1000명이 배제됐다. 상시 지속 업무가 한시·간헐 사업으로 둔갑하기도 했다.(이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62만 명(무기계약직 포함) 중 고작 17만 5000명만이 전환 대상으로 선정됐다.

둘째, ‘정규직’ 전환율이 매우 낮다.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62만 명 중 2017년에 무기계약직 또는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는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 집계한 42만 명을 기준으로 해도 전환율은 15퍼센트에 그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 올 2월 기준 정규직 전환율이 고작 9.9퍼센트(6616명)에 그쳤다. 무기계약직을 제외하고도 25만여 명에 이르는 학교 비정규직 중 절반가량은 정부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나머지 절반도 정부 가이드라인, 교육부 전환심의위원회, 그리고 시도교육청 전환심의위원회를 거치며 차례로 제외돼, 결국 대다수가 제외됐다. 일부 직종의 노동자들은 해고 통보라는 날벼락까지 맞았다.

교육부 전환심의위원회는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의견은 형식적으로 청취하는 수준에 그쳤고, 여러 시도교육청은 이런 요식행위도 생략하기 일쑤였다.

처우 개선 효과 미비

셋째, 정규직 전환 방식이 무기계약직화와 자회사 고용 방안이어서 제대로 된 정규직화 방안이 못 된다.

최근 국가인권위는 “고용안정성을 제외하고 무기계약직 전환의 개선 효과가 미비하다”고 했다.

게다가 정부가 무기계약직 전환자들에게 적용하려고 내놓은 ‘표준임금모델’(직무급제)은 더 심각하다. 기존의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61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정부는 전환된 노동자들의 임금을 기존 무기계약직 임금체계(호봉제)대로 하면 비용이 ‘감당이 안 된다’며 최저임금 수준에 맞춘 임금을 제시했다. 이대로 적용되면 저임금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자회사로 전환되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추가 예산 지원이 없어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자회사 방안이 고용 안정을 보장한다고 할 수도 없다. 공공기관의 자회사가 구조조정 수단으로 도입된 점을 보면, 앞으로 자회사가 구조조정 1순위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알량한 전환조차 ‘공정성’ 운운하며 ‘경쟁 채용’ 방식을 강요하는 기관들이 적지 않다.

한편,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노동자 145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보다 한 발 나아간 것이긴 하지만, ‘완전한 정규직’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무기계약직으로 3년이 지나야 정규직으로 전환되도록 해 즉각 전환 대상은 280여 명에 불과하고, 전환 후에도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정규직 말단인 7직급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문제투성이가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정규직 전환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총인건비를 증액해 주지 않은 채 기관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갈등을 유도”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투쟁으로 표출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미진

정규직 전환 제외에 항의하는 노동자들

정규직 전환 정책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노동자들은 실망과 한가닥 기대가 뒤섞인 심정으로 투쟁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로, 초기부터 개혁 정부를 너무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특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는 상당하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청와대와 여러 지역 교육청 앞에서 격렬하게 항의했다. 경기도에서는 260명 해고 통보에 맞서 완강하게 투쟁해 결국 해고를 철회시켰다.

기간제 교사들은 일찌감치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1월에 노조를 설립하고 차별 폐지와 정규직 전환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2월 21일에는 기간제교사노조와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가 청와대 행진을 벌였다.

철도와 발전회사의 비정규직, 우체국시설관리단(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 노동자들도 정규직 전환 제외에 항의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에 합의한 곳들도 불만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천공항이 대표적이다. 인천공항에서 직접 고용은 사측이 제시한 것보다 3배가량으로 늘어 3000여 명이 됐지만, 나머지 7000여 명은 자회사 고용으로 합의됐다.

이 합의안이 발표된 후, 조합원들은 직접 고용과 자회사로 갈라지게 된 것에 적잖은 우려를 표했다. 합의 후 1월 하순에 진행된 노조 지도부 신임 투표는 투표자 대비 76.2퍼센트(재적 대비 62.3퍼센트) 찬성으로 가결됐다. 그러나 합의안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에서 대안이 없어 찬성표를 던진 노동자들이 많다는 일부 조합원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투쟁을 확대해야 할 때

올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계속되고, 전환된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도 쟁점이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둘러싸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싸울 것이다. 이런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이 노동운동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민주노총은 “1단계 정규직 전환 평가 및 민주노총 상시지속업무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노정 교섭의 요구로 제출하겠다고 한다. 민주노총 가이드라인에는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을 전환 대상에 포함하라는 분명한 요구가 있어야 한다. 특히 정규직 노조의 반대로 논란이 됐던 경우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기간제 교사와 학교 비정규직 강사들이 대표적이다. 정규직 노조가 전환 제외에 항의하지 않으면 정부는 핑계를 대고 전환 제외를 정당화할 수 있다.

정부가 임금 억제와 저임금 고착화를 위해 내놓은 무기계약직 ‘표준임금체계모델’을 저지해야 한다. 이미 정부 청사 노동자들에게 이 방안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표준임금체계의 문제점을 명확히 하여 민주노총의 원칙을 세우고, 저임금 차별 고착 임금체계 저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동조합들의 반발 때문에 아직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개별 공공기관들에서 이를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은 “사용자로서의 정부 책임성 강화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사업 추진을 촉구하며 대정부 교섭(교섭구조 구축 포함) 및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이다. 3월 3일 공공운수노조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쟁취’ 집회와 3월 24일 민주노총의 노동자 대회가 이런 투쟁을 확대해 가는 발판이 돼야 한다.

