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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 트랜스젠더 차별에 맞서 싸우자

어제(3일), 성전환 수술 이후 육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하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3세의 젊은 나이이다. 고 김기홍 씨에 이어 연이은 트랜스젠더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고인은 2017년에 부사관으로 임관해서 전차 조종수로 복무해 오다가, 2019년 11월 부대의 승인 하에 성전환 수술을 하고 법적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육군 당국은 지난해 1월에 고인을 ‘심신 장애’로 판정하고 강제 전역시켰다. 고인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회로 내팽개쳐졌”다.

이후 육군 당국은 고인이 제기한 강제 전역 취소 인사소청도 기각시켰다. 이 결정이 고인에게 또 큰 좌절을 줬던 듯하다. 현재 전역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길고 긴 소송을 감당하며 육군과 싸운다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뻔뻔하게도 육군 관계자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 하고 말했다. 고인의 성별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민간인’으로 전역시켜 죽음으로 내몬 것은 육군 당국이다.

육군 당국은 ‘심신 장애’를 이유로 한 고인의 강제 전역 처분을 고수했다. 당사자와 동료들의 간절한 바람은 물론, 지난해 1월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3개월 연기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이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국가인권위의 전역 처분 취소 권고도 모조리 무시했다.

자신의 성정체성과 신체를 일치시키기 위한 수술은 ‘신체 훼손’도 아니고 ‘장애’도 아니다. 오히려 적절하고 필요한 의학적 성전환은 트랜스젠더의 건강을 개선한다.

문재인은 말로만 ‘차별에 반대’한다면서 실제로는 성소수자의 마음에 비수를 꽂으며 차별을 존속시키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는 고인의 강제 전역에 대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문제 제기에 ‘합법한 절차’였다며 육군 당국을 감싸고, 또다시 “사회적 합의”를 운운했다.

한 기자회견에서 고인은 이렇게 말했다.

“촛불혁명을 통해 당선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선거 당시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거셨습니다. … 저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저와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과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주류 정당 후보들의 태도도 하나같이 성소수자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 안철수 등 보수 야권 후보들은 퀴어퍼레이드를 ‘안 볼 권리’ 운운하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은 과거 우파의 성소수자 혐오에 동조했다가 지금은 진보 표를 의식해 슬쩍 말을 바꿨지만 명확한 반성이나 사과도 없다. 퀴어퍼레이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간 성소수자들이 이뤄 온 작은 성취조차 후퇴시키려는 시도가 벌어지는 상황은 많은 성소수자에게 상처를 주고 울분이 쌓이게 하고 있다.

연이은 트랜스젠더의 안타까운 죽음은 오늘날 트랜스젠더 차별의 현실을 비극적으로 보여 준다. 이는 ‘사회적 타살’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이분법적 성별 규범이 가정에서부터 일터까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트랜스젠더는 일상 생활에서 온갖 편견에 시달리고,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까다로운 법적 성별 정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도적으로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트랜스젠더 차별에 맞서 싸워야 한다. 1년 전 변희수 하사의 용기를 기억한다. 고인의 용기를 이어받아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성별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과제는 우리에게 있다.

트랜스젠더 차별에 맞서 싸우자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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