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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활동가 김기홍 씨의 죽음을 추모하며

트랜스젠더 활동가 김기홍 씨가 2월 24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활동가이자 녹색당 당원으로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고 차별에 맞서 싸워 왔다.

고인의 죽음은 이 사회에서 트랜스젠더가 겪고 있는 차별과 혐오와 무관하지 않다.

그가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안철수 등이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퀴어퍼레이드)에 대해 ‘거부할 권리’ 운운한 것을 겨냥한 것이었다.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 보이지 않는 시민,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그 자체가 주권자에 대한 모욕이다.”

유서에서도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 맥락 따위 사라진 채 없다시피 왜곡된 말도 … 계속 고립되어 있어요” 하고 남겼다.

김기홍 활동가가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사진 ⓒ출처 녹색당

일상 생활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많은 성소수자는 존재를 무시당하거나 온갖 편견을 마주한다.

가정, 학교, 직장 등 이 사회 곳곳에는 성별 이분법이 뿌리내려 있다. 트랜스젠더는 늘 존재를 부정당하는 경험을 한다.

트랜스젠더의 높은 자살율은 끔찍한 차별이 낳는 비극이다.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에 참여한 트랜스젠더 중 40퍼센트가 넘는 이들이 ‘자살을 시도한 적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고인도 생애 동안 트랜스젠더가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을 많이 겪었다.

그는 기간제 음악 교사였다. 커밍아웃 이후 학교를 떠나 성소수자 활동가로서 살아갈 때에도 그는 여러 번 언론 인터뷰에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정치를 한다” 하고 말했다.

성 정체성으로 겪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화장을 했다고 학교에 민원이 들어 왔고, 관리자에게서 ‘기간제 교사 일 계속하려면 화장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협박도 들었다. 다른 학교에서는 긴 머리가 문제됐다.

많은 트랜스젠더가 외모 등이 남자 혹은 여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주민등록번호에 표시된 성별과 성별 표현이 일치하지 않는 등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는 2017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의 ‘동성애 반대’ 발언을 듣고 화가 나서 커밍아웃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해 몇몇 활동가들과 함께 제주에서 첫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했다. 보수 정당의 온갖 방해와 제주시청의 불허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해서 성공적으로 행진을 마쳤다.

이후 녹색당에 입당해서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로 도전했다.

지난해 총선 비례연합정당 추진 과정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윤호중은 “성소수자 문제라든가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 연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비례 정당에 합류하려는 녹색당의 비례 후보 김기홍 씨를 겨냥해 공격했다.

민주당이 ‘차별 반대’를 운운하면서도 성소수자 혐오 세력에 타협하며 차별에 동조해 온 것이 다시 반복된 것이었다.

이후 김기홍 씨는 과거 트위터에 올린 여성 차별적 글이 문제가 돼 잘못을 인정하고 녹색당 비례대표에서 자진 사퇴했다.

그의 과거 발언을 옹호할 수 없지만, 이후 온라인에서 벌어진 과도한 비난과 트랜스 혐오적 공격이 그를 몹시 괴롭혔던 듯하다.

생전에 그는 성소수자 친구를 여럿 떠나보냈다고 한다. 2019년에만 성소수자 친구 둘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변희수 하사와 숙대 합격한 트랜스 여성 A씨에게 쓴 공개 연대 편지에서도 그는 “함께 살아갑시다” 하고 강조했다.

그랬기에 그의 죽음에 많은 성소수자가 더욱 안타까워하고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인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 함께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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