돌아볼 점

한편, 지난 7개월을 돌아보면서 ‘좀 더 일찌감치 투쟁해야 했다’는 아쉬움을 표명하는 노동자들의 지적이 있다.

그동안 민주노총과 공공부문 노조들은 ‘민주노총-노동부 노정협의’, ‘양대노총-정부TF 노정협의’를 통해 쟁점 사항들을 논의하고 개선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노동계의 핵심 요구는 수용하지 않고 차일피일 시간을 끌어 진전되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9월 초 교육부 전환심의위원회의 결과 전환율이 2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을 때,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투쟁을 조직해야 했다. 특히 10월 하순에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 발표가 예정돼 있었고, 그 결과가 매우 미흡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실제로 발표 결과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절반도 포함되지 않은 꾀죄죄한 내용이었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바로미터로 주목 받은 인천공항에서 사측은 비정규직의 10퍼센트 정도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1월 노동자대회에는 상당히 많은 노동자들이 모였고, 이는 민주노총 조합원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고 불만도 많음을 보여 줬다.

이런 상황을 투쟁을 조직하는 기회로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상층 노조 지도자 상당수가 정부의 ‘비판적 협력자’로 자리매김하려 한 점이 작용한 결과였을 것이다.

이 시기에 공공운수노조가 주도해 정부와 공공기관 사용자들과 함께 ‘공공상생연대기금’ 추진에 박차를 가한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서울지하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공상생연대기금’ 이사진에 포함된 서울교통공사 사장에 맞서 투쟁을 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일각에서는 “산별 조직과 총연맹은 노정 협의나 기관별 대응 지원만으로도 벅찼다”고 지적하지만, 정작 중요한 투쟁 건설에는 소홀했던 것이 약점이었다. 투쟁으로 강제할 힘을 보여 주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노조 지도부의 양보안 제시는 교섭에서 노조가 더 나은 방안을 얻어 내는 데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자회사 방안을 수용한 인천공항과 정규직의 차별 유지 방안을 내놓은 서울교통공사에서 이런 문제점이 나타났다. 사측도 양보를 했지만, 노조도 적잖은 후퇴를 한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협조하는 노동운동 내 ‘전문가’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충분한 방안을 제시하며 중재자 구실을 한 것도 문제였다. 노조 측의 요청으로 ‘인천공항 정규직화 방안’ 연구 용역을 맡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고려대노동문제연구소는 40퍼센트가량을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원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면서 말이다.

또 철도에서도 ‘노사전문가 협의체’에 참가하는 전문가 일부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수용해, 철도노조가 요구하는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에 한참 못 미치는 안을 타협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시도들은 노동자들이 투쟁해 더 나은 성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불필요한 양보안 수용을 압박하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위험한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문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이번 정규직 전환이 난항에 부딪히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온 데에는 정규직 노조의 책임도 일부 있다. 인천공항, 전교조, 서울교통공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천공항에서 한국노총 소속의 정규직 노조가 ‘공정성’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 것은 부당하고 근시안적이다. 공항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를 해 온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고 차별을 없애는 것은 마땅히 필요한 일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런 책임을 회피해 온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외주화와 민간위탁 등 민영화 조처들을 되돌리는 일로 구조조정을 막고 공공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도 이롭다.

무엇보다 정규직노조의 반대는 사측이 정규직 전환을 최소화하는 핑계와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는 무기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민주노총 소속인 전교조와 서울교통공사의 노조들(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노조)에서도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기간제 교사와 강사들을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한 상황에서, 전교조는 정규직화를 지지하지 않아 정부의 부담을 덜어 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의 전환 제외 결정에 맞서 싸우기 어렵게 만들었다.

서울교통공사의 노조 3곳 중 지배적인 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노조의 지도부는 정규직 전환자에게 차별을 두는 방안을 제시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염원을 외면했다. 일부 후진적인 정규직 조합원들이 반발하자, 정규직화를 옹호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 투쟁해야 할 필요성을 설득하려는 진지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 상급 단체들이 전교조와 지하철노조 지도부의 태도에 침묵한 것도 문제였다. 이런 태도는 비정규직 조직화와 전체 노동자의 민주노총이 되겠다고 강조해 온 것에도 걸맞지 않다. 최근 열린 ‘서울교통공사 비정규 투쟁’ 토론회에서 지하철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려 애쓴 정규직 활동가들은 공공운수노조의 침묵을 비판했다.

일부 보수적인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정규직의 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는 결코 예정된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고 이런 시도를 하겠지만, 이에 맞서 싸운다면 이를 좌절시킬 수 있다.

오히려 노조 지도자들이 노조가 분열할 것을 우려해 비정규직의 요구를 낮추려 하거나 정규직화를 지지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단결이 깨지고 사기가 낮아져 사용자들의 공격에 대응할 힘이 약화된다. 그러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지키는 데도 불리해진다.

따라서 좌파 활동가들은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적극 지지하며 연대를 강화하려 노력해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고 나서는 것이 그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