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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 위한 문재인 정부의 돌봄교실 정책
돌봄전담사들의 파업을 지지하자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11월 초 초등 돌봄전담사들의 파업을 선포했다.

돌봄전담사들은 초등 돌봄교실을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로 이관하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의 온종일 돌봄 특별법안을 폐기할 것과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상시전일제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돌봄서비스의 양적 확대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그 양적 확대조차 돌봄 수요에 턱없이 모자를 뿐 아니라, 돌봄전담사의 처우 개선이나 겸용교실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재정 투자 계획도 전혀 없었다.

초등 돌봄전담사의 82퍼센트를 시간제로 고용해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현실도 개선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온종일 돌봄교실’을 명목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의 하교 시간을 연장하려 한다든지, 시간제 돌봄전담사를 더 늘릴 계획만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실시한 긴급돌봄에서도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을 변경해 유연근무를 강요하고,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할 교사를 긴급돌봄에 투입하는 등 그야말로 공짜 노동으로 때우는 식이었다.

권칠승·강민정 의원이 발의한 온종일 돌봄 특별법안은 정부의 돌봄교실 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정부 방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돌봄교실의 현실을 더욱 악화시킬 공산이 크다.

돌봄 시설과 인력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로 떠넘겨 지자체의 재정 여력에 따라 돌봄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또, 국공유 시설을 민간에 대부해 수익 창출을 허용하는 등 민간위탁을 가능하게 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돌봄전담사들이 파업에 들어간다고 하자, 정부는 신설되는 돌봄교실만 지자체가 운영한다며 달래려 한다. 하지만 점차 기존 돌봄교실까지 지자체로 이관될 공산도 크고, 동종 업계 노동자들 처우가 악화되면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10월 15일 교육부와 교원단체, 돌봄전담사 노조의 비공개 협의 자리에서도 교육부는 “기존에 계획된 예산을 추가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고 한다. 정부는 추가로 돌봄교실에서 아동 7만 명을 맡을 계획인데 말이다.

따라서 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려는 이 법안들은 공적 돌봄에 대한 정부 책임을 덜고, 돌봄 서비스 확대를 저렴한 노동과 학교 노동자들의 고통 분담으로 때우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돌봄전담사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교사들의 업무도 전혀 줄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교사들도 이런 시도를 반대하고, 이런 법안을 폐기하라는 돌봄전담사들의 파업을 지지해야 한다.

10월 20일 국회 앞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기자회견 ⓒ조승진

교사와 돌봄전담사의 이해관계가 다른가?

그런데 여러 교원단체들은 초등 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교조 지도부도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을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조합원 일부도 교사와 돌봄전담사의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돌봄교실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큰 것은 사실이다. 돌봄교실이 처음 시행된 노무현 정부 때는 돌봄교실 업무가 전적으로 교사들에게 떠맡겨졌다. 돌봄교실이 점차 확대되면서 돌봄 전담 노동자들이 고용됐지만, 이들 대부분이 시간제 비정규직이어서 여전히 돌봄교실 업무 책임은 교사가 짊어져야 한다. 게다가 겸용교실 문제는 방과 후에 교사들이 교육 준비에 전념하지 못하게 만들어 불만이 크다.

그러나 교사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돌봄전담사 등)의 이해관계는 다르지 않다. 교사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업무 분담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이런 갈등도 근본에서는 정부가 돌봄교실에 충분한 재정과 인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가령, 경기도교육청 소속 돌봄전담사 3000여 명 중 전일제는 300명뿐이고, 나머지 90퍼센트는 4시간제(이마저도 2018년까지는 초단시간제) 고용이다. 이렇게 돌봄전담사 대다수가 시간제이다 보니,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근무시간 내에 다 못 하는 업무의 일부와 돌봄 공백을 교사들이 채워야 하는 것이다. 또한 돌봄교실의 관리 책임을 교사가 떠안아야 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긴급돌봄 시행 때 교사들이 참여하도록 해서 불만이 높았다. 즉, 돌봄전담사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교사들은 업무 가중으로 고통받는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 돌봄교실의 관리·운영 책임을 지자체로 이관한다고 해서 교사의 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현재 초등 돌봄교실은 문재인 정부의 온종일 돌봄 체계의 70퍼센트를 차지하며, 아동 24만 명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아동 24만 명을 돌봄 학교 밖 시설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돌봄교실의 관리·운영 책임이 지자체로 넘어가도 실제 돌봄교실은 학교 안에서 운영될 공산이 크다.

실제 온종일 돌봄 특별법안이 ‘국공유 시설을 민간에 대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돌봄교실이 여전히 학교 안에서 운영될 것임을 보여 준다. 이렇게 되면 그 업무가 또다시 교사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미 몇몇 마을 교육 사업이 학교 안에 시행되고 있는데, 이 업무가 교사들에게 부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들이 돌봄 업무에서 벗어나려면 안정적인 전일제 돌봄전담 인력이 대폭 늘어야 한다. 또, 돌봄전담사들이 돌봄교실 운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모두 가져야 하며, 돌봄 전용교실을 확보하는 등 정부가 충분한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지금 돌봄전담사들은 투쟁에 나서면서 시간제 전담사의 상시전일제화와 인력 확충을 통해 돌봄 업무에 대한 교사 책임을 없애고, 돌봄전담사들이 돌봄 업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돌봄전담사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은 교사의 노동조건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지자체 이관이 돌봄교실 개선에 더 나은가?

