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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 실업과 범죄를 늘린다는 건 거짓말
정부의 이주민 단속 반대한다

정부가 10월 11일부터 두 달간 5개 부처 합동으로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8월 기준 미등록 이주민은 39만 8000명이 넘어, 전체 이주민의 18.8퍼센트다. 이주민 5명 중 1명이 미등록 상태인 셈이다.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뒤 한동안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이주민 유입이 급감하면서 미등록이든 합법 체류든 이주민의 일손 하나가 아쉬운 처지였기 때문이다. 미등록 이주민이 단속에 대한 두려움으로 백신 접종이나 진단 검사 등을 기피하게 될 위험도 고려했을 것이다.

미등록 이주민 정부합동단속 발표 보도자료 ⓒ출처 법무부

그러다 올해 들어 방역을 완화하면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단속도 다시 강화해 왔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6~7월에 유흥·마사지 업종 미등록 이주민을 집중 단속했고, 9~10월에는 택배·배달 라이더 업종 미등록 이주노동자, 농업 계절근로 이탈 이주노동자, “불법취업” 유학생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9월부터 제주에 전자여행허가제를 도입해 미등록 이주민의 입국 통제도 강화했다.

이번 정부합동단속 계획은 이를 더 강력하게 연말까지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단속 강화는 미등록 이주민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단속을 피하려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2000년대 이래 30명이 넘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단속을 줄이기 직전까지 2018년 김포에서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 2019년 김해에서 태국 노동자 아누삭 씨가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사하는 등 비극이 반복됐다.

단속 강화는 미등록 이주민이 외출을 꺼리게 만든다. 그래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등 사회적 고립도 커진다.

거짓말

정부는 “택배·배달대행 등 국민의 일자리 잠식 업종·유흥업소, 외국인 마약범죄 등 사회적 폐해가 큰 분야”를 단속하는 것이라며 정당화했다. “외국인 밀집 지역 등 우범지역에 대한 순찰 활동[을] 병행”하겠다며 이주민에 대한 편견도 부추겼다. 외국인 밀집 지역이 곧 우범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모두 거짓말이다.

이주민 증가와 내국인 실업률 사이에는 인과관계는커녕 상관관계도 없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직후, 한국의 이주민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실업률과 실업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거꾸로 2010년대 내내 이주민 수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실업률은 큰 변동이 없었다.

정부가 지목한 택배·배달대행 업종은 택배 물류센터나 배달 플랫폼 라이더 일자리를 주로 지칭하는 듯하다. 여기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일자리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중에는 다른 곳에서 실직했거나 임금이 낮아 부업이 필요해 찾은 경우도 적지 않다. 즉, 자본주의 경기 변동과 정부와 기업들이 추진해 온 노동유연화의 피해자들이다.

미등록 이주민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이런 진실을 감추고 열악한 조건의 노동자들이 서로를 탓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한편, 공식 통계를 보면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절반에 불과하다.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을 훨씬 크게 위협하는 것은 이주민의 범죄가 아니라 해고, 물가 인상, 복지 삭감과 민영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없음 등 정부와 기업들이 시행하는 조처들이다. 정부의 시선 돌리기에 속지 말아야 한다.

또한 범죄를 사회적 요인과 떼어 놓고 개인 혹은 특정 인구 집단 그 자체의 속성과 결부시키는 접근법은 대중이 서로를 불신하게 해 지배자들에 맞서 단결하기 어렵게 하고, 경찰력 등 국가권력 강화에 이용되기 쉽다.

2017년 12월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조승진

복합 위기

윤석열 정부는 경제적·지정학적 복합 위기 속에서 그 대가를 노동계급 등 서민층에 전가하는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에 대한 불만을 떠넘기는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미등록 이주민 단속 강화는 그 공세의 일부다.

복합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인종차별을 지금보다 더 이용하려 할 수 있다. 윤석열은 이미 대선 기간 이주민이 건강보험을 부도덕하게 이용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그러나 되레 외국인 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매년 수천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인구 감소 등에 대응해 이주민 유입을 일정하게 늘리려고 한다. 그래서 이주민 문제를 점차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도 이를 보여 준다.

동시에 정부는 사용자와 국가의 필요에 맞게 이주민을 통제하는 다양한 조처도 강화하려 할 것이다. 미등록 이주민 문제는 정부가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이주민 전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소재로 이용하기 쉽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에 반대하고, 미등록 이주민을 방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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