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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수업을 경찰 수사로 넘긴 광주시교육청 규탄한다:
경찰은 배이상헌 교사 수사 중단하라
배이상헌 교사를 방어하자

배이상헌 교사와 그 지지자들이 광주시교육청의 독단적 관료 행정에 항의하고 있다 ⓒ출처 배이상헌 교사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 7월 24일 광주시교육청이 중학교 도덕교사의 성평등 수업을 성범죄(‘성 비위’) 취급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그 수업을 한 배이상헌 교사를 직위 해제했다. 수업에 사용된 영화를 본 학생의 일부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교육청에 신고했다는 게 이유였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일부 학생의 주관적 진술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의 성인식 개선팀과 장휘국 교육감이 이 사안을 성범죄 취급한 것은 완전히 부당하고 독단적인 것이었다. 민원이나 신고의 내용은 교사가 학생을 성추행했다거나 성적인 요구를 했다는 게 전혀 아니었다. 그저 수업 내용(특히 영상)에 대한 불만을 몇몇 학생들과 학부모가 제기한 것이었을 뿐이다.

이 수업은 성범죄이기는커녕 외려 성평등 수업이었다. 배이상헌 교사는 성평등과 학생 인권 관련 교육을 오랫동안 해 온 전교조 교사이다. 광주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을 후원해 왔고, 광주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배이상헌 교사가 수업 시간에 튼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는 프랑스의 여성 감독 엘레오노르 푸리아가 연출한 것으로, 성 역할을 뒤바꿔 여성 차별의 현실을 고발한다. 광주시교육청이 그 영상을 ‘선정적’이라고 비난했다지만, 국내의 많은 여성단체들은 이 영화를 성평등 교육 자료로 추천했다.

일부 학생은 영화가 취한 폭로 방식(예컨대, 남성이 여성들에게 성추행당하는 장면)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이 곧 성희롱일 순 없다. 일각에서는 그 영상이 중학생의 발달 단계에 안 맞는 교재라며 교육청 조처를 옹호하지만, 이 문제는 교사들과 토론하고 학생들과도 대화하며 개선해 나아갈 문제이지, ‘성 비위’로 몰아 경찰 수사의 제물로 바칠 일이 아니다. 공권력이 개입하는 순간 바람직한 교육 방식과 교재를 둘러싼 토론은 원천 차단당한다.

차단

광주시교육청은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배이상헌 교사에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았다. 혐의 내용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장휘국 교육감은 전교조 교사 출신 3선의 ‘진보’ 교육감으로, 배이상헌 교사의 평상시 입장과 실천을 잘 아는데도 이렇게 처리했다. 배이상헌 교사는 장휘국 교육감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대량해고 등 진보 교육감답지 않은 행보에 비판적 문제제기를 해 왔는데, 이 때문에 미운털 박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교사와 교육운동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배이상헌 교사와 그 지지자들이 광주시교육청의 독단적 사건 처리에 항의해 온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그러나 장휘국 교육감은 끝내 경찰 수사 의뢰를 철회하지 않았다. 8월 20일 광주 남부경찰서는 배이상헌 교사를 ‘아동학대’ 등을 다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조만간 그를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 영화 상영이 학생들에게 미친 영향을 조사한다고 한다. 성범죄가 아닌, 수업 내용에 관한 학생들의 반응을 경찰이 조사해서 성범죄 여부를 판정한다니 어처구니없다. 관람자의 일부가 그 영상을 보고 불쾌감을 느끼면 그것이 곧 성범죄이고 학대라는 말인가?

학생들이 강제로 영화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는지 여부도 조사한다는데, 이 역시 황당하다. 학교 수업에서 상영한 영화의 시청 강제성을 어떻게 조사하겠다는 것인가? 교사가 영화를 틀 때 학생들에게 사전 동의를 다 받지 않았다면 시청 강요라고 할 셈인가?

경찰은 이 영화를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에 넘겨 전문가의 자문을 받겠다고 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 같은 검열 기구가 성차별 반대 감독이 만든 영화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게 해서 배이상헌 교사의 성범죄 여부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추행이나 위계 관계를 이용한 성적 강요 같은 성범죄와, 교사의 수업 내용은 명백히 다르다. 언론에 보도된 경찰 수사 방향은 이 단순한 진실을 가리고 있다.

