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이어 대우조선 하청, 10톤에 깔려 사망:
문재인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낳은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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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에 이어, 9월 26일 대우조선에서 34세 하청 노동자 지모 씨가 사고로 숨졌다.
크레인 신호수였던 그는 10톤짜리 블록(선박의 한 부분이 되는 커다란 철판) 위에 올라서 있었고, 크레인은 그 블록을 이송 차량 위에 내려놓는 중이었다. 이후 이어졌어야 할 과정은 내려놓은 블록이 넘어지지 않게 고정시키고, 신호수가 블록에서 안전하게 내려왔는지 점검한 뒤, 크레인과 블록 사이의 걸쇠(샤클)를 제거하고, 크레인을 철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크레인은 지 씨가 내려오기 전부터 철수하기 시작했다. 블록은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았다. 결국 지모 씨는 추락했고 동시에 10톤 무게의 블록이 그를 덮쳤다.
이번 사고는 크레인을 운전하는 노동자 개인의 잘못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안전을 무시한 ‘빨리 빨리’ 압박은 조선소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이다.
치열한 수주 경쟁 속에서, 사측은 말도 안 되게 촉박한 일정으로 선주사(배를 주문한 회사)와 계약을 맺고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원·하청 노동자들을 죽도록 쥐어짠다.
높은 데서 일하고 무거운 것을 다루는 조선소에서 ‘빨리 빨리’를 강요하면 사람이 죽어 나갈 수밖에 없다. 2007~2017년 조선업 산재 유형 1~2위는 줄곧 떨어짐과 넘어짐이었다.
구조조정이라는 벼랑
지 씨는 안전 대책을 포함한 사전 작업계획서와 유해·위험 작업 시 요구되는 표준작업지도서가 없는 상태로 일했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들이 이런 상황에 항의하기란 쉽지 않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은 선박 물량에 따라 이 조선소 저 조선소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데다 다단계 하청인 경우가 많아서 더욱 조건이 취약하다.
지 씨는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성동조선의 정규직 노동자였다. 그러나 조선업 불황과 문재인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으로, 7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희망퇴직’했다.
그는 한동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홀로 아들을 키웠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겨우 찾은 일자리가 대우조선 하청업체 ‘(주)건화’였다. 이곳은 중대재해로 악명 높은 업체다. 2018년 12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주)건화 소속 재하청업체의 재해율은 동종사 평균보다 최대 12배나 높았다.
그러나 지 씨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결국 일을 시작한 지 2달 만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지 씨는 문재인 정부가 강행한 조선업 구조조정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미약하기 짝이 없는
문재인 정부는 ‘김용균 법’,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이라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은 4가지 위험 물질을 다루는 경우 말고는 외주화를 금지하지 않는다. 조선업에서 주로 일어나는 사고성 재해는 해당 사항이 없다.
정부는 이 개정 법안으로 원청 책임을 강화했다고 생색냈다. 하지만 원청의 안전 관리 의무 범위를 기존 ‘22개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한 것에 그쳤다.
조선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들은 대부분 ‘22개 위험 장소’에 이미 해당한다. 기계·기구 등이 넘어질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등.
그런데도 2017년 조선업은 평균 산재율이 전체 산업의 2배에 달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조선업 산재 사망자의 80퍼센트는 하청 노동자였다. 꾀죄죄한 이번 개정 산안법만으로는 노동자들이 위험에 내몰리는 상황을 결코 막을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오히려 개정 산안법 시행령에서는 정부가 명령할 수 있는 작업중지 범위를 후퇴시키는 등 개악도 이뤄졌다.
조선업 구조조정 정책에서 드러났듯 경제 위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철저하게 기업주들의 편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 자본주의의 효율화에 중점을 두며 노동자들의 염원을 짓밟아 왔고, 돈이 들거나 기업의 이윤 벌이를 방해하는 종류의 산업재해 대책은 실행할 생각이 없다.
2019년 6월 기준, 올해 산재 사망자 수가 1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여 명 증가한 수치다. 정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개악에 맞서서 노동계급이 스스로 투쟁해야 한다.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을 막을 동력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