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변희수 하사 추모 행동에 수백 명이 동참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3월 6일 고故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행동이 서울지하철 2호선과 서울광장에서 진행됐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트렌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조직한 이 행사에는 연인원 400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성소수자 상징물과 책 등을 들고 시청역에서 모여 함께 지하철을 탔다. 2호선 한 바퀴를 돌아 서울광장으로 다시 와서, 변 하사의 생전 영상을 보고 추모 음악을 듣고 구호를 외치고 헤어졌다.
전날 늦은 오후에 공지된 행사였음에도 수백 명이나 참가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최근 연이은 트랜스젠더의 죽음에 큰 슬픔과 분노를 느꼈음을 보여 준다.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도 있었다. 한 참가자의 말은 이런 심정을 잘 보여 준다.
“아직 성소수자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진 않지만 성소수자 당사자입니다. 변희수 하사님 부고를 들은 이후부터 하루도 평온하지가 않아서, 안타깝고 분개하는 것만으론 부족한 것 같아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함께 2호선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참가자들은 모여 있는 카톡방에 성소수자 차별 관련 책 구절을 공유하거나, 무지개 깃발 등 인증샷을 찍어 올렸다. 역마다 참가자가 새로 늘기도 했다.
정부는 물리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도 방역을 핑계로 집회의 자유는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모여 함께 추모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기는 분위기였다.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에 각 칸마다 자원자가 승객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오늘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는 추모 행동을 했습니다. 잠시 후 서울광장에서 짧은 추모의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훌륭한 군인이고 싶었던,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하사를 함께 기억해 주세요.”
다시 시청역에 도착한 참가자 200여 명은 서울광장을 빙 둘러 서서 변 하사의 생전 영상을 봤다.
서울광장은 2015년부터 매년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퀴어퍼레이드)가 열린 곳으로, 최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주류 양당 후보들이 ‘[퀴어퍼레이드] 거부할 권리’를 운운하거나 침묵하면서 쟁점이 됐던 장소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쳤다. 애도와 다짐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힘을 보태어 이 변화에. 변희수 하사를 기억합니다.” 하고 함께 외치고 행사가 끝났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참가자 모두 비극적 죽음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랜스젠더 차별에 맞선 저항과 연대가 더 성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