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보안법 발효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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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이하 보안법)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이 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6월 30일 오후 11시를 기점으로 발효됐고, 이후 홍콩 정부가 이 법을 ‘홍콩 기본법 부속서 3’에 추가하고 이를 공포할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중국·홍콩 정부는 국가 분열, 국가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을 범죄로 규정하고 최고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다. 2009년 마카오에 도입된 국가보안법의 최고 형량이 30년인 것에 견줘도 처벌이 훨씬 무겁다. 심지어 홍콩 보안법에 따르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언행’을 한 법관은 관련 재판을 맡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있다.
(한국 국가보안법 같은) 다른 국가의 사상단속법과 마찬가지로, 홍콩 보안법은 민주적 권리를 전면 부정하는 악법이다. 이 법은 홍콩 대중의 정치적·시민적 권리를 제약할 것이다.
보안법 상 국가전복죄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 및 홍콩 정부의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행위, 이들 기관의 시설을 공격·파괴하거나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행위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국민교육 도입 반대 운동(2012년), 우산운동(2014년), 송환법(범죄인 인도 조례) 반대 운동(2019년) 같은 대규모 항의 운동들뿐 아니라 매년 6월 4일 열리는 톈안먼 항쟁 추모 집회 같은 것도 금지될 수 있다.
특히 이 법은 2019년 송환법 반대 운동에 대한 중국·홍콩 정부의 반격이다.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은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지난 1년 동안 홍콩을 괴롭힌 사회적 혼란은 사라질 것”이라며 홍콩 보안법의 상무위 통과를 환영했다. 2003년에 홍콩 보안법을 도입하려다 좌절돼 행정장관을 사임했던 렁춘잉(梁振英)도 “구제가 불가능한 소수만 겨냥하는” 보안법 통과를 적극 환영했다.
국가보안법이 상무위를 통과하마자 그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사무총장) 조슈아 웡,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 같은 인사들이 보안법의 공격 대상이 되리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 가운데 데모시스토당을 비롯한 몇몇 범민주파 정당들이 이전의 주장과 행위를 근거로 처벌당할 것을 우려해 자진 해산한다고 선언했다.
바로 이런 억압적 성격 때문에 홍콩 대중은 보안법 도입을 줄곧 반대해 왔다. 2003년 중국 정부와 홍콩 행정부의 국가보안법 도입 시도에 맞서 홍콩 시민 50만 명이 시위를 벌여 이를 저지시켰다.
설사 홍콩에서 친미적 주장을 하는 개인과 단체가 있더라도, 그런 주장은 정치적 토론의 대상이 돼야지 처벌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친북적 주장과 친북 좌파 단체가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되는 것에 반대하듯이 말이다.
홍콩 보안법이 발효되자, 미국 트럼프 정부는 홍콩을 중국과 같은 체제로 여기겠다며 제재 조처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 지배자들은 홍콩 대중의 친구가 아니다. 트럼프가 홍콩 항쟁과 한 편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더라도 중국·홍콩 정부는 홍콩 노동자 대중의 저항을 완전히 억누르지는 못할 것이다. 송환법 반대 운동의 중심에 있던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반환 23주년인 7월 1일에 맞춰 대규모 거리 행진을 예고하고 있다. 이 시위가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첫 번째 대규모 항의 행동이 될 것이다.
보안법에 맞서는 홍콩 대중의 투쟁을 응원한다. 그리고 이 투쟁이 본토 노동자들의 저항과 연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