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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교사모임 성명:
광주교육청은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수사의뢰와 직위해제 철회하라!
전교조 본부는 배이상헌 교사 방어에 나서야

2019년 7월 24일, 광주시교육청은 수업 중 성평등 교육을 한 중학교 교사를 ‘성비위’ 혐의로 직위해제 했다.

광주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을 지낸 바 있고, 학생자치, 학생인권, 성평등 교육 등을 학교 현장에서 오랫동안 실천해 온 전교조 조합원 배이상헌 교사가 그 당사자이다.

배이상헌 교사에게 제기된 민원은 은밀한 공간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이나 그 비슷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 아니다. 공개된 학교 교실에서 수업 중 틀어준 영상과 몇몇 발언 등 수업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해당 영상은 전교조 여성위를 비롯해 여성단체들이 추천한 교육 자료이기도 하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배이상헌 교사의 소명 기회 요구를 묵살하고 성평등 수업을 ‘성비위’로 낙인 찍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직위해제 했다. 이는 그 교사에게 정서적·경제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데도 말이다. 직위해제가 징계가 아니라는 일각의 주장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간 광주시교육청의 ‘성희롱, 성폭력 대응 매뉴얼’은 비판을 받아 왔다. 해당 매뉴얼에는 피해를 호소한 학생의 진술이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최소한의 확인 단계와 교사의 소명 기회가 없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따른 것이다. 교육청에 신고되면 모두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직위해제를 하는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리돼도 ‘공무원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징계한다. 사안의 진정한 성격이나 맥락을 따져 보지도 않고 징계 절차를 밟아 고초를 겪는 교사들이 광주에서만 수십 명에 이른다. 지난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전북의 고 송경진 교사의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교육청의 칼날에서 자유로울 교사는 없다. 배이상헌 교사 사례를 접한 교사 중 상당수는 깜짝 놀라 자신이 수업 때 틀어준 영상과 발언을 돌이켜보았을 것이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면 사실관계 확인 없이 직위해제가 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처럼 애먼 교사를 성범죄자로 몰아 사용자(교육청)와 국가(경찰과 검찰)의 제물이 되게 만드는 광주시교육청의 매뉴얼은 스쿨미투의 애초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의 피해호소 중에는 정당한 것들이 많지만, 학교 자체가 워낙 권위주의적인 곳이므로 숨 막히는 학교 생활에 대한 불만이 교사들로 향하기도 쉽다. 학생들이 느낀 불쾌함은 진중하게 고려돼야 하지만, 이것을 절대적인 근거로 적용해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수업 중에 느꼈을 당혹감이나 불쾌감은 자유로운 토론과 소통의 과정에서 성찰하며 교육적으로 돌아볼 일이다. 학생과 교사, 학생과 동료 학생들의 교육적 관계 회복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생략한 채 사용자와 국가기구의 행정 처벌, 사법 처벌에만 집중한 결과,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교사들은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학생들의 문제 제기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로 교육청의 부당한 행정조처, 직위해제 등에 침묵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성 관련 민원 뒤에 숨어, 국가기구의 일부인 교육청이 교사의 수업 내용을 징계하고 사법 당국에 넘기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한편, 배이상헌 교사가 직위해제 항의 투쟁에 나선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도 전교조 본부와 여성위가 배이상헌 방어에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다. 광주시교육청의 부당한 조처에 힘을 실어 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진보 교육감이라 해도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는 노동조합이 독립적으로 비판하고 과감히 맞서 싸워야 한다. 게다가 광주시교육청의 매뉴얼은 올해 2월 교육부 매뉴얼에도 반영돼 이제 전국의 교사들에게 적용된다.

2018년 4월 전교조는 ‘교육부의 교육 분야 성희롱 성폭력 근절 대책 발표에 대하여’라는 논평을 낸 바 있다. 여기서 “(성평등 교육) 노력을 아끼지 않는 교사들은 일상적으로 파면‧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민원과 법적 소송 등 고통을 당하기 일쑤다”고 지적하며, “성평등 교육 교사에 대한 부당한 공격을 수수방관”해 온 교육부를 비판하고 “교사 보호 대책을 수립”하도록 촉구했다.

이미 전교조광주지부, 전국도덕교사모임, 광주참교육학부모회 등 광주 지역의 교육단체들이 배이상헌 교사를 방어하고 나섰다. ‘성평등 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결성돼 1인 시위와 규탄집회 등을 열고 광주교육청의 행정조처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전교조도 성평등 교육에 앞장서 온 배이상헌 교사에 자행된 부당한 징계에 맞서 적극 싸워야 한다.

배이상헌 교사가 더 고초를 겪지 않고 수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전교조 교사들이 앞장서서 지지하고 연대를 보내자.

2019년 8월 19일

노동자연대 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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