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 지자체 이관은 돌봄전담사 처우 악화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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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를 전일제로 바꾸고 재정 지원을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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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소속 초등돌봄교실 돌봄전담사들이 ‘시간제 폐지 및 처우개선!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했다. 9월 14일에는 권칠승·강민정 의원이 발의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 지원에 대한 특별법안’(이하 온종일 돌봄 특별법)의 법안소위 심사에 반대하며 긴급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소속 초등돌봄전담사들도 시간제 전담사의 상시전일제화, 학교돌봄 법제화를 요구하며 10월 파업을 결의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돌봄교실에 마스크, 손소독제 등 방역 물품조차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열악한 방역 대책에 분노하며, 돌봄교실에 대한 정부의 안정적 지원을 위해 돌봄교실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정부나 국회의원 누구도 현장에서 돌봄을 책임지고 있는 초등돌봄전담사들과의 상의 한 번도 없이 돌봄 정책들을 내놓고, 심지어 학교 밖으로 돌봄교실을 떠밀어내는 법안까지 나오자 노동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초등돌봄전담사 1만 3000여 명 중 18퍼센트만이 전일제고, 82퍼센트가 시간제이다. 돌봄교실은 그야말로 돌봄노동자의 공짜 노동이 아니면 굴러가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초등돌봄전담사들은 “코로나19로 학교 문은 닫아도 돌봄교실 문을 열어야 하는 돌봄노동 필수 시대에, 돌봄전담사의 시간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온종일 돌봄 특별법들은 시간제 돌봄전담사를 전일제화하기는커녕 돌봄노동자의 고용 불안과 처우 하락을 증폭시킬 지자체 이관을 담고 있다.
본지가 보도한 바 있듯이, 권칠승 의원과 강민정 의원이 각각 발의한 ‘온종일 돌봄 특별법’은 돌봄교실의 최종 책임을 교육부냐 국무총리냐로 규정하는 데서만 다를 뿐이고, 그 독소조항들은 대동소이하다. 돌봄교실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자도, 돌봄노동자들의 고용 보장과 처우 개선도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양 법안 모두 시설과 인력에 대한 사항을 지자체 조례로 떠넘기고 있다. 현재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45.2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수준임을 고려하면 돌봄교실 환경과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더욱 열악해질 공산이 큰 것이다. 실제로 지자체가 운영 주체인 지역아동센터는 2019년에 85.5퍼센트의 프로그램을 중단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9월 14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성명서). 결국 국가가 돌봄교실에 재정 투입을 하지 않는 한 지자체가 양질의 돌봄교실을 직접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2021년 예산안에서 교육예산을 줄이고, 공공부문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삭감하고 있다.
또한 두 법안 모두 온종일돌봄을 운영할 지원센터를 법인 또는 단체에 위탁이 가능하도록 하고, 국공유 재산(학교 등)을 무상으로 대부받아 수익 창출에 나서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보호자의 돌봄 비용 부담도 허용하고 있다. 돌봄의 공공성을 약화시켜 돌봄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킬 개악적 요소가 많은 법안들이다.
민간 위탁
따라서 이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돌봄교실은 학교에 남아 있지만 그 운영은 지자체가 민간 위탁으로 넘겨, 돌봄노동자들은 ‘불법 파견’ 등으로 처지가 악화될 공산이 크다.
또한 돌봄노동자의 80퍼센트가 시간제 고용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돌봄 공백을 지금과 마찬가지로 교사들의 노동으로 채우려 할 것이다. 지금도 지자체가 운영하는 마을교육 등 여러 사업이 학교에 들어와 있고, 이는 교사의 업무가 되고 있다.
결국 권칠승 의원의 법안도, 강민정 의원의 법안도 돌봄노동자의 고용 안정, 아동이 받을 돌봄서비스의 질 향상과 거리가 멀며, 정부의 책임만 약화시켜 학교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그런데 전교조 지도부는 교사들이 돌봄업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주장해 왔다. 전교조 각 지부 단체협약 요구안에 이를 넣어 교육청과 교섭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상시전일제화, 겸용교실 해소 등을 위한 정부 재정 투입이 실행되지 않는 한,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은 돌봄노동자들의 처지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돌봄업무 부담 현실을 결코 개선시킬 수 없을 것이다.
돌봄전담사와 교사의 이해관계는 다르지 않다. 돌봄전담사들이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이들을 전일제화·정규직화 하고, 돌봄전담사를 늘려 돌봄의 공백을 없애야 교사에 대한 돌봄업무 부과도 사라질 것이다. 겸용교실이 아닌 제대로 된 돌봄전용교실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가 충분한 재정 투자를 해야 한다. 따라서 돌봄교실에 대한 재정 투자, 안정적 지원 대책을 제대로 세우라는 돌봄전담사들의 투쟁이 교사들에게도 이롭다.
교사들이 돌봄교실 민간 위탁의 지름길인 지자체 이관 계획에 반대하고, 돌봄전담사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실질적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