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피케티, 은행나무, 406쪽, 20,000원):
불평등의 경제학자 피케티가 제안하는 자본주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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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서 심화되는 불평등을 실증적으로 드러내 명성을 얻은 경제학자 피케티가 새 책을 냈다. 《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는 피케티가 2016~2021년 프랑스 중도좌파 경향의 신문인 〈르몽드〉에 기고한 글을 모은 책이다.

불평등 전문가의 책인 만큼 불평등에 관한 흥미로운 통계도 접할 수 있다. 예컨대,
또한 불평등, 포퓰리즘, 기본소득, 부유세, 브렉시트, 여성 차별, 환경 문제 등 다양한 현안들에 관한 피케티의 견해를 접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회 개혁 논의들이 활발한 시점이라 이 책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피케티는 이 책 서문에서 불평등 완화를 위한 대안을 압축적으로 밝히고 있다. 피케티는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 반대에 그치면 안 되고 사회주의라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케티가 말하는 사회주의는 고전적 의미의 혁명적 사회주의가 아니고, 옛 소련 사회를 사회주의로 보는 스탈린주의적 대안도 아니다
“권력 및 지배 관계 전반”
피케티는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교육의 평등과 복지국가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진정한 평등을 이루려면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이를 위해 피케티는 25세 청년들에게
한국에서도 정의당이 지난 총선 때
한편, 피케티는 노동자 경영 참여도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스웨덴이나 독일 등에서 노동자 경영 참가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용자와 완전히 동등한 권한을 부여 받고 있지 못한데, 노동자 대표가 기업 이사회의 절반까지 차지하는
물론 부자들의 세금을 더 걷어 가난한 청년들을 지원하고, 기업 경영을 사용자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피케티의 주장에는 꽤 급진적인 함의가 있다.
그럼에도 이런 정책들이 자본주의의
청년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기초자산을 준다 할지라도 자본주의적 경쟁이 계속되는 한 망하는 자와 흥하는 자가 생겨 나고 불평등은 다시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경영 참여도 마찬가지다. 불황이 심화될수록 시장 경쟁에서 기업이 살려면 노동자들이 협조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는 결국 임금 삭감이나 해고 등을 수용해야 한다는 압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실제로 독일에서 신자유주의적인 하르츠 개혁이 추진될 때 노동자 경영 참가는 이를 막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
프루동 식 대안
사실 기초자산제나 경영 참여 같은 피케티의 대안은
한편, 피케티 대안의 한계는 그를 유명 스타로 만들어 준 그의 책 《21세기 자본》에서 나타난 그의
이런 약점 때문에 피케티는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을 잘 폭로했지만, 불평등의 핵심 원인에 노동자에 대한 경쟁적 착취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 맞서려면 경쟁적 착취라는 자본주의의 핵심 동학에 도전해야 한다. 이는 착취받는 노동계급이 집단적으로 투쟁에 나설 때 가능하다. 독일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했듯
물론 사회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피케티 책의 출간은 한국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바가 있다. 이를 통해 진정한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한 토론이 활성화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피케티의 제안에는 분명 급진적인 요소가 있다. 부자들에게 90퍼센트에 달하는 소득세, 자산세를 거두려면 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다. 이에 맞서려면 상당한 수준의 노동자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비록 피케티가 이런 동력을 그다지 주목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당대 프루동주의나 공상적 사회주의자들과 논쟁했듯 진정한 사회주의는 계급투쟁과 분리돼 건설될 수 없다. 피케티가 말하는 사회주의를 위한 권력관계 재편은 자본가 권력을 타도하기 위한 노동자 혁명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