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소모적 브렉시트 논쟁이 아니라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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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행동을 비웃거나 한탄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오직 이해하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 위대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가 1677년 세상을 떠나면서 미완성으로 남긴 《정치 논고》 서문에 남긴 말이다.
이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 분열은 현재 진행형이다. SNS에서는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는 좌파들이 브렉시트를 렉시트
나는 양편이 서로 비난을 퍼붓는 쟁점에 대해 명확한 나름의 견해가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런 논쟁은 이제 핵심이 아니다. 2016년 6월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 지리멸렬하게 이어진 정치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결과다.
그 결과란
존슨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교착 상태를 이용해 총리직을 거머쥐고, 야당들을 움직여 조기총선을 실시하도록 하고서 총선에서 집요하게 “브렉시트 완수”를 공약해서 압승을 거뒀다.
그 탓에 영국에는 역사상 가장 우익적인 보수당 정부가 들어섰다. 마거릿 대처의 발목을 잡고 결국 쫓아내기까지 했던 그 옛날 친유럽 “중도파”는 보수당에서 축출됐다. 존슨 정부는 유럽연합의 무역 규정 체제
존슨이 아주 온건한 종류의 “일국 보수주의”
이것이 가까운 시일에 벌어질 일들이다. 즉, 모든 좌파가 패배를 겪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를 되돌리려고 제2 국민투표 촉구 운동을 벌이던 좌파는 패배했다. 그러나 진보적인 브렉시트를 주장한 우리
지난 보수당 정권 10년 동안 지독하게 고통받은 노동계급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우리는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또 그럴 것이다. 우리는 훨씬 심각한 패배도 겪어 봤다. 유럽연합과 단절함으로써 존슨은 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시기에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 존슨의 운은 바닥날 것이다. 어쩌면 꽤 빨리 바닥날 수도 있다.
그러나 좌파가 다시 일어서려면 신중하고 냉철하게 사고해야 한다. 우리가 왜 졌는지 잘 이해해야 한다. 특히 보수당 우파가 어째서 역사상 가장 좌파적인 지도부가 이끈 노동당을 물리칠 수 있었는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물론 여기에서는 브렉시트도 중요했지만, 브렉시트 지지가 우세했던 노동당 선거구들이 왜 보수당으로 넘어갔는지를 이해하려면 그 원인이 더 뿌리깊고 더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학 연습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보수당과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저지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이 기후 재앙 가속화가 임박한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 이런 모든 문제에 관해 상이한 좌파 세력들은 분열할 이유보다 단결할 이유가 더 많다.
그저 손을 맞잡고 도원결의하자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이해하고 미래를 위한 전략을 모색하려면 의견 충돌과 논쟁은 피할 수 없다. 아마 노동당이 가야할 길을 둘러싸고 특히 그럴 것이다. 명료함은 정파 간의 합의가 아닌 논쟁과 쟁투 끝에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 공방전은 이제 지루하고 헛도는 소모전이 되고 있다. 전진해야 할 때다. 우리에게 닥쳐올 험난한 싸움을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