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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이주민 배척 주장을 반박하는 풍부하고 유용한 통찰

한국 정부가 인구 감소와 일부 업종의 노동력 부족에 대응해 이주민 유입을 빠르게 늘리려 하고 있다. 동시에 이주민에게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는 제도 개악과 미등록 이주민 단속 강화 등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한편, 노동조합과 좌파의 일부에서는 이주노동자보다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헤인 데 하스 지음, 김희주 옮김, 세종서적, 512쪽, 25,000원

이주민을 둘러싼 정치적 쟁점이 앞으로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신간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헤인 데 하스 지음, 세종서적, 2024)은 이주민을 환영하고 이주민의 조건 개선과 투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유용한 통찰과 풍부한 통계·역사적 사례를 담고 있다.

저자 헤인 데 하스는 현재 암스테르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30년 넘게 이주 문제를 연구해 왔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옥스퍼드대학교 국제이주연구소의 창립 멤버이자 공동 소장으로 활동했다.

저자는 이주가 사상 최고치이며 도착국 사회의 수용 범위를 넘어서 “침략”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전 세계 인구 대비 국제 이주자 비율은 대략 3퍼센트 내외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해 왔음을 통계로 보여 준다.

바뀐 게 있다면 이주의 방향이다. 과거에는 서유럽 국가들이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이주해 간 반면,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에는 서유럽 국가들이 노동력을 모집하면서 이주 목적국이 됐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이주가 사상 최고치라는 오해가 “유럽 중심적 세계관”이며, “비서구 유색 인종의 이입을 특히 문제시하지만, 과거 유럽인의 이입과 이출에는 눈을 감는다”고 비판한다.

공동의 이익

저자는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훔치고 임금을 낮춘다는 주장도 분명하게 반대한다.

“정치인들은 … 이입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암시해 토박이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를 이간하려 든다. 토박이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공동의 이익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것이다. 불평등 심화나 일자리 안정성 저하, 임금 정체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은 이주자가 아니라 정부 정책이다.”(강조는 저자)

저자는 이를 방대한 연구 조사 결과를 인용해 뒷받침한다. 1980년 쿠바인 난민 유입으로 미국의 마이애미 노동력이 갑자기 7퍼센트 증가한 사례 등 이주민이 급격히 증가한 여러 사례에서도 일자리나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다.

저자는 국경 통제가 이주민 유입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효과를 낸다는 점도 보여 준다. 또한 노골적으로 이주민을 적대한 트럼프조차 국경 통제는 강화했어도 실제 사업장을 단속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일하지 못하게 하는 조처는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용자들의 필요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노조와 좌파 일부가 요구하는 이주노동자 유입·고용을 막는 것은 공상이며, 이들을 환영하고 노동계급의 단결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가난한 사람들이 글로벌 노스를 향해 위험한 여정에 나설 필요가 없이 고향에 머물도록 도와야 한다는 논리’를 반박하는 대목은 특히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서구의 많은 정부가 이주민이 자국에 오면 노동시장 밑바닥에 떨어져 고통받는다며 이주를 만류하는 캠페인에 큰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목은 최근 한국의 일부 좌파와 노조들이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와서 열악한 조건으로 고통받는 것을 반대한다며 외국인 가사도우미 등 이주노동자 유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을 떠오르게 한다. 이는 이주노동자보다 한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우선해야 한다는 민족주의를 교활하게 정당화하는 것이다.(관련 기사 본지 463호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논란: 왜 이주노동자를 환영해야 하는가?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는?’)

이주민은 한국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고마운 존재다. 2010년 120주년 세계노동절 기념 이주노동자 대회 ⓒ이미진

저자는 이런 주장이 “‘너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안다’라는 투로 거들먹거리는 태도일 뿐”이라며 “이주자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실제 스스로 판단한다”고 꼬집는다. 이주에 위험과 고통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향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나은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에 이주한다는 것이다. “이주자들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간절한 희망을 품고 수년간 힘든 일과 외로움을 기꺼이 감내한다. 이주자들이 이주 초반에 송금하는 돈은 식량과 옷을 구매하거나 질병을 치료하거나 집을 짓는 등 시급한 용도로 사용된다.”

다만, 여기서 더 나아가 다문화주의가 이주민을 결국 고국으로 보내려는 목적하에 자신의 문화, 언어, 종교를 지키도록 독려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주장은 과도해 보인다.

다문화주의는 처음부터 논란의 여지가 많은 개념이었고 이를 놓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좌파 사이에서 첨예한 논쟁이 일어났다. 하지만 주요한 측면에서는 분명 진일보한 개념이었다. 다문화주의는 이주민 공동체들이 이른바 우월한 문화에 순응하라는 압력을 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를 옹호하려는 것이 핵심 취지다. 특히, 무슬림 문화가 서구 문명보다 열등하다는 이슬람 혐오가 인종차별의 최신 형태인 상황에서, 우파가 이주민을 배척하려고 다문화주의를 공격하는 것으로부터 다문화주의를 방어해야 한다.

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대중서를 목적으로 쓰여져 읽기에 어렵지 않다. 이 책은 이주민을 환영하기 위한 주장을 벼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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