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청 산재:
추락사한 노동자 부검해 책임 전가하려는 검찰·사측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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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 산재 사고 이후 상황을 정규직 활동가가 기사로 보내 왔다. 사측은 검찰과 손잡고, 추락사한 하청 노동자의 사인을 노동자 개인에게서 찾으려 했다. 유족과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들이 항의한 성과로, 검찰은 2월 26일 저녁 부검 영장을 철회했다고 한다.
2월 22일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가 21미터 높이 철제 구조물(트러스)에서 일하다가 15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는 안전망도 안전 난간도 없었다.
그런데 울산지방검찰청은 사인이 불명확하다면서 시신 부검을 시도했다. 고인이 술을 먹었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과 검찰은 24일부터 오늘(26일) 아침까지 매일 장례식장에 들이닥쳐 시신을 강제로 빼가려고 했다.
경찰들은 부검을 해서 건강 문제가 나오면 고용주 책임이 더 커진다고 유족을 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족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인의 부인은 “부검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만약 강행한다면 내가 관에 드러눕겠다” 하면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고 한다.
25일 유족은 검찰에 입장을 전달했다.
“[이번] 사고 및 사망은 회사가 마땅히 해야 할 안전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 명명백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부검을 한다는 것에 대해 저희 유족들은 납득할 수 없고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족들은 “법 위반과 책임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유족의 주장처럼 이번 산재 사망 책임은 사측에 있다. 모든 증거와 정황이 일하다 떨어져 사망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 준다. 병원 사망진단서에도 “추락에 의한 외인사”라고 명시돼 있다.
사실 사측은 언제나 안전을 뒷전으로 여겼다. 매년 연초 시무식에서 사장은 “올해는 사고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고 말한다. 그러나 항상 말뿐이었다. 안전은 가장 뒷전이었다. 사측에게는 이윤이 늘 가장 우선이었다.
지난 수년간 사측은 원하청 노동자 3만 5000명을 구조조정으로 내보내더니, 이제는 저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용하며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문제다.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던 약속을 내팽개쳤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오히려 노동개악을 추진하며 탄압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마사회 문중원 열사의 분향소를 철거하려다가 연기한 일도 있었다. 한 노동자가 억울한 마음에 목숨까지 버리면서 부당함을 호소했는데도 정부는 받아안을 생각은 않고 축소시키고 덮으려고만 한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방향에 발맞춰서 지금 검찰과 경찰이 악랄하고 노골적으로 사측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검찰·경찰이 강제 시신 인도를 시도할 때마다 정규직노조 활동가들이 하청 활동가들과 함께 모여서 대응했다. 2월 24일부터 매일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이 부당한 환경과 대우 속에서 고생하다가 사망했는데, 정규직 노동자들이 더더욱 연대해야 한다. 잘못된 구조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러면 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 활동가들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원하청 단결도 가능할 것이다.
현대중공업 사측과 문재인 정부의 검찰·경찰을 규탄한다. 강제 부검 시도를 중단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사측은 이런 악랄한 짓을 2014년에도 벌인 바 있다. 작업 도중 추락해 에어호스에 목이 감긴 채 사망한 노동자의 사인을 놓고, 당시 사측과 경찰은 자살로 몰아갔다. 상처 입은 유족의 가슴에 못을 박고 또 박은 것이다. 이 사건은 법정 싸움 끝에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2004년 2월 하청 노동자 박일수 열사가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우다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을 때도, 부검을 강행해 ‘불행한 가족사에 의한 자살’로 몰고 가려 했다.
지금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시신 탈취 시도에 분노하는 것은 과거 사측의 악행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