일부에서는 현재 초등 돌봄교실이 교사들의 노동이 보태져 겨우 운영되고 있고 돌봄 환경도 열악하니, 지자체로 이관해 돌봄교실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을 학교에만 머무르게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으며, 학교를 벗어나 지역에서 ‘마을 돌봄’을 시행하면 지역의 여러 인프라를 이용해 돌봄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돌봄교실이 학교 안에서 시행된 것은 역대 정부들이 최소의 비용으로 돌봄을 확대하려고 공간과 인력이 갖추어진 학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을 돌봄의 이상과 정부가 추진하는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 계획은 매우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

현재 마을 돌봄의 대표 사례인 서울 키움센터는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의 폐해를 보여 주고 있다. 키움센터는 각 구청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대다수는 민간위탁이고, 일부만 구청 직영이다. 직영으로 운영된다 해도 돌봄교사를 1년 기간제로 계약하도록 서울시가 정하고 있다.

권칠승, 강민정 의원의 온종일 돌봄 법안도 지자체 조례로 시설과 인력을 운영하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돌봄서비스의 지역별 편차가 커지거나 민간위탁 방식이 정착될 공산이 크다.

지자체가 설치와 관리를 맡고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이조차 전체의 12퍼센트밖에 안 된다)도 비슷한 문제를 보여 주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중 지자체 직영은 극소수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98퍼센트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지자체의 국공립 어린이집 지원센터가 있는데도 보육교사의 고용은 각 어린이집 원장들이 하는 간접고용 형태이며, 관리·감독도 허술하다. 시장화된 어린이집의 실태는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이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처럼 지자체가 관리하는 돌봄서비스들이 열악한 것은 그 필요가 커지는데도 정부가 최소의 비용만 들이려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과 인력을 투입해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2조 501억 원이나 감액했고, 유아교육비·보육료 지원 예산도 400억 원 넘게 줄였다. 이런 정부와 여당이 돌봄교실 관리 책임을 지자체로 이관한다고 해서 재정을 더 지원할 리 만무하다.

결국 정부의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방안은 재정 부담을 민간위탁 등으로 덜어내려는 것일 뿐, 양질의 마을 돌봄을 제공하려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현재 초등 돌봄교실이 열악한 조건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정책은 돌봄 노동자들의 고용을 한층 더 불안하게 만들고, 돌봄의 수익자 부담을 강화시키는 정책일 뿐이다. 이런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하는 돌봄전담사들에 지지를 보내야 돌봄의 질을 높이고, 교사들의 업무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전교조 좌파 활동가들의 과제

전교조 집행부는 돌봄전담사들의 정당한 요구와 투쟁을 외면하면서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학교 안의 노조 간 협의체를 통해 돌봄교실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 협의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대화를 함께 할 돌봄전담사들의 파업은 지지하지는 않는 것이다.

앞서 봤듯이, 이런 태도는 교사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 심지어 정부 대책에는 교사의 업무 경감 대책과 겸용교실 문제 해소를 위한 재정 투자 계획도 없다.

전교조 내 좌파 의견 그룹인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이하 교찾사)도 지자체 이관을 지지하면서 돌봄전담사들의 파업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반면 또 다른 좌파 의견 그룹인 ‘교육노동자현장실천’은 조만간 돌봄전담사 파업을 지지하는 입장을 낼 것이라고 한다.)

물론 교찾사는 돌봄교실의 “위탁 운영을 반대”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 돌봄”, “돌봄노동자 고용 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안으로 “질 높은 돌봄 전문기관인 지자체로의 이관”을 제시하면서, 당면한 쟁점인 정부의 지자체 이관 계획에 반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하며 싸우는 돌봄전담사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질 높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라고 정부를 압박할 힘도 사라진다.

이와 유사하게 전교조 좌파 활동가 일부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동의하지 않는 ‘지자체 이관 반대’를 파업 요구로 내세우지 말고, 시간제 전일제화나 전용교실 확보와 같은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이런 주장들은 전교조 안에서 지자체 이관을 지지하는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다고 보고 절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추수적 태도로 이번 투쟁의 핵심 쟁점을 피해 가는 것은 부적절하다. 결국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돌봄전담사들 파업을 지지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좌파 활동가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되기 십상이다.

적잖은 교사들이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돌봄교실 업무와 책임이 교사들에게 전가되는 부당한 현실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봤듯이, 정부의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계획은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도, 교사의 업무를 줄이기 위한 것도 아니다. 민간위탁이라는 방식을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돌봄서비스를 늘리려는 것뿐이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돌봄전담사와 교사들이 그 책임을 온전히 나눠 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와 전교조 내 좌파 활동가들이 침묵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해 교사와 돌봄전담사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 일부 전교조 조합원들은 더 분명하게 지자체 이관을 요구하는 우파 노조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현재 조합원 다수의 정서를 그저 추수하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쌓아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비록 소수에서 출발하더라도 말이다.

수년 전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이나 학교 비정규직 투쟁 등에서 전교조 좌파 지도부가 원칙 있는 입장을 내놓지 못해 결국 전교조의 결속력과 투쟁력도 약화시켰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교조 내 좌파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의 나쁜 여론을 탓하며 침묵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의 진정한 의도를 폭로하고, 돌봄전담사들의 파업이 교사들의 이해관계에 오히려 부합한다는 점, 지자체 이관이 우리 아이들의 방과 후 삶의 질을 오히려 하락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노동계급의 단결”을 말로만 말고 자신의 노동조합에서 그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