성범죄와 무관한 교사의 수업 내용을 경찰이 조사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일이고 탄압이다. 경찰은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수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은 국가의 억압기구인 경찰의 힘을 빌려 자의적인 관료 행정을 정당화하지 말고 해당 교사의 직위 해제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과 경찰 수사에 동조하는 일부 여성단체들 유감

유감스럽게도 일부 여성단체들, 특히 광주 지역의 주요 여성단체들이 광주시교육청을 편들며 경찰 수사를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

8월 13일 광주여성민우회는 배이상헌 교사의 정당한 자기 방어 활동(공개 수업)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천여성의전화, 인천페미액션, 인천여성회도 이에 동조하는 성명을 냈다.

8월 19일에는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이 배이상헌 교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현 상황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있지만, 성명의 압도적 내용은 배이상헌 교사의 활동 비판에 맞춰져 있고, 광주시교육청의 조처와 경찰 수사를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

이 성명들은 약간의 어조 차이는 있어도, 모두 배이상헌 교사의 자기 방어 활동이 피해자의 목소리를 위축시킨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애먼 교사를 성범죄자로 모는 사용자(교육청)와 국가(경찰)의 탄압을 옹호하는 것이야말로 스쿨미투의 정당한 취지를 퇴색시키고, 진보적 대중 속에서 환멸을 낳기 십상이다.

이 여성단체들은 젠더권력과 학생-교사 위계 관계를 얘기한다. 8월 19일 광주전남여연은 “교사와 학생 간 권력 차이 인정”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은 남성 교사 노동자의 수업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국가 권력 편에서 노동자 탄압을 두둔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개악을 노골화하고 친기업적 정책을 시행하며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지만, 개량주의적 여성단체들은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등 국가기관의 후원을 받아 여러 행사를 치르고 있다. 정부 위원회, 지자체, 지역교육청 등 국가기관의 각종 정책 입안과 실행에 개량주의적 여성단체 소속의 주요 간부들이 들어가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광주시교육청과 협력해 오거나, 그와 유사한 협력을 지역 교육청과 하고 있는 여성단체들이 배이상헌 교사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들 여성단체들의 물질적 이해관계가 근저에 놓여 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내세우는 것은 이런 이해관계를 가리는 겉포장일 뿐이다.

배이상헌 교사를 방어하자

배이상헌 교사는 광주시교육청에 항의하는 활동을 한 달 넘게 하고 있다. 전국도덕교사모임, 전교조 광주지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광주참교육학부모회 등이 광주시교육청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광주교육청 앞 항의 시위 등을 해 왔다.

광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배이상헌 교사를 지지하는 교사와 진보계 활동가 등이 참가하는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광주시교육청의 조처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 달 넘게 싸우고 있는 배이상헌 교사 ⓒ출처 배이상헌 교사 페이스북 페이지

불행히도 전교조 본부와 전교조 여성위는 (아직) 배이상헌 교사 방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전교조 중집에서 배이상헌 교사 방어 입장을 내자는 안건이 제출됐지만, 애석하게도 통과되지 못했다.

광주시교육청과 일부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배이상헌 교사 방어 활동을 ‘2차가해’라고 비난하고 있다. ‘2차피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비난해도 고압적이긴 마찬가지다.

배이상헌 교사 방어는 단지 우연적이고 일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운동이 회피해서는 안 될 계급적 단결 문제이다. 사용자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경찰 등 국가기구의 억압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광주시교육청의 권위주의적 조처에 침묵한다면 노동자들은 위축되고 사상적으로 혼란을 겪게 된다.

계급적 단결

장휘국이 진보 교육감이라는 말이 맞다고 해도 엄연히 그는 사용자이고 배이상헌 교사는 노동자이다. 계급을 가로지르고 남성 전체와 남자 교사 전체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는 급진 페미니즘의 분열주의와 개량주의에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경찰의 배이상헌 수사는 스쿨미투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 정당한 취지를 훼손하는 수구적 조처일 뿐이다. 경찰은 노동계급과 일반 여성의 친구가 아니다. 버닝썬 사태에서 보았듯이, 지독히 부패한 자본주의 사회구조와 그 수혜자들을 지켜 주는 부패한 폭력 기구다.

배이상헌 교사의 정당한 투쟁에 지지를 나타내자. 배이상헌 교사와 그 지지자들은 8월 31일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전국의 전교조 교사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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