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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설업에서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 추진:
이주노동자 배척은 부메랑 되어 돌아온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동조 파업으로 연대한 건설노조를 공격하고 있다. 12월 20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건설현장 규제개혁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건설노조가 노조원 채용을 요구하고 건설 현장 출입을 저지하는 것 등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 방안 중에는 이주노동자의 고용 제한을 전면 해제해 건설 현장에 노동력 공급을 늘리는 조처도 포함돼 있다. 노조가 노동력 공급을 독점하고 있어서 문제라며 말이다.

이는 조건이 더 열악한 이주노동자를 이용해 노동자 사이의 경쟁을 강화하며 내국인 노동자의 노동조건 하락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성명서에서 정부가 밝힌 방안들을 비판했다.

그런데 건설노조는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을 비판하면서도, 이번 이주노동자 고용 제한 해제 방안이 “사장님들[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지적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최근 법무부가 ‘불법고용주’(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했다가 적발된 사용자)의 이주노동자 고용 제한을 해제한 것도 비판했다.

정부와 사용자에 대해 폭로하려는 취지이겠지만, 건설노조의 입장은 이주노동자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모호하다.

이주노동자 고용 제한 해제를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이주노동자와 단결을 추구하는 방향이 분명치 않다. 이주노동자 고용·유입을 반대하는 데로 나아갈 여지가 열려 있다.

건설노조 내에서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논쟁은 오래 지속돼 왔다. 일부 지부의 지도부는 ‘외국인 불법 고용’(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을 반대하며 이주노동자를 배척하기도 했다.

이번 이주노동자 고용 제한 해제 방안을 둘러싸고도 노조 내에 논란이 있을 듯하다.

그러나 정부와 사용자들이 경쟁을 강화하려는 목적일지라도, 이주노동자 고용·유입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부 방안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이주노동자를 환영하고, 이주노동자의 임금과 처우를 내국인 노동자 수준으로 올리도록 투쟁해야 한다.

먼저, 일반적으로 말해 이주노동자 증가와 내국인 실업률·임금 수준 사이에는 인과관계는커녕 상관관계도 없다.

예컨대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직후, 한국의 이주민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실업률과 실업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거꾸로 2010년대 내내 이주민 수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실업률은 큰 변동이 없었다.

오히려 이주민의 경제적 구실은 너무 쉽게 간과되고 있다. 이주민은 한국에서 일자리를 얻어 생산 증대에 기여할 뿐 아니라 소비를 창출해 생산과 고용 창출에 이바지한다.

근시안

물론, 경기 변동 등에 따라 일부 부문에서 노동자 사이의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때조차 이주민 때문이 아니라 자본가들이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하기 때문에 일자리와 임금이 줄어드는 것이다.

건설업에서도 고용 불안과 저임금의 주범은 다단계 하도급을 확산한 사용자들과 이를 용인하는 정부다.

이에 맞서 어떻게 단결해 싸우느냐에 따라 고용과 임금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시맨스키는 미국의 여러 주를 비교 연구한 결과, 흑인 노동자에 대한 인종차별이 강한 곳일수록 백인 노동자의 소득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노동계급의 분열이야말로 일자리와 임금을 지키는 데 해롭다.

새롭게 노동시장에 들어온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하락시킨다고 보면, 그 대상은 단지 이주노동자에 그치지 않게 될 수 있다. 예컨대 2010~2020년 조선업계 불황 기간 중 숙련공들이 대거 건설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 때문에 기존의 건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임금이 위협받는다고 보면, 자본가들은 이런 적대를 이용해 경쟁을 강화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가로막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노조가 이주노동자의 한국 유입이나 사용자의 이주노동자 고용을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주기적으로 벌이는데도 지난 몇 년 동안 미등록 이주민은 꾸준히 늘었다.

일부 현장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출입을 저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현장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그게 가능한 곳에서도 정부가 탄압할 빌미만 주거나, 더 나쁘게는 이주노동자와 노조의 물리적 충돌을 낳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이주노동자의 고용·유입 제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 이주노동자는 더욱 사용자에게 의존하게 되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는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압력이 된다.

이주노동자는 다른 건설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착취 받는 노동자들이고, 커다란 차별까지 겪고 있다 ⓒ이미진

유리한 조건

현재 건설업에 이주노동자 고용 쿼터가 제한돼 있지만, 적잖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내국인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 건설업 이주노동자 고용 제한이 해제되면 오히려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날 것이고, 이들도 자신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나서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이주민 차별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은 이를 이용해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며 단결된 투쟁을 도모해,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 모두의 조건이 개선되도록 힘써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불황의 고통을 노동계급에 전가하고자 곳곳에서 인종차별을 부추기며 노동계급 내부를 이간질하고 있다. 최근에도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후퇴시키는 개악안을 발표하며, 이주민이 건강보험을 부정수급하는 것처럼 왜곡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인구 감소에 대응해 이민청 설립 추진 등 이주민 유입을 일정하게 늘리려고 한다. 동시에 인종차별을 더욱 조장하며 이주민과 내국인 모두를 공격하려는 시도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이간질에 맞서며 이주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내국인 노동자에게도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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