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의 30퍼센트를 토해 내라니!:
기간제교사 임금 환수·삭감 — 벼룩의 간 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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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과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기간제 공대위)가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간제교사 생계파탄 임금 환수 즉각 중단과 임금 삭감 철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기도교육청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교사의 임금을 환수하고 임금 삭감에 앞장서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5월 15일 교육공무원의 호봉 관련 예규를 개정하면서 교사자격증 취득 전에 사서, 영양사, 상담사 등 교육공무직으로 근무했던 경력 인정률을 8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낮췄다. 심지어 교육부는 이 개악을 소급 적용해 이미 받은 임금도 빼앗으려 한다. 이로 인해 관련 교사들은 당장 6월 급여부터 최소 100만 원이 깎였고, 앞으로 많게는 2000만 원에 가까운 급여를 토해내야 하는 실정이다.
기자회견에서 박혜성 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교육공무직 경력 인정률이 50퍼센트에서 80퍼센트로 상향된 것은 온갖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맞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싸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지난 8년 동안 인정했던 경력 인정률을 낮춰 투쟁의 성과를 되돌리는 일은 노동존중을 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투쟁으로 얻은 성과도 빼앗으려는 게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공정사회”, “노동존중”의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약했지만 기간제교사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신한 바 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영양교사와 사서교사도 가슴 절절한 사연을 말했다.
“저는 약 8년을 교육공무직으로 일하다 교육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기간제 영양교사가 됐을 때 공무직 영양사 경력을 80퍼센트 인정해 준다는 것을 알고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교육부에서 지금까지 적용했던 호봉이 잘못됐다고 합니다. 기간제 경력이 7년 정도인 저는 적어도 1500만 원 이상을 반납해야 합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정해준 대로 급여를 받았을 뿐인데 갑자기 그 큰 돈을 내놓으라고 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학교 도서관 발전을 위해 한 학교에 사서교사를 한 명씩 배치한다고 해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에 기대를 걸었던 한 사서교사는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지급한 대로 월급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30퍼센트를 토해내라니요. 비교과 교사를 무시하고 교육공무직의 경험을 무시하는 행태입니다. 교육청 관련자들 모두 문책 대상입니다. 법규정 변경 없이 환수조치는 불법입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 발언은 기간제 교사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
“환수조처 문제는 단지 연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학교비정규직들의 문제입니다. 마음대로 해고하고 저임금의 노동자를 쓰겠다는 것이 비정규직 제도입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임금과 처우만의 문제가 아니라 차별과 배제의 근원이 되고 있습니다. 똑같이 일하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반값 땡처리 되는 것이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최진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장)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교원과 교육공무원, 교육공무직은 인력 부족과 열악한 처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얼렁뚱땅 눈 감으면서 임금 삭감은 앞장서서 추진하는 것이 교육 당국입니다. 경력 인정을 낮춘다는 것은 단순히 임금 삭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교육 당국이 교육자의 자부심을 빼앗아가는 문제입니다.” (임병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장)
이날 기자회견에는 기간제교사뿐 아니라 정규교사들도 함께 참여했다.
기간제 공대위 소속 서지애 초등교사(전교조 조합원)는 이렇게 규탄했다.
“스포츠강사의 경우 처음에 교원자격증을 채용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더니 2014년 법제처와 노동부가 교원자격증이 있는 이들은 기간제법을 적용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발표하자, 시행령을 개정해 오히려 교원자격증만 있고, 체육지도사 자격증이 없는 이들을 채용 기준에서 대거 탈락시켰습니다. 즉, 해고한 것입니다. 교원자격증이라는 조건이 당국의 입맛에 맞게 고용을 유연화시키는 무기로 쓰이곤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추경 예산을 마련한다는 핑계로 교사들에 대한 임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간제 교사뿐 아니라 정규교사도 해당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인 기간제 교사들이 먼저 투쟁에 나섰다. 전교조는 소송 준비 수준이 아닌 현장 교사들에 대한 임금 삭감, 환수 조처에 맞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학교 안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단결해 투쟁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